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이 맞다면, 이 책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중.고등학교 시절 필독도서였던 걸로 기억된다. 그 당시에는 책에 흥미가 별루 없었기에 읽지 않았던 것같다. 학교에서 독후감써서 내야하는 경우에는 내 취향에 맞을 것 같은 재미있는 책을 골라서 읽었었지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작가 이름을 검색해보니 난 생각보다 이 작가의 책을 많이 접해봤었다. 중,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옥상의 민들레꽃'과 '그여자네 집' 두 작품! 심지어 국어시간에 열심히 배웠던 소설들이 있었다. 옛날부터 교과서를 처음 받으면 국어책의 '소설'들은 미리 읽어보곤 했었는데....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쨋든, 난 생각보다 이 작가를 많이 접해봤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이나 흐른 뒤, 우연히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왜 이 책이 갑자기 읽어보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작가가 서두에서 '철저히 기억에 의존한 이야기이며, 간혹 상상에 의한 이야기도 있을 수 있다'라고 말이다.
작가는 일제 강점기 말 무렵에 태어나 815광복, 한국전쟁 등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쭉 경험했고, 이 책에는 어렸던 당시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작가 이기에 철저한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얘기한다고 할 수 있으려나?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역사책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그 시대의 서민들의 상황이 흐릿하게 나마 눈 앞에 그려지는 느낌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했던 것도 아니고, 정보라고는 텔레비젼, 라디오의 뉴스 정도였지... 당시에 '소학교'정도만 나와도 뭐 좀 아는 사람으로 통했으니.... '안전하다, 이기고 있다'라는 말로 국민들 안심시키고 자기들만 도망가기 얼마나 쉬웠을까.... 지금의 주민등록증이 빨갱이를 가리기 위해 만들어졌다는건 알고있었지만, 이 책에 보면 그 내용이 잘 나와있는 것 같다. 인민군이 북에서 내려온 뒤, 시민증 발급을 서둘러 했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남쪽으로 피난을 가야만 했다. 작가의 생각이지만, 어쩌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간첩들은 남쪽으로 보내지 않기 위해.... 라는 생각말이다.
산달을 앞둔 새언니와 의용군에 끌려갔다가 반미쳐 돌아온 오빠를 데리고 남쪽으로 피난..... 결국, 도저히 부산같은 남쪽으로 더이상 피난 갈 수 없는 상황이라 현저동에 숨게되지만 말이다. 작가는 엄마가 이런 상황까지 계산하고 피난가자고 한 것 같다고 했지만, 아마 그들에게는 그 방법이 최선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마지막을 보면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로 뒷이야기가 이어진다고 되어있다. 그래서 난 그들이 현저동의 한 집으로 숨어들고 난 뒤의 이야기를 아직 모른다. 이 책이 두권으로 나뉘어 있었을 줄이야....난 이 책 한권이 끝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다음 권도 주문해서 읽어봐야겠다.
내가 그 시대를 살아온게 아니라서 이 책에 100% 공감을 한다거나 하지는 못 할 것 같다. 거기다 좀 어려운 단어같은 것도 쓰이고 말이다. (뭐, 내가 무지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만...) 어쨋든, 책은 재밌게 읽었는데.... 이 작가의 다른 책도 한, 두권 읽어보고 내 취향과 잘 맞다면 다른 책들도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