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것은 절망의 순간, 삶의 공포와 분노가 외로운 스티브 스미스에게 덤벼들면 그녀에게는 죽음이 친구라는 생각이 찾아들었고 밤마다 죽음이 그녀의 머리맡을 찾아왔다. 죽음은 그녀에게 있어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사치스런’ 고뇌의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절망과 소외로부터 그녀를 구원해주는 최선의 피난처였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녀에게 죽음은 삶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의 도피처였고, 달콤한 잠과 같은 휴식처였으며, 절망으로부터의 구원책이었다사실, 스미스가 삶을 두려워하고 죽음을 사랑했던 것은 그녀의 삶이 절망 위에 세운 고독과 소외의 삶이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보고 자란 그녀는 가부장제의 남성, 결혼, 가정생활에 대해 어두운 부정적 견해를 키웠다. 그 결과 결혼생활에 구속되길 거부하는, 독립적이면서 고독한 성격의 소유자가 된 스미스는 자신의 외로움을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원래 스티비 스미스는 영국의 시인으로서 모더니즘과 후기 모더니즘의 시대에 활동했다. 때로는 죽음과 자살에 탐닉하는 짙은 어둠이 깔린 고백시, 때로는 재기 넘치는 재치와 해학으로 장난기 가득한 냉소와 풍자의 시를 구사한 그녀의 독특한 시는 당시의 주류였던 모더니즘에서 벗어나있어 주변을 탐색하는 재미를 주고, 당시의 시적 규범을 뛰어넘는 상상력으로 그녀는 어떤 전통에도 속하지 않는 시를 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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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책의 저자는 바로 식민지의 미술지망생이자 문학청년이었던 이상이 경험했던 동시대의 예술과 과학의 실체가 어떠한 것이었는가 하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상이 어떤 철학적 사유를 경험했으며, 어떠한 미술작품을 보았으며, 어떠한 문학작품을 읽었던 것일까 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면, 그로부터 이상이 나아간 성취의 지점들이 분명하게 밝혀질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 아래 문학에 별처럼 총총히 박혀 있는 동시대의 지식들이 이루고 있는 길을 따라 그를 이해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고 있는 것이였다. 사실, 이상은 지금까지 줄곧 신화로 존재해왔으며, 한 번도 역사적 존재가 될 수 없었다. 물론 그가 스물일곱의 짧은 삶에 남긴 흔적들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것은 그를 역사화하려는 시도였던 것이 아니라 이상이라는 작가의 믿을 수 없는 천재적 성취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었다. 이러한 학문적 풍토 아래 이상을 읽어내려는 시도는 번번이 뜬구름 위에 존재하는 기호를 찾아내는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이라는 이름은 마찬가지로 매혹적인 것으로 그만큼 접근하기는 어렵지만, 언젠가 한번쯤은 꼭 읽고 해석해내고 싶은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상이 갖는 의미가 그러한 만큼, 한국의 출판계에는 작가 이상과 그의 문학을 다룬 연구서들이 이미 차고 넘치도록 쌓여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것이나 이상의 삶이나 그가 남긴 문학작품들의 비밀을 명쾌하게 풀어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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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저자는 이 글을 준비하기 위해 이광수가 유년시절에서 청년시절에 걸쳐 접했던 동학이며 톨스토이, 크로포트킨의 사상을 따라 읽으면서 인본주의에 기반을 두어 근대 제국주의의 논리에 맞섰던 근대사상의 또 다른 한 축이 이광수 사상의 기저에 놓여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커다란 수확을 얻기도 했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논문 형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형식의 글이어서 글을 쓰는 내내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부드럽게 읽을 수 있는 글들이 이어진다. 저자는 이 글을 쓴 뒤에도 이광수 관련 자료들이 새로이 발굴되어 쏟아져 나온 데다, 정력적으로 움직이며 변화해가는 이광수의 면모를 역동적으로 파악하기 위하여 완성된 평전을 통해 작가 연구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게 될 날을 기약하고 있었다. 특히, 이광수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민족주의와 반민족주의의 양 극단을 달리고 있는데다 근대 문학자이자 사상가로서의 이광수의 업적이라는 것도 사회진화론으로 대변되는 서구 혹은 일본 근대 문학과 사상의 모방과 이식이라는 평가가 여전히 지배적인 까닭이다. 저서에 실린 일련의 논문들은 이광수에 대한 이런 저런 정치적 판단이나 선험적인 평가를 내려놓고 일단 이광수가 접했던 다양한 문학자들의 작품과 사상가들의 저서를 직접 따라 읽으며 이광수의 사유에 보다 밀착하는 방법론을 취함으로써, 이광수의 문학과 사상에 서구 혹은 일본 근대 문학의 모방과 이식을 넘어서는 사유가 내재해 있음을 밝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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