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넝마씨와 망태영감이 있었다. 둘은 말썽쟁이 아이들만 골라서 잡아먹는다. 도톨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도톨이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갈때였다. 할아버지가 달콤하게 생긴것들 앞에 앉아 이었다. 도톨은 은 한잎씩 먹었다. 도톨을 꾀는 걸 실패했다. 도톨이 집으로 갈려는데 장난감을 파는 아젔씨가 있었다. 이번에도 도톨을꾀는데 실패했다. 넝마씨와 망태영감은 차를 끌고 갔다. 도톨한테 타라고 했는데 안탔다. 이번에도 실패했다. 둘은 솔직히 털어놨다. 우린  아주 많이 굶어서 배가 너무 고프다고 했다. 그래서 도톨은 망태 영감과 넝마씨에게 문을 열어주고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모두 꺼내 먹으라고 주었다. 그런데 도톨이가 엄마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돌아와 보니 망태영감과 넝마씨는 케이크,빵,초콜릿은 그대로고 찬밥이랑  된장찌개만 먹고 사라져버렸다. 나 같으면 케이크랑 빵, 초콜릿을 먼저 먹었을텐데 이상하다. 식탁위에서 도토리 세개가 또르르 똑똑똑 굴러떨어졌다. 나는 아무리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몰르는 사람이면 집에 못들어오게 할텐데 도톨이는 너무 착한 것 같다.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한 사람들에게 집으로 들어오게 하고 밥까지 주고. 나는 망태영감과 넝마씨를 경찰에 신고를 했을 것 같다. 나는 나쁜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 그림도 재밌고 이야기도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세 번이나 읽었다.

실려 있는 8개의 단편 중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철도원>.

주인공 오토마츠씨는 호로마이역의 역장으로 태어난지 두 달만에 죽은 딸아이를 맞이하면서도 깃발을 흔들고, 몇년 전 아내의 임종 앞에서도 호로마이역의 모든 하루 일과를 마친 후 마지막 상행선을 타고 병원을 찾아 결국 숨진 아내 앞에 나타났던 그야말로 평생을 철도원으로서의 사명감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역장이라고 하니 언듯 거창해 보이지만 실상 그의 정년 퇴직은 이제 석달밖에 남지 않았고 그의 퇴직과 함께 한물간 적자투성이 호로마이 노선이 폐지되면서 호로마이 역도 문을 닫게 될 예정이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퍼붓던 정월 초하루날 밤, 늙은 역장 오토마츠에게 찾아온 어여쁜 여자아이. 어째 여자아이가 등장하는 장면부터 좀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더니 아이는 바로 오토마츠씨의 죽은 딸 유키코다. 처음엔 어린아이로 그 다음엔 좀더 자란 모습을 그리고 마지막엔 여고생으로 17년 간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유키코. 둘은 오랜 세월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육친의 정과 사랑을 나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니......?"

매표구 유리창에 고개 숙인 소녀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너 어째 거짓말을 했니?"

얼어붙은 창에 좌아 소리를 내며 눈발이 흩어졌다.

"무서워하실까 봐서...... 죄송해요."

"내가 어째 무서워하겠니. 어느 세상에 딸을 무서워하는 아비가 있을 것이냐."

"죄송해요, 아버지"

오토마츠는 천장을 올려다보아도 막을 수 없어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유키코...... 어제 저녁부터 차례차례 자라가는 모습을 이 아비에게 보여준 게로구나. 저녁 참에는 책가방을 메고 아비 눈 앞에서 차렷 해 보였지. 그리고 한밤중에는 좀더 자란 모습을, 그리고 이번에는 비요로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십칠 년간 성큼성큼 자라는 모습을 아비에게 보여준 게로구나......"

소녀의 목소리는 내려 쌓이는 눈발처럼 조용했다.

"왜냐면요, 아버지는 변변히 기쁜 일 한 번 없으셨잖아요. 저까지 자식 노릇 한번 제대로 못 하고 죽어버렸구요. 그래서......"

                                                     .

                                                     .

                                                     .

"유키코, 그래 잘 왔다. 어서 밥 먹자. 밥 먹고 목욕하고,오늘은 이 아버지랑 함께 자자. 유키코, 정말 잘 왔다." 오토마츠는 그날의 여객일지에 '이상 없음'이라고 적어넣었다.

 

그리고 그 밤, 눈이 쌓인 호로마이 역의 한 켠에 딸린 살림방에서 오토마츠씨는 반 세기동안  묵묵히 걸어온 철도원으로서의 인생을 마감한다. 딸아이와 아내의 죽음 앞에서도 철도원으로서 사사로운 집안일로 눈물을 보일 수 없다며 끝내 눈물 한줄기 흘리지 않던 고지식한 한 시골 철도원의 모습이 이토록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이제야 이토록 허무하고도 쓸쓸한 사람살이의 행로를 가슴으로 느낄만한 나이가 들어서가 아닐까 싶다. 십여년 전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이십대의 끝자락을 잡고 있던 나이로는 가늠할 수 없었던 인생의 무게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나름 오랜 세월 스티븐 킹의 변함없는 팬 중의 한 사람으로서 아무리 애를 써 봐도 이번 작품은 별 다섯 개의 평가가 주어지질 않는다. 근래 그의 작품들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괜스레 거북살스럽고 얼마 전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를 읽었을 때만 해도 뭐, 이 정도면 괜찮아, 하며 애써 위안을 했는데 이번엔 아무래도 뭔가 '킹 답지 않다'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 이유는 우선 이 작품의 소재에서 먼저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셀>은 어느 날 갑자기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던 사람들이 인간의 정신을 파괴해 미치광이로 만드는 전파 신호로 인해 모두 미쳐서 좀비가 된다는 내용인데 주인공 클레이는 거리에서 갑자기 세상이 미쳐버린 듯한 변화 속에 혼란을 겪게 되고 간신히 살아남는다. 그리고 어린 아들을 구하기 위해 고향으로 걸어서 돌아가기로 결심한 그의 곁에는 우연히 일행이 된 괴짜 독신남 톰과 엄마를 잃은 예쁜 십대 소녀(책 속에서 자꾸만 이런 표현이 나온다,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앨리스가 동행하게 된다.

 

문제는 책 소개에 씌여져 있듯이 아직 인간성을 잃지 않는 이들은 휴대폰을 쓰지 않던 '괴짜'들뿐이라는 것인데 킹이 처음 이 작품을 구상했었던 시절에는 신선했을지 모르나 요즘은 대여섯살 먹은 아이부터 노인들까지 팔을 들 힘만 있으면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세상에 사는 나에겐 전혀 먹혀들질 못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주인공인 저 세 사람을 비롯해 핸드폰이 없어서(?) 무사한 사람들이 저렇게 많다는 것이 애초에 말이 안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번 작품은 킹 특유의 긴장감이나 공포감이 많이 부족하다. 킹은 단지 말초적인 공포가 아니라 인간 내면에 깊숙히 내재되어 있는 숨어있는 공포를 끄집어내는 그만의 독특한 감각이 있는데 아직 1권밖에 읽지 않아서인지 모르나 이 작품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가 없다.

 

2권에 대한 기대감은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