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에서 나온 한빛 문고 시리즈가 좋다.

동화 작가가 아닌 유명한 기성 작가들의 동화들을 어린이들도 읽을 수 있게

엮어서 출판했다.

이 책도 유명한 박완서 작가님의 최초의 동화집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에서 

뽑아낸 것들이라 한다.

이 책에서는 표제를 <자전거 도둑>으로 했는데 편집자의 마음과 같아서랄까

나 역시 여섯편의 단편 중 <자전거 도둑>이 가장 마음에 든다.

주인공 수남이는 청계천 세운 상가 뒷길의 전기 용품 도매상의 열여섯살 짜리 

꼬마 점원이다.

열여섯 살이면 요즘엔 중학교 3학년, 거뭇 거뭇 수염도 날 듯하고 키들도 죄다

어른보다 크니 지나다니며 마주치는 학생들을 보면 풋풋함은 느끼기 힘들다.

헌데 이 글 속의 주인공 수남이는  " 볼은 아직 어린아이처럼 토실하니 붉고,

눈 속이 깨긋한 " 소년이다.

서울에 홀로 올라와 점원 생활을 하며 고달픈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고등학교

야학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밝고 순수한 모습의 수남이.

그러나 수남이의 이 소년다운 청순함은 실수에 의한 것이지만 마땅히 댓가를

치러야하는 작은 사건이 일어나면서부터 빛을 잃어 간다.

골목에 세워둔 자전거가 바람에 날려 신사의 고급 자가용에 생채기를 내게 되고

오천원이라는 거금에 대한 두려움과 주변 구경꾼들의 부추김에 자전거를 들고 

도망치게 된다. 

거기에다 육친의 정까지 느끼며 의지하고 따랐던 주인 영감마저 손해를 피한 것에

통쾌해 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으니 수남이의 고뇌는 시작된다.

결국 수남이는 그리운 아버지를 찾아, 도덕적으로 자기를 견제해 줄 어른을 찾아

짐을 꾸려 고향으로 향하게 되면서 다시 소년다운 청순함을 되찾게 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인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엔 부모들이 자기 아이에게 맞는 것보단 차라리 때리는게, 왕따를 당하는 것보단

차라리 왕따를 시키는게 낳다고 생각하고 가르치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나 싶다.

도망가라고 부추기던 구경꾼의 모습이, 혹은 손해를 피한 것에만 통쾌해하며 칭찬까지

퍼부어댄 주인 영감의 모습이 행여 나의 모습은 아닐까.
 
아이들에게 참다운 삶을 가르치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고 싶다.

일단 재미있다.

우선 등장 인물들의 이름 아가사, 앨러리, 포, 카, 도일, 반, 모리스, 르루, 오르치( 아,

그동안 내가 미스테리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해 왔는데

바로네스 오르치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 이런...) 

이 친숙한 이름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것 만으로도 반갑다.

사실 난 추리 소설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작가와의 두뇌 싸움을 하지 

않는다. 작가가 독자를 위해 뭔가를 ( 그것이 놀라운 반전이든 교묘한 트릭의 속임수

이든지간에) 준비했다면 오롯이 그것을 즐기고 싶어서다. 편안하고 유쾌하게.

그래서 중간 중간 범인에 대한 의구심이 들때면 의도적으로 생각을 더이상 진행

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궁금해도 절대 뒷부분을 들취보지 않는다. ( 어떤 

사람은 범인부터 확인하고 책을 읽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나의 미스테리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

이 작품에서는 작가가 독자에게 정정 당당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게하는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 범인의 이름 부분이다) 작품의 구성상 어쩔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하면 또 작가의 처녀작이라하니 그 정도는 가볍게 넘어 갈수 있겠다.

오늘도 이 책 한권과 함께 즐거웠다.

이제 인터파크를 뒤져 < 구석의 노인 > 이 등장하는 바로네스 오르치의 작품을

구입해 읽을 차례다.

이야기들이 좀 너무 짧아서 아쉽긴해도 ( 책을 받고 보니 저학년용이네...) 재미있다. 

우리 아이들이 실제로 본적도 없어서 잘 모르는 문풍지나 화로 맷돌등의 소재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라 우리 옛것들에 대한 이해와 배움도 얻을 수 있으니 더욱 좋다.

그리고 내겐 한편 한편 읽을 때마다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아주 어릴 땐 우리 돌아가신 엄마도 맷돌로 녹두를 갈아 빈대떡을 해 주셨고

명절때가 되면 떡매로 떡을 쳐 떡을 만드시고 여러가지 떡살로 갖가지 모양도 색깔도

고운 떡이며 다식도 만드셨다. 한겨울엔 문풍지를 발라도 찬바람이 들어와 밤이면 

이불 밖으로 나온 코 끝이 시렸던 그 시절....  그땐 엄마 옆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꼭

거들어야 했으니 귀찮다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시절 생각이 자꾸만

늘어가니 이것이 바로 그리움인가 보다. 

아이가 책을 읽고 나면 " 엄마가 어렸을 때에는 ... " 하며 옛적 이야기를 좀더 해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