'숙명'이라.... 도대체 무슨 숙명이라는 걸까? 이 책의 제목을 처음봤을때 들었던 생각이다. 일단 작가의 이름을 보고 눈에 띄게 되었는데, 이 책 소개를 보니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단숨에는 못 읽었지만,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유사쿠는 현재 형사로 아직 미혼이다. 이번에 한 재벌가의 사장이 독화살에 의해 죽게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는데, 유사쿠는 이 사건을 맡게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인물이 학창시절부터의 라이벌이었던 아키히코이다. 학창시절부터 항상 그와 경쟁했지만, 만년 2등이었던 유사쿠는 이번이 그를 이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이건 운명이라는 생각으로 그의 집에 탐문을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아키히코의 부인은 그의 첫사랑인 미사코였던 것이다. 미사코가 결혼했을 것이라고 생각안해본건 아니었지만 그 상대가 아키히코였다는게 꽤나 충격적이었지만, 유사쿠는 계속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아키히코가 범인일거라는 심증을 갖고... 그런데 이 사건을 조사하던 중, 유사쿠는 큰 충격을 받게된다. 20년 전, 병원 창문에서 떨어져 자살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 사나에씨 사건이 관련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단서를 잡은 것이다. 그래서 그 동안 형사가 되어 그 사건을 다시 파헤치려고 했지만, 기회가 오지않아 점점 포기하고 있던 찰나, 기회를 잡게된 것이다. 그렇게 유사쿠는 독화살 사건과 사나에씨 사건을 개인적으로 파헤쳐나가기 시작한다.
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굉장히 피곤했던 상태여서 진도가 팍팍나가지 않았다. 읽다가 피곤함에 쩔어 잠든 경우가 많아 앞 내용을 기억 못하기도 해서 이야기 흐름이 내 머리속에서 자주 끊겼었다. 근데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라는 말이 나왔다.
마지막 장의 내용이 정말 생각지도 못해서 그런지, 머리를 한데 맞은 것처럼 순간 딩- 하고 머리속에서 종이 울리는 기분이었다. 이 사건의 범인 때문이 아니라, 이번 사건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아키히코와 유사쿠 두 사람이 왜 그렇게 서로를 의식해왔는지.... 이 이유 때문이었다. 이런 운명의 장난이.... 라는 느낌이랄까...
그 동안 내가 읽었던 미스테리, 추리물은 한 사람이 범인을 밝혀내고 범행의 트릭을 밝혀내는 과정을 주로 담았다면, 이 책은 조금 다르다. 범인을 밝겨가는 과정이 주가 아니라는 느낌이랄까...... 처음엔 범인을 잡기위한 단서를 찾기 위함이었다면, 나중에는 두 사건의 관련성과 20년전 사건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찾는게 주가 된다.
뭐, 어쨋든 이 작가의 책은 항상 긴박감과 흡입력이 좋아서 정말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명인데, 이 책은 내가 읽은 그의 책들 중에서도 BEST에 꼽히는 책이 될 것같다.
근데, 이 책을 읽고나니 어쩌면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건 귀신같은 불확실한 생명체가 아닌, 살아있는 인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