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대들에게는 '고향'이라는 단어가 주는 향수가 예전 어르신들만 못 한 것 같아요. 엣날엔 교통이 발달되지 못해서일까요, 한 번 고향을 떠나 타지로 가게 되면 타지 생활에서 오는 외로움 때문인지 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들 살아가셨죠. 그런데 요즘은 자동차도 집집마다 있고 KTX 니 뭐니 해서 전국이 한나절 생활권이 되다보니 '고향'이란 말 자체가 점점 사라져 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하지만 우리들에게도 가끔 팍팍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생활에 지쳐 있을 때 이런 따뜻하고 푸근한 동네가 마음 속의 고향으로 떠오르진 않나요?
'찔레꽃 울타리'마을은 들판에 있는 냇가 옆 덤불 숲에 있습니다.커다란 나무 기둥 속에 층층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들쥐들의 집이 있죠. 이번 <여름 이야기>에서는 아주 무더운 한여름 날, 마을에서 치즈를 만드는 아가씨 눈초롱과 물방앗간 주인인 바위솔의 결혼식이 열린대요! 둘은 일을 하다가 더위를 피해 물레방아 옆에서 자주 마주치다 보니 어느 새 사랑에 빠져버렸지 뭐예요. 들쥐 마을은 온통 잔치 준비로 분주해 집니다. 집집마다 부엌에서는 보기만 해도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길 것만 같은 갖가지 음식들을 장만하고 젊은 들쥐들은 아침 일찍 바구니 가득 산딸기를 따오고 까치수염 아저씨는 앵초꽃, 조팝나무꽃, 딱총나무꽃으로 만든 술들을 골라 갈대 숲에 시월하게 넣어둡니다. 자, 이제 드디어 결혼식날이 되었어요. 결혼식은 냇가 위에 있는 뗏목에서 이루어진답니다. 마을의 모든 들쥐들이 저마다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모여듭니다. 그 중에서 주인공은 당연히눈초롱양과 바위솔군이지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춤을 추며 하루종일 뗏목 위에서 흥겨운 잔치를 벌이는 찔레꽃 울타리 마을의 사랑스러운 들쥐들. 정말 행복해 보여요. 그래서 제 마음도 덩달아 행복해집니다.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따뜻하고 섬세한 그림은 <찔레꽃 울타리>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유명한 그림책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죠. 특히 전 여자라서 그런지 각 시리즈마다 나오는 부엌 장면들이 가장 마음에 들더라구요. 오래된 나무 기둥과 구부러진 뿌리사이, 작은 굴뚝에서 가는 연기가 피어 오르는 그 곳, '질레곷 울타리'는 바로 우리들의 마음 속 영원한 고향과 같은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