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들의 도서관'으로 알게된 김중혁 작가의 처녀작을 뒤늦게 빌려보게 됐다. 이 책의 존재를 안지는 꽤나 오래됐다고 할 수 있지만, 평이 그닥 좋다고는 할 수 없어서 망설였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당시보다 지금은 책을 읽는 폭이 넓어졌다고 생각하니까 일단 읽어보기나 하자 싶어서 빌려오기로 했다.

이 책에는 총 7편의 단편과 1편의 중편소설이 실려있는데, 그 중편소설이 이 책의 타이틀이 된 '펭귄 뉴스'이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괜찮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녀작이니만큼 덜 다듬어졌다고 해야할 듯 한 부분은 있지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 이야기이자 타이틀 제목의 내용이 좀 난해하달지 미묘한 구석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랄까.... 지금에서 조금 더 미래를 배경으로 쓰여진 내용인데, 몇프로 부족하다는 모 음료수 이름이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었다. 드라마에서 이것저것 떡밥 던지고, 일 벌여놨는데 최종회는 다가오니 결국엔 이래저래 떡밥 회수 제대로 못하고 종영해버리는 드라마 같다는 느낌이다. 전쟁은 무엇이고, 왜 일어나게 된 것인지 같은건 안나오고, 마무리는 기사 인터뷰같은 것과 독백으로 끝...... 내 입장에선 꽤나 미묘한 소설이었다.

하지만 이 책 속에 실린 단편들은 조금 투박한 맛은 있지만 재미있었다. 그 중에서 제일 재밌다고 생각한 내용은 한 해커이야기인 '멍청한 유비쿼터스'였다. 회사의 보안 강화를 위해 해커를 고용해 자사의 보안시스템을 체크한 회사, 그리고 회사의 보안시스템을 모두 뚫고, 회사 내부까지도 직접 들어갔다온 해커의 이야기.... 뭐, 이 내용을 읽고, 새삼 내 개인정보 보호에 좀 더 신경써야겠다 싶었달까....? 특히, 비밀번호라던가 아이디 같은건 절대 포스트잇에 써서 컴퓨터 주변에 붙이는 짓은 하지 말자고 다짐하게 됐다.

회색 괴물이라는 단편에 전화 통화 장면이 있다. 타자기와 관련해서 전화를 했다가 안받아서 퇴근하려던 길에 걸려온 전화를 받게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상대방에 첫 말을 듣고, 혼자 상대방이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서 생각하는 글만 10줄 가량이 이어진다. 나라면 통화 내용을 이어나가면서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중간중간 한, 두줄씩 삽입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지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용이 매끄럽게 진행되니까.... 뭐, 이런 점에서 조금 덜 다듬어진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처녀작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리 신경쓰일만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이 후에 나왔던 '악기들의 도서관'에서는 안그랬던 걸로 기억되니까 말이다.

내가 읽은 이 작가의 책들은 전부 단편집이었는데, 다음번에는 장편을 읽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알려진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는 총 60편으로 장편 4편, 단편 56편이다. 아서 코난 도일 사후에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출판되었었다고는 하던데, 그 이야기들은 코난 도일 재단 측에서 '이건 셜록 홈즈가 아니야! 출판하지마!!'라며 제동을 걸었고, 그 책들은 더 이상 출판되지 않았다는 듯 하다. 하지만 이 책만큼은 '그래, 넌 셜록홈즈야!'라며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니.... 꽤나 그 분들 마음에 흡족한 홈즈를 만들어냈는가 보다. 전집을 시작으로 이래저래 셜록키언에 길로 가는 입장에서 이 책 역시 안 읽을 수 없었기에 구입해 읽기로 했다.

책은. 이 '실크하우스'사건을 당시에는 봉인했지만, 이 시리즈를 써서 셜록홈즈 시리즈를 완성하고 싶었다는 왓슨 박사의 서문으로 시작한다. 이 사건이 일어난 시기는 아마 빨간머리 동맹 사건 이후이고, 왓슨 박사도 결혼한 뒤 인 것 같다. 아내가 잠시 집을 비우는 동안 왓슨 박사는 베이커가에 신세를 지기로 한다. 그리고 바로 그 날, 홈즈에게 사건의뢰가 들어온다. 미국의 '납작모자단'이라는 단체의 두목에게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 의뢰인의 집에는 도둑이 들면서 이 범인을 추적하게 된다. 이 추적과정에 홈즈는 이번에도 역시 베이커가의 탐정단이라 불리는 부랑아들의 도움을 받아 소재파악에 성공한다. 하지만 범인은 이미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상태였고, 설상가상으로 이 범인을 발견한 아이 중 한 명인 '로스'가 실종되어버린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 뭔가 겁에 질린듯 하고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더니 말이다. 뭔가 위험한 상황을 감지한 홈즈는 그 아이를 찾아 동분서주하게되지만, 로스는 결국 시신으로 발견되고 만다. 실크로 만들어진 하얀 리본이 묶인채....

사소한 의뢰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파헤쳐 나가다보니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사건이었다. 최종적으로 '실크하우스'라는 나라의 고위 간부들까지도 관여된 이 비밀단체의 수수께끼를 풀기까지.... 정말 다사다난한 사건들이 일어났고, 왓슨박사가 이 사건을 당시에 봉인했을만 했다. 요즘 시대에도 이런 실크하우스에서 일어난 일들이 일어나도 매장당하는 판에 100년도 더 전에 이런 일이 행해졌다면.... 더 봉인해야 했겠지... 그것도 나라의 고위 간부들에 왕족 등등이 관계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야기는 꽤나 흥미진진하게 이어졌고, 재미도 있었지만, 앞부분의 번역은 솔직히 좀 지루했다. 전체적으로 오탈자도 제법 있는게 거슬리기는 했지만, 일일이 체크하는 번거로운 짓은 하지않았다. 내가 전집을 번역한 백영미씨의 번역을 재밌게 봐서 그런걸까....? 앞부분과 뒷부분을 다른 사람이 번역한건가 싶게 좀 차이가 있달까...? 아님 작가의 집필능력인건가? 뭐, 그거야 어쨋든 홈즈나 왓슨 박사를 꽤나 잘 부활시켰다는 느낌은 있었다. 사건도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했고 인정받을만 했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관에가면 항상 내가 읽고 싶다고 생각한 목록 안에서 책을 찾아오는 편이다. 이 책의 제목은 꽤나 친숙하기도 하고, 내가 목록에 적어놨던 것 같아서 빌려와 혹시나 싶어서 목록을 찾아봤지만, 그냥 들어보기만 했던 책이었다. 어떻게 하다가 이 책의 제목이 눈에 익게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고, 기억할만 하니까 기억했겠지 싶어 목록에 추가시키고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은 한 회사의 CEO인 '로저'의 이야기이다. 그는 지금 현재 회사일과 집안일로 심신이 지쳐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 속에서 로저는 '밥 아저씨'를 만나게 됐다. 로저의 회사에서 청소 일을 하는 밥 아저씨의 오페라를 부르는 노래소리에 말을 건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서로 말문을 트게 되었고, 로저가 푸념하듯 털어놓은 말에 밥아저씨는 아내 '앨리스'가 자신에게 가르쳐준 살아가는데 필요한 6가지 지침을 그에게 알려주기로 약속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월요만남이 시작되게 된다. 오렌지 색 수첩 속에 아내가 가르쳐준 여섯가지 가르침을 적어 항상 갖고 다니는 밥아저씨는 로저에게 한 주에 딱 한 개씩의 지침만 알려준다. 자신이 그 가르침을 받게 된 상황설명까지 덧붙여가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생각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 책이 '마시멜로우 이야기'랑 이야기 하는 방식이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마시멜로우 이야기가 사업에 성공한 사장이 자신의 운전사에게 '눈 앞에 유혹에 현혹되지 말고, 그 유혹을 참은 뒤에 있을 보상을 생각해 참아라' 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했다면 이 책은 정반대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회사의 CEO가 연륜있는 청소부 아저씨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이 생각까지 하고보니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뭐, 어찌됐든... 이 책에 나오는 여섯가지 생활지침이란거는 이렇다할 특별한 것은 아니다. 정말 일상 속에 사소한 것들을 조금 변화시킨다는 느낌이랄까....? 바쁘더라도 지쳤을 때는 재충전을 해라 라는 정도의 정말 사소한 것들로, 이 말에 대한 예시를 들어보자면 학교다닐 때 우리가 쉬는 시간 10분동안 쪽잠자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쳐있을 때만큼 머리회전이 둔한 경우도 없으니까 말이다. 뭐, 내 개인적으로는 이 재충전이라는 지침만이 제일 마음에 들었지만..... 우리나라 남자 사회인들에게는 이 다음지침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라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족도 소중한 것이라는 깨우침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로저'처럼 회사일과 집안일에 치이고 있는 사람들... 특히 남자 사회인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싶은 책이었다. 내용이 딱딱하지 않아서 금방 읽히면서도 얻어갈만한 무게도 제법 있으니 말이다.

 

2천 년을 살든 20년을 살든 중요한 건 그 기간이 아니라네. 정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한 거지. p. 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