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언제, 왜 샀는지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거의 정신 놓고 지내던 시기에 몽롱한 정신에 도저히 안 읽혀서 책을 잠시 덮었던 것만 어슴프레 기억이 날 뿐이다. 솔직히 '클림트'라는 화가에게 크게 관심이 있거나 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이 책을 왜 사게 된건지 지금도 의문이다.

어쨋든, 이 책은 작가에 말에 따르자면 클림트와 그의 연인이었던 에밀리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고 한다. 물론, 에밀리라는 여인은 실존했던 인물이고, 그 밖에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실존했던 인물과 관련해서 썼다는 것 같다. 오스트리아에 관한 내 배경지식이라고는 마리앙뚜와네트가 태어난 나라라는 정도뿐이라서 실존했는지 어쨋든지 모르겠지만, 실존했다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해본다.

일단 이 책의 시점은 '에밀리'라는 클림트의 연인으로 클림트의 시점이 아니다. 마치, 영화 아마데우스가 모차르트와 관련된 이야기이지만, 살리에르의 시점에서 전개된 것과 비슷한 전개를 보인다. 어려서 클림트를 만나고, 그에게 미술을 배우게 되고, 클림트를 사랑하지만 결코 클림트의 정식부인은 아니었던 에밀리. 이 책은 에밀리가 소중한 가족을 잃고, 클림트를 잃고 힘들게 지내던 중 닥친 위기로 인해 지방으로 피신을 가서 살게되는데, 그 곳에서 생활하면서 클림트와의 만남부터 죽음까지를 회상한다라는 느낌으로 전개가 된다.

책은 가끔씩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부분도 있긴하지만, 꽤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클림트라는 인물에 대해 판단해본 결과를 한마디로 정의해 본다면 "여자의 적"으로 묘사되고 있달까...? 예술가로써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인간적으로 썩 훌륭한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사람이라는게 최종 결론이었다. 천재라 불리는 인물들은 다들 뭔가 나사 하나 빠진 것 처럼 인간적 결함을 하나씩 갖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흠... 그리고 이건 클림트라는 인물과는 상관없는 그냥 개인적인 호기심인데, 이 책이 배경이 된 시대가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시기였다. 뭐,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클림트가 죽기 몇 년 전 정도일려나....? 어쨋든, 이런 전쟁이 일어나던 시절에 어떻게 예술작품같은게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던걸까...? 역시, 침략한 나라들이 약탈해갔다거나 살기 위해 뇌물로 바쳐졌다거나.... 뭐 그 덕분에 무사히 지금 현 시대까지 그림이나 조각같은 예술품들이 보존되어 올 수 있었던걸까...?

상(上)권에 이어 하(下)권을 읽으려고 책을 펼쳤을 때, 제일 의문스러웠던건 왜 마키오의 시점의 세쓰코의 시점보다 먼저 나오는 걸까? 하는 점이었다. 이 책이 네 명의 대학 동창이 여행을 떠난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 여행의 계기가 된 건 마키오라는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난 당연히 이 남자의 시점이 제일 마지막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책을 다 읽고나니까 어느 정도 납득이 가기는 했다.

이 네 명 중에서 제일 남에게 무심하다고 생각했던건 마키오였다. 하지만 세쓰코의 시점을 읽고나니, 왜 이 사람의 시점이 마지막이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겉으로보면 누구하고나 잘 어울리고, 항상 사람들에 둘러쌓여있기에 친구가 많을 것 같아 보이지만, 사람들과 일정한 선을 딱 그어놓고 그 이상의 관계를 맺지 않는 이 여자가 어찌보면 제일 무심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이 여행의 원인이 되었던 사건이 해결되고, 제일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세쓰코가 마무리를 짓는다 라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처음에 앞부분만 보고는 내용이 어두워지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 네 사람 이 여행을 계기로 전부 틀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아닌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과거의 일이고, 모드 그 일이 있은 후 많은 세월이 지났기 때문인지 역시 어른이구나 라는 느낌이었다. 과거에 있었던, 이미 지나간 일.... 그러니 지금 그 일을 갖고 새삼 원한을 품거나 하기보다는 그 일 자체를 받아들인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일상"이라는 주제를 갖고 떠난 여행에서 미스테리한 수수께끼풀기 같은 평소라면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을 내용들을 갖고 잡담을 나눈다. 내가 나이를 먹어서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이 된 일본의 야쿠시마 섬은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한 번쯤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달에 35일은 비가 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강우량을 자랑하고, 산들도 엄청나게 높다고 한다. 정말 등산과 비를 별루 좋아하지는 않지만, 태고적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과 삼나무에서 고산식물까지 자라고 있다니... 재미있고, 신비한 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들이 걸었던 코스를 걸으면서 책 속의 묘사되는 모습이 아닌 실제로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다.

이 책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책에서 나온 삼월시리즈 중 한 권으로 온다리쿠씨 소설 시리즈 중 하나이다. 나름 온다리쿠씨 책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시리즈 물들은 아직까지 안 읽어본 것 같다. 삼월시리즈를 시작으로 다른 시리즈도 도전해봐야겠다. 뭐, 일단은 집에 사재기 해둔 책부터 읽고나서가 되겠지만 말이다. 

학생일 때 온다 리쿠씨의 소설들을 제법 읽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읽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수입이 없는 가난한 학생이라 읽고 싶다고 무조건 책을 사서 읽는 건 불가능했기에 학교도서관을 이용해서 읽었기에 이 작가분의 책은 의외로 읽은 거에 비해서 소장하고 있는 책은 몇 권 없다는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랄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 만에 모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결혼도 했고 아이들도 낳았으니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모였다는 짐작을 해보게 된다. 이들은 동창 중에 한 명이 가업을 잇기 위해서 고향으로 내려간다기에 송별회 겸 모이게 되었다. 그렇게 송별회에서 갖게 된 술자리에서 나오게된 지나가는 술자리 이야기가 될 줄 알았던 '여행'이 실제로 실행에 옮겨지게 된다. 그렇게 리에코, 아키히코, 마키오, 세쓰코는 Y섬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일상은 전부 잊고, 비일상이라는 주제로.... 그리고 아름다운 수수께끼를 풀자 라는 주최자 아키히코의 주장에 따라서 서로 일상 생활 속에 있었던 미스테리한 이야기들을 하게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미스테리로 남았던 사건도 이 화두에 오르게 된다.

일단, 이 책은 2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상(上)권에는 리에코와 아키히코의 시점에서 내용이 전개된다. 이제 남은 하(下)권에서는 마키오와 세쓰코의 시점에서 내용이 전개되겠지..... 개인적으로 내용이 재미는 있는데, 순간순간 집중력이 흐려질 때가 있었다. 정확한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말하기가 애매한데, 각 장에서 화자가 되는 인물의 사념이 길어서 일까? 뭐, 내가 넘 오랜만에 온다 리쿠씨의 책을 읽다보니까 이 작가님 스타일을 잊고 있어서 조금 헤맸던 점도 있던 것 같고 말이다. 뭐, 내용이 재미있어서 금방 다시 집중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일단 상권만을 읽은 상태지만, 다음 권을 빨리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미스테리함이 좋았다. 다음 권에서는 이번 권에서 의문으로 떠오른... 그리고 아키히코가 여행을 주최하게 만든 이유가 궁금해서라도 얼른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세쓰코라는 이름... 난 왜 자꾸 쎄스코라고 읽게되는 건지 모르겠네......... 뭐, 일본 원서에 나온 이름을 봐야 알겠지만서도.... 세스코나 세츠코 정도의 이름이 아니고? 하는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이름이다. 세쓰코라니.... 발음이 너무 힘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