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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성공하면 우리는 좋은 부모가 된다. 아이의

성공이 곧 우리의 성공이다. 아이의 성공으로 우리는 좋은 부모라는

새로운 사회적 지위를 얻는다.

 

부모를 자랑스럽게 하는 일이 아이에게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부모 대부분은 인식하지 못한다. “정말 잘 했어! 난 네가 무척 자랑스

럽단다.” 많은 부모들이 쉽게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성공해

서 기쁘지? 네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겠구나.” 아이의 시각에서

우리는 아이를 계속해서 이상화하기를 좋아한다. 겸손함이라곤 찾

아볼 수 없는 어투로 보리스 베커가 말한 것처럼 말이다. “아이들은

모두 아름답고 멋지다.

 

 하지만 나의 세 아이는 나의 완벽한 작품이

다.”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될 건 없다. 이상화는 감정이 메

마른 관계나 힘든 시기를 극복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엄마들

이 갓난아기를 이상화할 수 없었다면 아마 인류는 벌써 멸종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이런 이상화가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고착되

면 눈과 뇌가 흐려진다. 그리고 더욱 심각하게도 이런 이상화는 아이

를 압박한다. 아이는 우리의 이상과 일치해야 한다. 잘 알겠지만 이상

과 일치하기가 얼마나 힘든가! 자연히 이상에 맞추려는 노력은 대부

분 실패한다. 부모가 뽐낼 수 있도록 항상 명품이어야 하는 것은 아이

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캐나다의 심리치료사 폴리 영–아이젠드래스Polly Young-Eisendrath는

《자긍심 함정The Self-Esteem Trap》에서 “특별한 존재는 외로움과 두려움

을 느낀다.”라고 썼다. 특별한 존재여야 한다는 감정은 종종 실패할지

모르는 두려움, 외로움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가장 날씬한, 가장 똑똑

한, 가장 재치 있는, 가장 성공한 최고가 되라는 기대를 채울 수 없다

고 느끼는 순간, 기대를 받은 당사자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과도한 기대를 어깨에 짊어진 슈퍼차일드가 이런 재앙을 맞지 않도록

부모는 스스로 성찰하고 좀 더 겸손해져야 하리라.

 

만약 부모가 이상화에서 벗어나 현실의 토대 위로 돌아오지 않으

면, 평범하게 살아도 되는 자유를 아이에게 주지 않는다면, 부모는 오

히려 아이에게 해가 된다. 이런 부모는 결국 심리치료사와 정신과 의

사의 주머니만 채울 뿐이다.

 

 

슈퍼차일드

 

산업화 이전 시대에는 매일의 생존이 가족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으므

로 개인적인 기호, 감정, 욕구를 돌볼 겨를이 없었다. 개인보다는 가족

공동의 목표가 우선이었다. 개인화 경향이 강해지면서 개별 인격체로

서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도 함께 커졌다. 현재 우리는 자아실현과 개

인의 행복을 추구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캐롤라인 톰슨의 말을 빌려보자. “사랑받는다는 것은 가치를 인정

받는다는 뜻이다. 사랑은 우리를 드높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특별한

존재가 되려는 우리의 노력에 사랑만한 것은 없는 듯하다.”

 

아이의 사랑은 우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 아이의 사랑은 우리

를 고양시키고 자존감을 높인다. 아이의 사랑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일정 수준에서는 극히 정상적인 나르시시즘이다. 그러나 엄마아

빠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아이도 똑같이 특별한 존재여야 한

다면 이것은 분명 문제다. 이 지경에 이르면 부모는 아이를 남보다 눈

에 띄도록 치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으로 아이의 숨은

재능을 찾기 시작하며 마침내 하나라도 발견할 때까지 온갖 수단이

동원된다.

 

이때 많은 부모들이 속으로 기대한다. ‘아이가 영재면 얼마나 좋을

까? 운동을 아주 잘하거나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도 괜찮고, 아무

튼 천부적인 재능이 있음 좋으련만…….’ 이들은 자기 아이가 다른 사

람 눈에도 특별하기를 바란다. 자기 아이가 아주 평범하게 자랄 거라

는 소리를 듣고 좋아할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아주 약간이라도 최소

한 평균보다는 높아야지!

 

아이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는 데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해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할까 걱정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시사주간지 《슈피겔

Spiegel》의 보도에 따르면 점점 더 많은 부모가 현미경을 들고 아이의

재능을 수색한다. 청소년심리학자 로타르 둥켈Lothar Dunkel은 인터뷰에

서 영재 히스테리의 슬픈 배경을 설명했다. 아이가 영재이기를 바라

는 마음 뒤에는 종종 아이를 위하는 마음보다는 부모의 야망과 허영

이 있다고.

 

아이가 보통 이상으로 똑똑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소망은 애석하게

도 실망으로 끝나기 십상인데, 영재 연구자들이 잘 알듯이 종 모양의

정규분포를 어기는 이변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큐 정규분포에

서 영재라 할 만한 130 이상은 여전히 약 2%다.

 

저널리스트 칼 오너리Carl Honore는 《억압받는 아이들Under Pressure》에

서 아들의 담임교사와 나눈 대화를 자조 섞인 어투로 묘사한다. “교사

가 아들의 성공과 실패를 말하면 곧 나의 성공과 실패처럼 느껴진다.

아들 공책에 찍힌 황금별을 보면 환호성을 지른다.” 그의 아들은 학교

에서 공부를 괜찮게 하는 편이다. 그러나 공부를 잘한다는 소리보다

아들에게 예술적인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는 훨

씬 기뻤다. 드디어 나왔다. 모든 부모의 귀를 즐겁게 하는 두 글자짜리

마법의 주문. 재. 능. 그때부터 아빠는 아들이 국제예술 분야에서 제2

의 피카소로 명성을 떨치는 날을 꿈꾼다. 소위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아들이 미술이 싫다고 절규할 때까지 열심히 뒷바라지한다. “어른들

은 왜 모든 일에 간섭하려 들죠?” 아들이 화가 나서 물을 때까지.

참 어려운 질문이다. 왜 우리는 아이가 자연스럽게 성장하도록 내

버려두지 않을까? 아이의 욕구와는 전혀 상관없이 마구 자란 우리의

무성한 소망으로 빛을 가려 아이를 어둡게 할까?

 

왜냐하면 아이에게 거는 기대와 요구가 결국 인정받고자 하는 자

신의 욕구임을 인식할 만큼 우리는 주체적이고, 성찰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아이를 보며 자랑스러움을 느끼려 하고 그것

을 당연한 일이라 여긴다. 이런 자랑스러움에는 완전히 다른 두 얼굴

이 있다. 우선 중요한 뭔가를 스스로 이루어냈다는 자랑스러움이다.

아이를 자랑스러워하는 부모의 마음에는 어느 정도 자기자랑이 들어

있다. 이 멋진 아이를 봐. 내가 키운 아이야! 내가 얼마나 멋진 엄마(아

빠)인지 알겠지? 사실 재능이나 소질은 대개 유전이거나 행운이다. 그

런데도 부모들은 그것을 감사하고 기뻐하는 대신 거리낌 없이 자신의

업적으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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