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목부터가 끌린다. 악인(惡人), 도대체 무슨 내용인데 제목이 이런건데? 라는게 이 책에 대한 내 첫인상이었다.

이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쳤을 때는 뭐야 도대체 라는 느낌이었다. 책과는 상관없을 법한 뜬금없는 얘기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이 책에서 손을 떼기가 힘들어졌다. 다른 살인사건을 다루는 소설들과는 다르게 범인을 잡는 경찰들 얘기가 중심이 되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살인 사건과 관계가 있는 주변인물들의 범인이 잡히기까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딸을 미쎄스 고개에 버리고 온 마스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요시노의 아버지 이야기 라던가 유이치가 죄책감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던 이야기, 미쓰요와 유이치의 도망생활 이야기 등 시점의 변화를 주기도 하고, 어느 한 인물의 독백같은 말이 나오기도 하면서 작가는 이 소설 속에 개입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요시노와 유이치의 주변인물들만을 등장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을 중간에 놓아야할 때가 너무 아쉬웠다.

이 책은 하나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요시노라는 한 보험설계사가 미쎄스고개에서 목이 졸린체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그녀는 주변에는 남자친구와 만나러간다며 친구들과 헤어졌지만, 그녀는 유이치라는 만남사이트로 만나게된 남자를 만나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유이치를 만나러 약속장소로 향한다. 그 장소에서 그녀는 원래 만나려고 했던 유이치가 아닌 남자친구라고 말한 마스오를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유이치에게 계좌이체시켜줘 라는 말 한 마디만 남겨둔 채 마스오와 드라이브를 하러간다. 하지만 마스오는 미쎄스 고개 쪽으로 갈 수록 짜증이 치밀어 결국 그녀를 그 고개에 버려두고 가버린다. 그 뒤를 쫓아 왔던 유이치는 그녀에게 가서 데려다주겠다고 하지만, 그녀는 말도 안되는 죄를 그에게 뒤집어씌워 그를 고소하겠다고 한다. 그 말에 유이치는 요시노를 목졸라 죽이게 된다. 그 후 유이치는 일상에 아무렇지도 않게 복귀한 것 같지만, 밤엔 죄책감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지 여러날이 지났을 때 옛날에 만남사이트로 알게되었던 미쓰요에게서 한 통의 문자가 온다. 그렇게 그 둘은 문자를 주고 받다가 만나기로 한다. 둘은 만남을 갖으면서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유이치는 마쓰요에게 자신이 미쎄스 고개에서 시체로 발견된 그 여자를 목졸라 죽였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그는 자수를 하러 가려고 했지만, 미쓰요에 의해 자수는 못하고 도망치게 된다. 미쓰요와 유이치는 러브호텔을 전전하며 도망을 다닌다. 그러다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등대가 있는 오두막으로 피신을 하게 된다. 그 곳에서 그 둘은 숨어지낸다. 하지만 결국 편의점에 갔다가 그 곳에 있던 경찰에게 미쓰요는 유이치에게서의 보호를 목적으로 경찰서로 호송된다. 하지만 화장실에 가는 척 미쓰요는 화장실 창문으로 도망쳐 유이치가 있는 오두막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둘이 만났을 때에는 이미 경찰들이 그 곳을 향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유이치는 미쓰요의 목을 조른다. 하지만 경찰들 덕분에 미쓰요는 죽지 않고 유이치는 경찰에 잡히게 된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마지막에 유이치가 미쓰요의 목을 조르면서 나는 니가 생각하는 착한 사람이 아니야 라는 뉘앙스에 말을 했었다.

그러면서 미쓰요는 그는 정말 세상에서 말하는 악인이죠? 라는 뉘앙스의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누구도 쉽게 유이치는 악인이다 라고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유이치는 미쓰요를 최대한 배려한 것이니까...

이 책 거의 마지막 부분에 예전에 유이치가 요시노를 만나기 전에 알았던 한 여자의 독백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녀는 예전에 유이치가 친 어머니에게 돈을 뺏는다는 말을 했고, 왜 그러냐라는 뉘앙스의 질문에 이런대답을 했다고 한다. 누구든 피해자가 되고 싶어하니까....

이 책을 읽고나면 악인이라는 정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과연 악인이란 어떤 사람을 지칭해야할 말인걸까.

나는 성선설을 믿기에 원래부터 악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이 악해지는 것은 사람에 의해서 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악인을 만드는 것은 우리들이기에 그 누구도 남에게 악인이라는 말을 함부로 써서는 안되는 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제목은 좀 특이하다.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제와는 조금 동떨어진 제목이다. 그래서 이 책은 내용이 뭐길래 제목은 향수인데 부제는 살인자이야기래? 라는 호기심으로 이 책을 펼쳤다. 

프랑스의 어느 마을에서 태어난 그루누이는 뛰어난 후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를 낳은 여인을 그를 생선좌판밑에 생선찌꺼기들 밑에 낳고 죽도록 내버려두지만, 그는 살아남았다. 그 후 그는 여러 유모들의 손을 거치며 자라지만 모두들 그를 키우는 것을 꺼려했다. 단 한 명의 유모만 빼놓고... 하지만 그루누이를 맡긴 곳에서 더 이상 돈이 들어지 않자 마을에 한 무두장이에게 그를 팔았다. 그 후 그는 무두장이 밑에서 일을 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아름다운 향기 하나가 그의 코를 자극하였고, 그 향기를 따라간 그루누이는 그 향기를 자기 걷으로 만들기 위해 그녀를 목졸라 살해한다. 그 후 그는 한 향수제조인 밑에서 일을 하게되었고, 향수 만드는 방법을 배운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뒤 그루누이는 그 가게를 떠난다. 증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향기를 얻는 방법을 배우고자... 하지만 그는 여행길에서 도시에서와는 다르게 편안하게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되자 인간을 피하게 되었다. 점점 밤에 활동을 하게되고, 사람들이 많은 도시나 마을이 나타나면 멀리 돌아가는 등 사람과의 접촉을 피했다. 그렇게 그는 인적이 없는 한 동굴에서 살게 된다. 그 동굴에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그는 몇 년이 흐른 뒤 자기에게서는 냄새가 나지않는다는 것에 경악하며 다시 세상으로 나온다. 그 후 그는 증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꽃잎등에서 향기를 체취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그는 그 곳에서 만난 또 다른 아름다운 향기를 얻기 위해 25명의 여인들을 살해한다. 그루누이는 결국 잡히게 되지만, 그의 처형 날 그가 뿌린 향수로 인해 그 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마치 귀신에 씌이기라도 한듯 그를 사랑하게 되고, 존경을 표하게 되며 결국 그는 사형을 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 후 그는 그라스를 떠나 파리의 이노셍 묘지로 간다. 그 곳에서 그는 부랑자들 속에 끼어든 뒤 그 향수를 몸에 뿌리게 되고, 그 향기에 이끌린 부랑자들은 그를 토막내어 먹어치운다.

이 소설은 정말 하나의 숨겨진 역사같은 소설이었다. 마치 진짜로 이 세상에서 잊혀졌던 하나의 사건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 같았달까... 어쨋든 나는 이 소설을 보면서 감춰졌던 진실을 알게된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작가가 직접 개입하기도 하면서 글을 전개하는 방식이라던가 내용을 51장으로 나눠서 스토리를 엮는 방식이 정말 재미있었다. 나처럼 긴 이동시간동안 책을 보는 경우 보통의 소설책은 끊어서 읽는게 많이 애매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장으로 나뉘어있어서 잠깐씩 짬내서 읽거나, 지루한 이동시간 틈틈히 읽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읽기 좋은 소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