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만큼 크고 깊은게 있을까? 너무도 쉬운 이야기 같지만 그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느끼고 절감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닌듯하다. 내가 나의 자식을 낳고 기르고 그 자식이 커가면서 점점 더 기ㅍ게 느끼는 것이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인 듯 하다. 내가 나이가 들면서 철이 들면서 그제서야 더 깊고 절실하게 다가오는 부모님의 사랑이라니.... 어찌보면 참 애절한 일이다. 왜냐하면 내가 부모님의 사랑을 느낄 때면 부모님은 너무 나이가 드셔서 내가 드리는 마음을 채 받지도 못하시고 다른 세상으로 가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건 너무도 상투적인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말과 생각들이 상투적이지만 가장 절실한 그리고 실질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서 엄마의 마음을 많이 이해하고 엄마의 편이 되어 드리려고 노력했었다. 엄마, 아빠 중 꼭 편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엄마가 아빠 흉을 보거나 할 때면 엄마 말에 맞장구 쳐드리면서 엄마 편이 되어드리고자 노력했었다. 같은 여자로서 엄마를 이해해 드리고 엄마도 여자라는 사실을 충분히 누리시도록 노력했었다. 좋은 곳 많이 보내드리고 좋은 음식 많이 드시게 하고 좋은 운동 좋아하시는 운동 많이 해드리게 하려고는 노력했지만 그런 시간들이 너무도 짧았다. 이제는 엄마가 내 옆에 계시지 않는다. 이야기 속의 엄마처럼 나의 엄마도 난소암이라는 무서운 병에 걸리셔서 돌아가신지 1년 반 정도......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엄마가 더 그립고 엄마가 계시지 않는 시간들이 참 힘들게 느껴질 때가 많다. 함께 아픔을 나누는 동생들이 있지만 매번 엄마가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그런 현실을 견디는데 노력이 필요하다.

 

이야기속의 엄마도 참으로 무던한 사람이다. 남편이 의사이고 아들과 딸이 있는 보편적으로 안락하고 편안한 사모님으로 불릴 수도 있는 환경인데 산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닌가 보다.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의료사고로 자신의 병원을 거덜내고 월급쟁이 의사 노릇을 하고 있는 묵뚝뚝한 남편, 유부남과의 사랑을 벌이고 있는 딸, 그리고 공부에 치여 있는 아들. 참으로 힘들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난다. 그러나 저러나 병을 알게 되고 병을 받아들이고 마지막을 준비하는 가족의 모습에서 참으로 눈물 나도록 슬펐다. 왜냐하면 나의 엄마도 병을 알게 된 후 4년간의 투병 생활을 하셨기 때문이다. 처음에 병을 알게 되고 온 가족이 힘을 모아서 그 병을 이겨내고자 같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에는 가버리셨다. 암이라는 병이 그리 만만하게 이겨낼 수 있는 병이 아니었나보다. 온 가족이 한 마음이 되었던 것 같다. 엄마의 병을 이겨낸다는 이겨낼 수 있다는 강한 의지로 뭉쳤었던 4년이었다. 그래서 더는 힘들게 엄마를 붙잡을 수 없었지만 말이다. 이 가족도 엄마의 병으로 온 가족이 한마음이 된 듯하다. 그것이 끝까지 가족들에게 주는 엄마의 사랑이 아닌가 한다.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영화를 보았다. 너무 울어서 정신이 없을 때 영화가 끝났다. 책도 마찬가지였다. 책을 읽으면서 장면 장면 영화가 떠올랐다. 좋았다. 마음이 짠해지도록 아팠다.

 

살아가면서 점점 더 각박해지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도대체 왜 내가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지 한숨이 나올 때가 있다. 남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만들보다는 조금 더 나은 환경을 아이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저렇게 손해 보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아등바등하는 모습에 나 자신도 놀라 소스라칠 때가 있다. 또 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저 살아 있다는 자체에 힘겨워 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작가는 그런 점에서 매우 자유로운 사람인가 보다. 그 자체로도 매우 존경스러웠다.

 

모든 일의 출발점은 바로 인간의 욕심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기존의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는 안간힘! 어찌 보면 그것은 허상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의외로 손을 놓고 나면 그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편안해 질 수도 있는데 말이다.

 

정말 작은 돈으로 전남 고흥에 목조주택을 마련하는 과정을 쓴 책이다. 글을 정말 편안하게 써서 책을 들면 단번에 술술 읽힌다. 내용도 재미있고 그가 겪은 일을 마치 내가 겪고 있는 일처럼 실감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너무도 힘들게 얻은 터라고 하는데 너무 부러웠다. 작은 돈으로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농사도 짓고 바닷가도 누리는 곳이라니! 아마도 발품을 팔고 오랜 고민을 하여 얻어낸 보석 같은 곳 인가보다. 또 집을 짓고 난 다음에 도서관을 짓고 책을 얻고 하는 과정을 읽어내려 가면서 너무도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먹고 살 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 정말이지 그런 환경 속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기엔 나의 욕심이 아직은 너무도 큰 가보다.

 

내내 부러운 마음이 가득하다. 아들에게도 대학을 강요하지 않고 맘껏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지내도록 할 수 있고 자신이 즐겨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대단한 일이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선뜻 지금의 내 상황을 털고 일어나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냥 부러운 마음만 가득하지만 앞으로의 나의 삶이 아직은 많이 남아있으니 혹시 알겠는가? 또 다른 삶이 펼쳐질지....

 

얼마 전의 일이다. 텔레비전을 통하여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그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놀란 일이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그 내용을 보고는 너무 놀라워서 앞으로 정말 채식주의자가 되어서 할 것인가를 고민한 일이 있었다. 그 내용을 보면 정말 비좁은 공간에서 고기만을 얻기 위한 사육을 하기 때문에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 때문에 나쁜 단백질이 형성되어 그것을 먹는 인간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었다. 텔레비전 속의 장면을 보면서 너무 끔찍한 환경과 잔인한 인간의 모습에 몸서리를 치면서도 몇 일 안에 또 다시 고기를 먹고 있는 얼토당토 않은 나의 모습에 또 한 번 몸서리를 치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고 가장 나쁜 건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인간이 환경이나 조건에 의하여 얼마까지 나빠 질 수 있느냐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이야기는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는 깨어있는 한 황소의 이야기이다. 노래를 사랑하고 소년을 사랑하는 황소가 자기들이 도축되어지기 위하여 길러진다는 사실을 알고 목장을 탈출한다. 아들을 데리고 탈출하였으나 바깥의 환경이 가혹한지라 아들을 잃고 다시 목장 근처로까지 돌아온다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황소는 넓은 세상을 독자적으로 살아가기에는 인간에게 너무 길들여진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그런 환경을 경험해보지 못하여 어리석게도 그 이상의 환경을 상상해 볼 수도 없었을지 모르겠다.

 

이효리는 채식주의자의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나는 원래부터 동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고 동물과 가까이 지내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라 채식이니 육식이니 구분 짓지 않고 그저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먹자는 주의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먹고 있는 이 고기도 혹은 나처럼 생각을 할 수 있는 동물의 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원래부터 없었던 식욕마저 사라져 버렸다.

 

먹기 위하여 사육 되어지는 동물에게도 조금의 배려를 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만 행복하자고 그들의 행복을 짓밟아 버린다면 그 피해는 곧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모든 환경의 일이 다 그렇듯이 말이다. 쾌적한 환경에서 서서히 길러지는 동물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지금도 서울이나 대도시에는 그런 육류를 파는 매장이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설마 그러려면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