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형사 시리즈 마지막 책. 이 책은 앞에 4권과 달리 단편집이었다. 총 5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하나의 이야기가 내용이 얼마되지 않아서 금방금방 읽어나갈 수 있었다. 페이지의 압박이 있었던건지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이야기부터 시작해나가지 않는다. 일단은 사건이 일어났고, 사건 조사 중인 상태에서 결정타를 갖고 방문한 가가가 범인에게 진실을 자백하게 만들던가, 가가형사가 몇 차례 방문을 하면서 그 사이에 범인이 그 날일을 회상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전개해나간다. 내용이 처음부터 전개되더라도 금방 진실이 들통나기도 하고 말이다. 이 책은 이렇게 딱 필요한 부분만을 이야기한다. 딱 핵심만 파고든다! 라는 느낌으로 말이다.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각각 개성이 있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야기들을 다루기도 한다. 특히, '제 2지망'이라는 이야기는 <붉은 손가락>이라는 책도 생각나게 만든다. 뭐, <붉은 손가락>에 나왔던 아이처럼 완전 버릇없고, 개념없는 그런 짜증나는 아이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두 이야기의 아이들이 그렇게 된 원인은 엄밀히 따지면 무조건 내아이 감싸기, 치맛바람 같은 것에 원인이 있는거니까 말이다. 그리고 또  '차가운 작열'과 '친구의 조언'이라는 이야기는 대화단절로 인한 문제를 이야기한다. 서로 대화하기 보다는 나를 이해해주기만을 바라다가 일어난 일들이니까 말이다.

이 책의 내용들은 50페이지 내외의 정말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그 속에 사회적 문제들을 엿볼 수 있었던 그런 책이었다. 물론 이 책의 배경이 일본이기는 하다. 하지만 가족간의 대화단절이라던가 아줌마 치맛바람 같은 것들은 우리 사회에서도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이고, 넓게 보면 전세계 어딘가에도 이런 문제들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쨋든 이런 문제들의 기본적인 해결방법은 역시 '가족간의 진솔한 대화'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가가형사 시리즈 그 3번째 책인 이 책은 지금까지 읽었던 책과는 달랐다. 여태까지 내가 읽은 책들은 가가형사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런 부분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책은 온전히 피해자의 오빠의 시점으로만 전개되고 있다. 가가형사는 가끔 그 오빠를 만나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사건의 단서나 실마리 같은걸 던져주는 정도로만 등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책의 이야기는 하나뿐인 소중한 여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오빠가 자살이 아닌 타살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소중한 동생을 죽인 범인을 경찰이 잡게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범인을 잡아 '복수'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타살의 중요한 증거물들을 빼돌리며 개인적으로 움직이며 동생의 살인용의자를 추적해나간다. 그는 교통과 소속이더라도 일단은 경찰, 교통사고에서도 어떻게 사고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추리는 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 단서를 잡아 용의자를 두 명으로 좁히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경찰에게는 그들이 '자살'로 사건을 몰아가게끔 적당히 애매한 진술만 한다. 하지만 이 남자의 행동에 가가형사는 의문을 갖고, 그의 목적을 알게되면서 그를 만류하려고 한다.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고나면 알겠지만, 끝까지 이 책에서 작가는 '범인은 **이다'라고 명확하게 밝혀주지 않는다. 독자들에게 나는 이런 저런 단서들을 줬으니 범인은 니가 맞춰봐라! 라는 심보인건지 난 할만큼했어 라는 배짱이다. 뭐, 작가가 양심에 찔려서 그렇게 한건지 출판사에서 그렇게 한건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면 봉합서 부분이 있다. 그러면서 그 앞에는 범인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있으니 책 내용을 먼저 읽고와라 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 부분도 읽어봤는데 이 부분 역시도 단서만 제공해줄 뿐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고 있다.

이 책은 등장인물도 정말 심플하기에 누구인 것 같다고 내 의견을 밝힐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생각하게 되는 건 역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오빠만 봐도 '내 동생이 그럴리 없어'라는 생각으로 남에 말을 귀담아 듣지 않으려고 하지만, 결국 그는 동생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는 않았으니... 이 것만 봐도 정말 사람 속은 알다가고 모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남은 두 권도 마져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