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피크닉 이후로 좋아하게 된 작가의 온다 리쿠의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읽으려고 벼르고 있다가 드디어 읽게 되었다.
초콜릿 코스모스라는 내용을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제목으로 내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글에서는 연극과 관련 된 이야기라고 해서 온다리쿠는 연극이라는 소재로 어떻게 내용을 풀어갈까 기대를 하며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뭐랄까.... 만화책 <유리가면>과 많이 겹쳐지는 느낌이 든다. 자꾸 만화책의 관계가 함께 떠오른달까.....
배우 집안 출신의 쿄코는 엘리트다. <유리가면>의 아유미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연기를 전혀 배워본 적이 없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있는 사사키. <유리가면>의 마야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초콜릿 코스모스라는 책에서는 이 둘의 대결구도라는 것을 찾아 볼 수 없다. 이 책은 세리자와라는 한 연출가의 연극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보면 될 것이다. 작가는 나이에 상관없이 두 명의 여자가 연기할 수 있는 각본을 써야하는데, 이 일을 의뢰받은 한 작가의 각본을 완성시키기 위한 몸부림을 보여준다. 그리고 엘리트 배우 쿄코의 이 연극에 출연하기 위한 몸부림과 제로극단에 들어가 초연작에서 했던 연기로 눈에 띄어 이 연극 오디션을 보게 된 사사키의 이야기가 주가된다. 아직 각본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두 주인공을 캐스팅하는 오디션과정이 나오고, 이 오디션을 통해 두 명의 배우가 정해진다. 그리고 각본가는 지나가던 꽃 집에서 우연히 보게 된 초콜릿 코스모스라는 꽃을 보고, 사사키를 떠올리며 연극의 제목을 정해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연출가는 각본이 나올 동안 사사키의 결함을 채워주기위해 여러가지를 시키고 있다.
이렇게 이 책은 최종적인 연극은 시작하지 않은채 연극 오디션 과정만을 그리고 있다. 뭐랄까...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만을 보여준 소설이라는 느낌이다. 책은 그럭저럭 재미있는 편이었지만, 역시 온다리쿠 라는 느낌은 그닥 들지 않았달까.... 시점이 너무 많아서 살짝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단지, 이 책에서 특이했던 점이라면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사사키의 시점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사키에 대해서 알려주기 위해 사사키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나왔지만, 그 부분은 작가의 시점이라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소설자체가 재미없었던 것도 아니고, 결말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온다리쿠만의 느낌이 안들어서 살짝 아쉬운 책이었다.
<책 속 좋은 글귀>
갑자기 달라진 것 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은 안그래.
속에서는 줄 곧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던거야.
어느날 갑자기 달라진게 아니라 한 방울 한 방울 모인 변화가
어느 순간 흘러넘쳐서 남의 눈에 띄게 됐을 뿐인 걸. -p.77
배우는 인간이야. 배우는 인간을 연기하는거야.
인간은 내가 방금 말한 걸로 돼있어.
에고라든지, 자존심이라든지 그런게 가장 인간적인,
인간의 추잡함과 숭고함과 모순을 포함한 부분이고,
그런게 없는 배우가 인간을 연기해봤자 무슨 재미가 있겠나 -p.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