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이었나, 3년 전이었나? 기욤뮈소가 방한했을 때, 사인회가 있었고, 이 책도 그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던 걸로 기억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몇 년 전에도 엄청난 귀차니스트였던 내가 이번이 아니면 언제 외국작가를 보고 사인을 받겠냐며 종로로 달려간 기억이 난다. 첫번째로 사인받던 분이 팬이라며 출간된 책을 전부 갖고와서 사인받아갔었는데, 난 그런 수고로운 행동까지는 못하고, 현장에서 신간사서 사인을 받았던 책이 이 책 '당신 없는 나는?'이었다. 이번 책에는 한국 사람도 등장한다는 말을 듣고 기대를 했었지만, 정작 책을 몇 년이나 묵혀두고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캘리포니아 처녀 '가브리엘'과 프랑스 청년 '마르탱'의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13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처음만난 두 사람은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마르탱은 유학중인 신분이었으니까 다시 돌아가야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했기에 원거리 연애를 이어나갔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속담처럼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거리의 장벽을 결국 뛰어넘지 못하게 되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뉴욕행 티켓과 함께 가브리엘에게 편지를 보내고 마르탱도 뉴욕으로 날아가 약속장소인 카페에서 하루종일 가브리엘을 기다리지만, 마지막까지 가브리엘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13년 후.... 마르탱은 경찰이 되었고, 세기의 도둑이라 불리는 아키볼트를 뒤쫓고 있다. 그런데 이 아키볼트가 마르탱의 내사랑 가브리엘의 아버지라니?! 아키볼트와의 마지막 결투를 위해 미국으로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마르탱은 이 충격적 사실을 알게된다. 마르탱과 가브리엘 그리고 아키볼트 세 사람 사이의 꼬이고 꼬인 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이번 책은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기욤 뮈소의 책 중에서 제일 전개의 스피드감이 떨어졌다. 지금까지 읽었던 '구해줘'라던가 '당신, 거기있어줄래요?'라는 책들은 스피드가 넘치는 전개속도를 자랑해 긴박감같은 걸 느끼게 해줬는데, 이 책은 그런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기욤 뮈소 책의 또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었던 초자연적인 현상같은 것들에서 느껴지던 것들이 무뎌졌달까....? 책을 읽으면서 아, 이렇게되고 저렇게 해서 끝나겠네 라는 예상이 되는게.... 내가 그래도 기욤뮈소 책 몇 권 읽었다고 패턴이 익숙해진건지, 최근 몇 달 사이에 엄청나게 읽어댄 추리소설 덕에 나름 추리력이 늘어난건지 모르겠지만..... 다음 번에 읽게 되는 책에서도 감흥이 없다면 굳이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달의 바다' 라는 책으로 알게된 정한아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을 난 출간된지 몇 년 뒤에나 읽게되었다. 당시에 출간했다는 것을 알고있지는 했지만, 제일 정신없게 보내던 시기였던지라... 금방 잊었던 것 같다. 장편소설일까 기대했지만, 이 책은 총 8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단편집이었다. 달의바다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에 다음 책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장편이 아니라는게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책에 실린 단편들도 제법 맛깔나게 읽혔다.
보통의 소설책은 거의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쓰이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대화라던가 생각하는 부분은 '나'라는 부분을 쓰지만, 그 외에 묘사를 보면 대부분 책 주인공의 이름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전부 '나' 혹은 '그'라는 식으로만 표현되고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그 주인공의 시점에서만 쓰여져있다. 그리고 특이하다고도 할 수 있는 소재들과 배경들까지.... 그 중에서 제일 인상깊은 건 이스라엘의 키부츠라는 곳에서 자원봉사자로 간 한 여자의 이야기였다. 이 키부츠라는 것을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으니까 말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슬픔에 짖이겨진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종의 도피책으로 이 곳을 가게 됐지만, 어떤 곳인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쨋든 이 책은 다시 한 번 정한아라는 작가를 눈여겨보게 만들어줬다. 이 작가의 신간 소설이 나와있다면 찾아서 읽어보고, 아직 출간된 책이 없다면 다음 책이 나오기를 기다려봐야겠다.  

책을 막 읽기 시작할 무렵에는 추천도서나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 있으면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제목을 적어뒀었다. 그리고 이 책은 추천도서 목록 속에서 한 번 읽어볼까 싶어서 적어뒀던 책인데, 도서관에서 찾아서 빌려왔다.
이 책의 내용은 제목을 그대로 해석해 보면 된다. '꾸뻬'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한 정신과의사가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를 느끼고,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행복의 비밀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을 시작으로 몇 개의 나라를 더 거쳐 자신만의 행복지침서라고 할 만한 목록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자칭타칭 행복전문가라는 교수에게 보이며 자신이 깨우친 것을 보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자신의 일에 행복함을 느끼는 것 같다.
솔직히 꾸뻬씨가 쓴 목록 중에 집과 밭이 있으면 행복하다라던가 알려지지 않은 산속을 걷는 것이다와 같은 꽤나 주관적인 내용은 공감할 수 없지만,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라는 내용만큼만은 공감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인생을 남이 대신해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한 번 뿐인 인생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하며 그것을 위해 열심히 살며 행복을 느낀다 만큼 명쾌한 해답이 있을까? 내 삶의 가치에 대한 것 만큼은 이미 이런저런 생각을 거듭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거의 결론을 내린 상태라서 그런지 특별히 감흥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가 몇 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어떠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냥 아, 그렇군 하는 담담한 반응 외에는 못 할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겁니다. p.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