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당시 큰 관심이 있던 책도 아니고, 작가도 모르는 사람이어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책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렇게 어김없이 지시장 쇼핑 중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베스트셀러에도 올랐기도하고, 싸기도해서 한 번 읽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에 걸쳐서 이 책을 다 읽은 뒤에 감상은 '드디어 다 읽었다'였다.

내가 피곤함에 쩔어서 읽었던 탓도 있지만, 정말 몰입이 됐다 안됐다 들쭉날쭉은 흡입력을 보여준 책이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무슨 상들도 받고 한 것 같은데, 난 상을 받고 자시고, 읽는게 너무 힘들었다. 이 책에 글들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결말이 다 열려있다. 그리고 이야기들의 주인공들도 난 모르겠는데 자기들만 '아, 이렇구나'라며 깨닫고 끝난다. 그래서 '난 모르겠다고!! 도대체 뭐!!!'라며 혼자 소리없는 발악을 하게 만들었달까...

이 책 속 이야기들 중 그나마 기억에 남는 건 책의 제목이 된 <세계의 끝 여자친구>, 마지막 이야기인<달로간 코미디언>, <내겐 휴가가 필요해>,<당신들 모두 서른살이 됐을때> 이 정도 일까...? 다른 이야기들은 주인공들이 뭔가를 깨닫는데 난 모르겠다. 도대체 뭔 얘긴지..

내가 정신줄을 반 정도놓고 읽었던걸 감안하면, 이 책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번 정도는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정신이 멀쩡할 때 말이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지시장 특가도서를 보던 중 우연히 내 눈에 들어왔고, '박완서'라는 작가이름만 보고, 한 번 읽어볼까 하고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받은 뒤, 다른 책들을 읽다가 드디어 이 책을 읽게되었다.

처음에 장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은 9개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단편집이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현역에서 은퇴한 노부부 혹은 남편 먼저 보낸 과부들이다. 은퇴 후 노년을 보내고 있는 노부부, 남편먼저 보냈던 과부가 재혼을 한 경우도 있고, 중풍에 걸린 남편 수발하는 할머니도 있다. 그리고 <거저나 마찬가지> 속 여자도 있고, 독거노인들에게 봉사하는 일을 하는 여자도 있다.

이 책들 이야기들은 각자 개성이 있어서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각 이야기들만의 재미 라는게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 중에서 <거저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는 읽으면서 역시 공짜, 거저 라는건 없는거라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 처음엔 좋은 언니 동생이었기에 계약서도 없이 500만원 전세로 언니네 별장에 세를 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살면서 텃밭도 일구고, 사람사는 집답게 꾸미게 되면서 그 동네 땅값, 집값이 오르게 된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점점 세든사람에서 별장지기화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을 아이갖기에서 찾으며 끝이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역시 거저라는건 없다. 내 힘으로 일궈내는게 진짜다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되었다. 이 이야기들 중에 유난히 씁쓸함이 느껴지는 이야기가 하나 있었는데, <촛불 밝힌 식탁>이었다. 이 이야기는 점점 핵가족화 된 이 사회에 부모가 은퇴한 뒤 서울로 올라면서 서로 마주보는 집을 두 개 얻게된다. 그렇게 서로 불이 켜지면 살아있는가보다, 들어왔나보다 라는 신호로 알고 지내기로 했는데 아들내외의 불이 켜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아내가 아들이 옛날에 좋아했던 음식을 만들어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날과 비례해서.... 그렇게 이 아이들이 피하는 것 같은 심증만을 갖던 할아버지가 진실을 알게되면서 촛불을 사고, 아내에게 고백하는 걸 상상하다가 끝나는 이야기이다. 이 책 속 이야기들 중 제일 짧았던 단편이었지만, 제일 씁쓸함을 느끼게 만든 이야기였다. 이 책에 붙어있던 띠지 속에 따뜻하게 위로한다 라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난 이 책들 내용이 따뜻하다고 느껴지기보다는 시니컬함과 씁쓸함이 느껴졌을 뿐이다. 책들 이야기 속에서 조금 미소가 지어지는 이야기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단순히 '싸다'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사하라'라는 단어에 끌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책소개를 보니 사하라 사막에서의 신혼생활 이야기 라고 한다. 도대체 그 황량한 사하라 사막에서 어떻게 지냈으며, 무슨 생각으로 그 곳에 정착할 생각까지 했던걸까 하는 의문을 품고 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작가 '싼마오'이다. 그녀는 대만 사람으로 어렸을 때 부터 틀에 박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가정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24살이 되엇을 때, 부모님 품에서 벗어나 여기저기 방랑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그녀는 '사하라'의 매력에 취해 언젠가 꼭 사하라에 가겠다고 다짐한다. 공공연하게 자신의 '사하라 예찬'을 주변 친구들에게 알렸지만, 단 한사람을 제외하곤 모두 그녀의 꿈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현재 그녀의 남편이 된 '호세'를 제외하곤 말이다. '호세'는 그녀보다 먼저 사하라로 떠나 취직을 한 뒤, 나홀로 떠나온 그녀를 맞아준다. 그리고 둘은 그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이 책은 짤막한 에피소드들 여러개를 엮어놓은 책으로, 책이 출간되기 전에는 연재 같은 걸 했던 것같다. 남편을 잃고, 고국으로 돌아가서 글을 쓰다가 결국 그녀는 자살했지만, 중국에서 그녀는 인기 작가였던 것같다. 이 책은 내가 처음 접해본 중국 책인데, 일단 이 책은 괜찮았던 것같다. 중국 소설이나 이런건 아직 모르겠지만, 나와 맞는 다면 다른 중국 책들을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싼마오'라는 이 여자는 참 이기적이게 살아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참 부러웠다. 자기만의 신념을 갖고, 그 속에서 자유롭게 사는 여자.

그래서 일까? 난 싼마오씨가 밉지는 않았다. 그냥 부러웠을 뿐..... 하지만 이 책에 묘사된 싼마오의 이웃들은 어찌 그리 얄밉게도 이기적인지.... 좀 안좋은 편견을 갖게된게 아닌가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게 '여행 정보'라면 다른 책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싼마오'와 '호세'의 사하라에서의 신혼생활 이야기가 주이기 때문에 정보를 얻기위해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싼마오의 책 중에 '흐느끼는 낙타'라고 사하라 사막을 떠난 뒤의 이야기인 것 같던데, 이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