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마돈나'가 중년 남성들의 이야기 였다면 이번에 읽은 책인 '걸'은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이번 책에는 총 5편의 이야기가 실려있고, 모두들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여성들로 세 명의 골드미스와 두 명의 워킹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언제까지고 소녀로 남고 싶은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의 타이틀이 된 '걸', 여자가 고분고분해야지 그렇게 나대서 쓰나 라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갖고있는 한 중년 남자 직원과 상사의 콧대를 눌러주는 이야기를 다룬 '히로', 친구가 아파트를 사는 걸 보고 자신도 아파트를 사기 위해 알아보던 중 무리를 해서라도 갖고싶은 아파트가 생기면서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있던 회사가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할 회사가 된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아파트'까지.... 하나같이 개성강한 여자들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내용은 남성우월주의에 사로잡혀있는 보수적인 남자들의 콧대를 눌러준 이야기인 '히로'였다. 물론 이 책을 쓴 작가가 일본 사람이니까 일본의 이야기를 다룬거지만, 우리나라 역시 남성우월주의에 빠진 남자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괜히 대리만족이 되는 느낌이었다. 사람을 능력으로 판단하는게 아니라 '남자/여자'라는 성별만으로 차별이 이루어지는 이 나라의 '아들,아들'하는 문화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아무튼 옆 나라 이야기여도 속은 후련했다.

아무래도 남자들의 이야기/여자들의 이야기로 구분이 되는 마돈나/걸 이다보니까 계속 언급이 되는 것 같은데, '마돈나'의 경우는 재미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역시 내가 여자 입장이다보니 남자들도 직장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힘들겠네 라는 생각은 들지만, 조금 뭐야 싶은 점도 있었다면 '걸'의 경우는 역시 같은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더 재밌게 읽었던 것 같은 느낌이든다. 그런데 오쿠다 히데오씨는 이 이야기들을 쓸 때 취재를 하기는 했겠지만, 어떻게 썼을까 조금 궁금해졌다. 남자라서 쓰기 힘들었을 것 같으니까..... 뭐, 어쨋든 역시 이 작가의 단편들은 재밌는 것 같다. 나하고 코드가 맞는건가? 아무튼 다음 번엔 오쿠다 히데오씨의 장편에 도전해봐야겠다.

 

요즘 너무 피곤해서 장편 소설 외에도 1시간 내외로 깔끔 쌈빡하게 가볍게 읽을만한 책도 빌려야겠다 싶어서 어떤 책을 빌려야 잘 빌렸다고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상뻬아저씨가 생각났다. <얼굴 빨게지는 아이>를 통해 알게된 상뻬아저씨의 책은 그냥 낙서한 듯한 느낌이지만 묘한 중독성이 있는 그림이 매력인 그런 책이다. 상뻬아저씨의 그림만 들어가있지만 착한 두께와 무게에 선뜻 빌려왔다.

이 책 속에 주인공은 '카트린'이라는 한 소녀인데 성인이 된 카트린이 자신이 미국으로 오기 전 아빠와 단 둘이 프랑스에서 지냈던 시절에 대해서 회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당시에 엄마는 미국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보통은 엄마와 함께 지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써는 카트린은 왜 아빠와 함께 프랑스에 머물렀는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카트린은 아빠와 함께 프랑스에서 머물고 있었다. 카트린에 따르자면 카트린의 아빠는 미국으로 갈 때를 기다리며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정리하려고 남았던 것이라고 한다. 어쨋든 조금은 모자라지만 착한 아빠와 함께 프랑스에서 지냈던 시절의 이야기인데 '재밌는 부녀군'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빠의 동업자의 잔소리가 시작되고 듣기가 싫어지면 쓰고있던 안경을 벗어 시야를 뿌옇게 만들기도 하니 말이다.

어찌 됐든.... 정말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읽기에 딱이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이 철없는 부녀의 행동을 그려준 상뻬아저씨의 그림이려나....? 특히 두 부녀가 안경을 머리 위로 올리고 멍때리는 모습이라던가, 부녀가 안경을 닦는 모습을 그린 것들이 귀여웠다. 내용만 읽어보면 정말 철없는 부녀인데 그림까지 보면 귀엽게 느껴진달까....? 역시 상뻬아저씨의 그림은 매력있는 것 같다.

김진명씨 소설하고는 나름 코드가 맞는건지 내가 선택을 잘했던건지.... 어쨋든 제법 재미있게 읽어왔기에 이번에도 망설임없이 도서관에서 집어왔다. 요즘엔 피곤해서 2권으로 나뉜 책은 무리라서 1권으로 된 책이면서 조금 얇은 편인 책으로 고르다보니 이 책이 선택됐는데, 이 책만큼은 재밌었다 라고 말하기가 뭐했다.

이 책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성경 속 숫자들의 비밀을 풀어 최후의 경전이라 불리는 신비의 경전을 찾아내 프리메이슨을 지배하는 자를 만나 그의 음모를 막아낸다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은 최근에 피곤에 쩔은 폐인상태다 보니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도대체 뭐라는거니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성경 속 숫자얘기가 외계어로만 보였다. 뭐, 그래도 대충 이해해본 바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는 점점 진화해온 최종단계의 인류가 아니라고 한다. 먼- 옛날부터 지구상에 수 많은 고만고만한 부족 가운데서도 뛰어난 지능을 갖은 부족이 있었다나? 그런데 그들은 자연재해로 인해 멸망했을 뿐더러 역사 속에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이 자연재해로 부터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가와 관련해 한 경전에 기록을 남겨놨다는 뭐 그런 얘기다.

김진명씨의 소설을 역사적 사실을 소설 속에 가미시킨 팩션이기에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허구)인지 역사에 관심과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니면 제대로 구분하기가 힘들 것이다. 나의 무지함탓이 제일 크겠지만, 이 책의 내용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참 애매하면서도 알 수가 없으니.... 이렇다하게 뭐라 말 할 수 가 없는 기분이다. 내가 읽은 김진명 작가의 책들 중 이 책만 유일하게 재미를 못 느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안 읽어! 라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내가 읽게 될 김진명씨의 책이 어떻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