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언어라는 제목만보면 무슨 내용일까 궁금증이 생긴다. 마치 무슨 스릴러나 추리물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 책은 혈족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의미,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족에게서 흐르는 같은 핏줄이라는 의미이다. 사실 예전에는 같은 핏줄이라는 의미가 그리 의미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예전의 유교적 사상에 기반한 잘못된 편견이라는 느낌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들은 혹시 안정된 환경 속에서, 다 같은 얼굴을 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온 나의 단순한 생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안정된 가정 속에서 안정된 환경에서 안정되게 살아온 나의 지난 일들에 대한 감사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제인은 6개월 때 언니와 함께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된다. 그 후 자신의 어머니와 연락이 되어 만나게 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써 내려간 글이다. 입양아의 문제는 이전부터 여러 번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화제였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들은 하지만 아직도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정말 풀리지 않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해외 입양을 막는 방안으로 국내 입양을 권하고 또 세상의 주목을 받는 연예인들이 앞장서서 입양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한국 가정에서 입양하여 아이를 키우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아무래도 이미 수 천년 동안 내려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나라도 아이를 입양하여 키운다는 일에는 자신이 없다. 텔레비전을 통하여 아이를 입양하여 훌륭하게 키워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보면서 감동은 하지만 그것이 실제의 내 일이 되도록 만들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한 사람의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서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에 자신이 없는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서 해외 입양을 줄이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는 예전처럼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서가 아니라 요즘처럼 먹고 사는 일이 편안해진, 각종 다양한 정보들이 난무하는 요즘에도 해외 입양아가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아마도 문란해진 성에 대한 관념이나 성을 사고 파는 일들이 너무도 흔해빠진 일이 되어버려 그런 속에서 양산되는 미혼모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처럼 먹고 사는 일이 힘들어서 아이를 버리는 경우보다는 미혼모의 아이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저러나 이렇게 아이들이 해외로 나가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일은 슬픈 일이다.

 

사고방식도 다르고 먹는 음식, 언어가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일이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백인에 대하여 또는 흑인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편견을 그들도 가지고 있나보다. 아시아계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당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스토킹을 당하는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그런 일들을 이겨낸 저자에 대하여 옆에 있다면 어깨라도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심리적인 충격을 견뎌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ㄹ 나이가 들수록 느끼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것은 해외 입양아들의 환경은 좋은 양부모를 만나고 좋은 교육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얻을 수는 있지만 한국인의 정서와 같은 끈끈한 모성애는 없을 것이다. 그나마도 행운인 환경이고 이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이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환경 속에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정말이지 위대한 분들이란 생각이다. 또 그런 일들을 이루어내지 못한 분들이라면 그런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단체를 한국에 설치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지금 그런 일들이 추진되고 있는듯한데 그 일에 한 표를 보낸다. 그들을 버린 우리들이 그들을 위해 힘을 보태줄 시점이다.

 

이 책을 받으면서도 참 행복했지만 읽으면서도 대단히 행복했다. 또한 그 행복감을 오래도록 느끼기 위하여 되도록 서평을 나중에 올리려고 했었다. 물론 서평을 쓰고 나서도 그 책을 읽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그 책에 대한 내용을 음미한 후에 쓰는 서평이 조금은 더 나을 듯 한 느낌 때문이었다.

 

잔잔하고 정감 가는 그림에 마음을 일깨워주는 삽화가 정말이지 너무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예전에 보리에서 나왔던 어린이 식물도감과 동물도감이 바로 이런 그림 풍이었는데 그 책도 참 마음에 들었었다.

 

우리는 위로의 말로 관심을 표현하곤 한다. 위로란, 남을 속이는 일이요, 자신을 속이는 일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진실과 마주칠 용기가 없는 거다.

 

느림 그 자체를 탓할 게 아니라 느려서 생겨난 나약함을 고쳐야 하는 거야.

 

우리는 툭하면 스스로를 적으로 만들곤 한다.

 

사람들은 외모만 따지곤 내면을 소홀히 여기곤 한다.

 

‘사랑’만이 힘을 불어넣어 준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안타깝게도 세상의 어떤 잔치도 언젠간 끝나게 마련. 달콤함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니리라.

 

그렇게 너무 탓하지 마, 인생이란 것도 한바탕 꿈일 뿐이니까. 세상에 정말로 깨어있는 자가 몇이나 되겠니?

 

보내줘야 할 것은 보내줘야 하는 거야.

 

참으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만들어 주는 책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사에 겁을 낸다. 불행해질까봐, 외톨이가 될까봐, 지금의 생활 기반이 무너질까봐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겁을 먹고 지레 움츠려든다. 지금의 내 모습이 그런 모습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미리 겁을 내고 물러서는 모습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마치 나 자신을 튼튼한 방어막 속에 가려두고 움츠려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그런 모습에서 조금은 벗어나도록 용기를 내봐야 겠다.

이렇게 꼼꼼한 여행안내서가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한 것이다. 직접 발로 걷고 다녀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그런 글이라는 점이다.

 

여행이 너무 일상화된 사회가 되었다. 젊은이들은 직장을 구할 때 다른 비교 조건도 생각하지만 주말과 휴일에 근무를 하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주말에는 고속도로가 차량들로 넘쳐나서 정체를 각오하고도 떠나는 세태가 되었다. 또 연휴라도 낀 긴 휴일에는 해외로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한다. 그 정도로 사람들에게 여행이 필수가 된 세상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런 사람들 틈에서도 여행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닌 사람들도 있다. 경제적인 상황이나 직업적인 여건 즉,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 또는 어른을 모시고 사는 사람 등등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하여 여행이 그리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다보니 어쩌다가 시간이 나더라도 어디로 여행을 가야하는지 몰라 그저 망설이다가 또 그냥 주저 앉고 마는 그런 경우가 흔하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꼭 필요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어디로 떠나고자 할 때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주변의 추천시기, 여행성격, 추천교통편, 추천 일정, 주소지, 전화번호, 웹사이트, 교통비까지 자세히 안내되어 있다. 또한 주변 볼거리, 교통편, 잠자리, 맛집까지 꼼꼼하게 챙겨주는 친절한 책이다. 물론 컴퓨터로 검색하여 볼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거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니 이 책은 정말이지 친절한 여행안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보면서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참 많아서 몇 군데를 정해 두었다. 그 곳에 곧 가보는 상상을 하면서 조금은 팍팍하고 무료한 일상들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참 감사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