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광고로 먼저 알게되었는지, 일본 드라마 정보 보다가 알게되었는지 솔직히 어느게 먼저였는지 기억은 안난다. 하지만 꼭 봐야겠다라며 체크해뒀던 책이었기에 도서관에서 발견하고는 바로 빌려왔다. 엄마를,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있는 딸과 아빠가 엄마가 남긴 레시피를 하나하나 익히면서 점점 살아갈 힘을...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는 얘기가 흥미롭기도 했고, 그 남겨졌다는 여러가지 레시피의 내용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남겨진 레시피들..... 도쿄에서 심신이 지친 유리코는 친정으로 내려오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옴마는 더 이상 없다. 엄마가 원하는 49제는 향을 피우거나 불경을 외우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모두가 맛있는 것을 먹고 즐길 수 있는 대연회! 엄마를 위해 엄마가 원하던 49제를 위한 준비로 엄마가 다른 사람들에게 만들어주던 발자국을 엄마버전으로 만들기로 한다. 하지만 준비하면 할 수록 엄마의 발자국은 공백이 많을 뿐이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제일 처음 들었던 생각은 남은 가족들을 위해 레시피를 만든 옴마, 오토미는 마지막까지 행복하지 않았을까? 였다. 그리고 책 속에서 유리코의 고모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따뜻한 사람이 아닌가 하면서 마지막 장면에서는 귀여운 사람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소리가 커서 화내는 걸로 자주 오해를 받고, 자신의 생각을 전부 말해버려서 오해를 받는 두 남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느낌이었다.

약간의 미스테리가 가미된 가슴따뜻해지는 소설이라고나 할까....? 장르를 정하기 참 애매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옆에 섬나라에서는 이 책의 내용을 드라마로도 만들었다고 하던데 어떻게 만들어놨을까 하는 생각에 한 번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레시피가 나오지 않을까 했던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읽기 좋은 책이었던 것 같다.

빙산의 일각인 줄 알고 접근했으나 알고보니거대한 빙산 덩어리였다. 낙원이라는 책은 딱 이런 느낌이다. 처음에는 정말 사소한 일로 의뢰인과 만나게 되어 진위여부 확인을 위해 시작한 조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과거의 사건들이 드러나니 말이다. 고구마 줄기를 잡아댕기면 고구마가 줄줄이 올라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리고 이 낙원의 이야기가 생기게 된 근본적인 사건은 마루밑에서 시체로 발견된 아카네가 관여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 하나로 16년이라는 시간동안 이어져온 악의 사슬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그런 일들이 드러나게 된다. 

뭐든 추리나 미스테리 물을 읽을 때는 항상 범인이 누굴까 라던가?, 이 사람 수상한데? 라는 생각들을 하면서 읽게된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읽으면서도 아, 이사람 수상한데, 라던가 이 사람이 범인이지 않을까 라던가 하는 상상을 당연히 하면서 읽었다. 하지만 작가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범인이 누군지 알려주지 않는다. 거기다가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총 1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고, 그 사이사이에 단장이라며 짧은 이야기들도 살짝살짝 나온다. 그래서 처음엔 이 단장은 과연 어떤사건과 관련이 있는건가 하며 읽게된다. 처음에 했던 망상을 적어보자면 마루밑에서 발견된 시체가 진짜 아카네일까?하는 것이었다. 16년이나 지난 시체가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의문이 생겼으니 말이다. 그리고 세이코라는 아이도 연락두절이라는 말에 이 사람도 죽은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됐달까...? 추리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후유증이라고 생각하고 싶을 정도로 이런저런 의심을 하게됐달까....

책을 보면 범죄를 저리른 자식을 둔 자식에 대한 두가지 처우가 나온다. 과연, 범죄자인 자식을 잘라내야할까, 갱생할 수 있도록 도와야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특히, 이 자식들이 갱생할 가능성이 적은 경우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말이다. 솔직히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가 않다. 내가 자식을 둔 부모가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상상조차도 안된달까....? 가족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게 옳은걸까?

이 책은 신문쪽에 연재했던 이야기라서 작가가 독자들을 더 들었다놨다 하는 식으로 전개를 한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이런 식의 글쓰기를 즐기는 작가인걸까?

뭐, 이 책에는 꽤나 등장인물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냥 이래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추리를 하며 넘겨버리는.... 시게코가 찾아가서 만나거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아닌 경우도 제법 있다. 어찌보면 왜 등장한건가 싶기도 하고, 이런 추리를 위해 한 번 정도 스치듯 등장할 필요가 있는 인물이다 라는 걸까?

뭐, 이유야 어쨋든 간에 책은 역시 좋은 흡입력과 긴장감에 술술 읽히는 편이다. 한 번 잡으면 뒤가 궁금해서 계속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놓지않게 된달까...? 그래서 그런지 둔기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두께를 자랑하지만 책은 금방 읽힌다. 조금 시간이지난 다음에 모방범도 읽어봐야겠다고 또 한 번 결심해 본다.

 

작년 국제도서전에서 각 4,000원에 낚아왔던 미미여사의 낙원시리즈. 사실 모방범을 먼저 읽고나서 읽으려고 미뤄두고 있었는데, 그렇게 되면 한도 끝도 없이 미뤄질 것 같아서... 사재기해논 책 먼저 다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요즘.. 모방범 안 읽었다고 읽는데 크게 지장 없겠지 뭐 라는 마음으로 그냥 읽기로 했다.

프리라이터 마에하타 시게코, 그녀는 9년 전 사건으로 자신의 직업인 글쓰는 일에서 도망쳐왔다. 특히, 범죄 사건과 관련한 일만큼은 근처도 가지 않으려고 하던 시게코였기에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도 그쪽으로 만큼은 눈길도 주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인해 그녀는 다시 사건에 떠말리게 된다. 처음엔 이야기만 들어주려고 했는데, 아들에게 예지능력이 있는 것 같다는 말과 함께 도시코가 갖고 나타난 아들이 그렸다는 그림에 9년 전 사건에 관한 그림이 그려져있는 것에 결국, 피하려던 일에 뛰어들게 되고 만다.

아마 이 책에서 언급하는 9년 전 사건은 모방범 시리즈의 내용인 것 같은데, 굳이 모방범을 읽지 않았어도 크게 지장은 없는 것 같기는 하다. 내가 이 사건의 자세한 내용이 뭔가 궁금할 뿐이지.... 처음에는 초능력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능력을 부정하는 쪽으로 사건을 조사하는데, 이게 답답한 듯 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납득이 된달까....? 현실적으로 그 아이가 이미 죽은 마당에 그 아이에게 진짜 능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물론, 세상에 그런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도 믿기 힘들지만 말이다.

일단 1권은 시게코가 죽은 아이에게 예지능력이 있다라는 걸 결국 인정하는 단계를 그린 것 같으니 2권에서는 좀 더 본격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며 기대를 해본다. 솔직히 미미여사 책들 중에 많은 추천을 받는 책이 '모방범'과 이 책이지만, 나랑은 안맞으면 어떻게하나 걱정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책의 두께와 크기와 상관없이 사건의 전말은 무엇인가 하는 궁금함에 책장이 술술넘어가서 좋았다. 2권도 얼른 읽고, 분량의 압박은 있지만, 모방범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