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제대로 기억안하고 가서 이번에도 원래 빌리려던 책이 아닌 엉뚱한 책을 빌려왔다. 잘못 빌려오긴 했지만 그래도 작가가 이름값은 한건지 중박은 쳤다.

이 책에는 총 6개의 단편들이 실려있는데, 모두 가정을 이루고 있는 남녀가 주인공이다. 무료란 주부의 일상 속에서 유일한 낙이 되어준 인터넷 경매에 빠져버린 한 주부, 아내가 집을 나갔지만 자신이 늘상 꿈꿔온 집을 만들어버린 남자, 14년간 일해온 회사가 도산했지만 아내와 역할 체인지를 하며 자신의 적성이 주부인 것 같다 생각하는 남자, 로하스에 빠진 안내가 못마땅해 결국 소설로써 자근자근 씹어준 작가남편, 남편의 또다른 새로운 사업에 한숨이 나오고 콧방귀를 끼는 일러스트레이터 아내, 외간남자에게 혼자 야한 욕구를 느끼는 이상한 여자까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 여섯명의 남녀의 이야기가 꽤나 재미있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던지 간에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뭐 이런 뜻에서 '오 해피데이'라는 노래 제목과 노랫말이 생각나게 만드는 제목을 붙인걸까? 뭐, 어쨋든 이 여섯개의 이야기들 중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주부가 적성에 맞는 것 같은 남자의 이야기였다. 회사가 망한 뒤, 아내가 전에 다니던 회사로 복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역할이 바뀌었다. 하지만 자신은 이 일이 은근히 재밌기도 하고, 적성에 맞는 것 같은데 주변에서는 '안됐다'라는 식의 시선과 충고들이 잇따르니 그게 조금 불편하달까...? 이 이야기를 보면서 생각하게 된건 역시 "남에 행복을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는건 실례야!" 였다. 뭐, 이 경우에는 남자는 돈을 벌어오고, 여자는 살림을 한다는 틀에박힌 사고방식을 주입받아온 탓이기도 하지만.... 이 두 사람이 그걸 웃어넘기는 내용이 꽤 보기 좋아서 이 이야기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두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아내가 집나간 뒤에 꿈꿔온 자신만의 집을 만드는 남자의 이야기에서 '남자들의 로망'으로 묘사되는 이 집의 인테리어 모습이... 나는 꽤나 마음에 들었는데, 진짜 그런게 남자들의 로망인걸까...? 라는 호기심이 약간 일었다. 언젠가 나도 집을 얻어 독립한다면 이런 비슷한 집으로 만들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기도 했고 말이다.

두께도 두껍지 않고, 책 내용도 부담감이 없어서 그냥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다음에 '공중그네'라는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소설인 줄 알고 빌렸으나 일본 개그맨의 자전적 에세이인 것 같다. 일본어를 공부했고, 일본 소설이나 만화를 좋아해서 많이 읽는 편이지만 연예인쪽엔 영-관심이 없어서 이 사람이 유명 개그맨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글쓴이 13살 학교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가구들이 전부 밖에 나와있다. 돌아온 형과 누나와 함께 집 문 앞까지 가보니 노란띠와 함께 '차압'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그리고 돌아온 아버지는 '해산'이라며 앞으로 각자 알아서 잘 먹고 살아라 하며 떠났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는데 뭐 이런 무책임한 부모가 다있어? 라는 생각에 울컥했다. 어쨋든 이 느닷없는 해산 선언 후, 타무라가의 삼형제는 살아갈 집을 잃고 흩어지게 된다. 형과 누나는 같이 지내자고 했지만, 형과 누나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친구집에서 지낼거야 라는 말로 남매를 안심시킨 요 맹랑한 꼬맹이는 공원에서의 노숙을 시작한다.

어린시절 느닷없이 집이 없어지며 시작된 공원 노숙이었지만, 친구의 부모님과 그 이웃분들의 도움을 받고, 누나와 형의 도움이 있었기에 자신은 무사히 고등학교도 졸업했고, 개그맨이 되어 살고 있다 라는... 그 동안 내가 이렇게 되기까지 도움을 줘서 고마워요 라는 내용의 책이었다. 너무 좋아했던 돌아가신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해.... 자신을 보고 엄마에게 나쁜소리하지 않게 하기위해 열심히 살았다며 마마보이 포스를 철철 풍겨주신다. 그 후에 아버지는 어떻게 됬는지에 대한 언급은 일절없다. 솔직히 난 이게 왜 청소년 권장도서인지 잘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엄청 인기있었다고 하던데.... 자수성가라고 볼 수 도 없는 내용일텐데 왜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뭐, 내가 에세이라는 것이 글쓴이가 살면서 느낀걸 얘기해주면 그 것에 대해 공감을 하든 뭔가를 느끼든 해야한다라는 느낌이 강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서 뭔가를 얻기에는 부족한 것 같고, 타임 킬링용으로 읽기에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달 전에 <내 심장을 쏴라>라는 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가, 정유정씨의 최신작이 입소문이 꽤 좋았던 이 책이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되었다. 일단 내가 책을 사놓고는 오랫동안 책장에 꽂아둔채 잊고 지냈던데다가 작년 초에는 솔직히 신간 체크할 정신머리도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내 심장을 쏴라>가 정신병동에서 일어난 일을 그린 내용이라면 이번 책은 한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7년 전, 최현수라는 이름을 갖은 살인마가 붙잡혔다.  어린 여자아이와 아내를 죽인 것도 모자라 댐의 수문을 개방해 마을 사람들까지 모두 죽인 희대의 살인마, 최현수. 그리고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그의 아들 최서원. 어렸을 때는 친척들 집을 전전하며 살았고, 그 후에는 자신과 룸메이트였던 아저씨, 승환의 신세를 지게 된다. 하지만 서원은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었다. 조금 적응해서 지낼만 하면 서원이 최현수의 자식이라는 기사가 실린 잡지가 배달되어 항상 쫓기듯 여기저기 이사를 다녀야만 했다. 그리고 결국은 정착하지 않는 떠돌이 신세.....  도대체 이 잡지를 보내는 사람은 누구이며,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최현수의 사형집행 결과를 통보하는 전보가 오면서 아저씨가 사라져버렸다. 7년 전 사건을 소설로 구성해 자신에게 남긴채로.....

<내 심장을 쏴라>를 읽을 때, 앞부분에 집중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게 없었다. 평범하게 시작해서 뒤가 궁금하게 만들었달까....? 그리고 정말 이건 미친놈에 또라이가 분명해 라고 처음부터 생각하게 만드는 캐릭터 묘사까지.... 책 속에 등장인물들이 다들 개성있어서 그런지 마치 진짜 그런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읽어나갔다.

이 책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잘못을 한 건 맞지만, 그 범죄자의 가족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언론과 사람들에게 질타를 받아야 하는걸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만들었다. 주인공인 최서원이라는 인물만 해도 범죄자 최현수의 자식이라는게 알려지기만 하면 세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은 피하고..... 이런저런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도 이런식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가족으로 뒀다는 이유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내용이 지루했다기 보다는 책 글씨가 다른 책들보다 작고, 여백이 좁은데다가 글 분량이 엄청나서 읽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했지만  뒷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과 전개되는 내용 속 긴장감에 책장은 술술 넘어갔던 것 같다. 작가의 다음 책도 기대해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