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은 지 한참 만에 2편인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읽었다. 사 놓은 지는 한참 되었는데......

워낙에 1편을 재미있게 읽었더래서 2편은 1편보다 못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에

그 동안 책을 책장에서 뽑았다 넣었다만 하고 다른 책들만 읽어댔다.

하지만 요 며칠 아침 저녁으로는 이제 가을이 오려나 싶게 바람과 하늘의 느낌이 다르게

느껴지자 불쑥 책을 꺼내 펼쳐 들고 읽기 시작했다. 하루만에 다 읽었다. 그야 말로 내

우려는 기우였을 뿐,

아니, 오히려 1편을 읽은지 한참 되어서 그 감동이 희미해져서인지 지금 이순간만큼은 

2편이 더욱 감동스럽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교하’ 라는 것때문에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자서전적 소설이니까 주인공이다) 자신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강제에 의해 노모와 오빠 그리고 어린 조카 하나를 인질처럼 남겨두고 올케와 젖먹이

조카와 함께 북으로 몰림을 당한다. 그  춥고 무섭고 불안한 여정에서 ’교하’는 조금이나마

몸과 마음에 편안함을 주었던 곳으로 나온다. ’교하’라는 단어가 몇번씩이나 나올 때마다

어찌나 신기하고 흥분 되던지 남편과 아이들에게 이것 좀 보라며 내가 쓴 책도 아닌데

마치 내 자랑 하듯 펼쳐 보였다. 

글에는 6.25 난리 중에 우리 나라의 상황과 사람들의 생활과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그 중 내가 우리 어머니로부터 오래전 들었던 이야기와 같은 것들도 있어서 ’ 아, 정말 

이랬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여 가며 읽었다. 우리 엄마도 지금까지 살아계시면 90세가

다 되어 가시니 박완서 작가님과 거의 동시대를 사신 분이다. 고향도 이북 황해도시고

게장과 생선을 좋아하시던 것 하며 그리고 똑 부러지고 당찬 성격까지 많이 닮아 자꾸

엄마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고약하고 비열한 농장 주인인 보기스, 번스, 빈을 꾀 많은 여우씨가 멋지게 속아 넘겨

통쾌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일단, 이야기는 재미있다. 지루하지 않게 술술 넘어가고, 보기스와 번스, 빈이 자기네들

농장의 가축을 자꾸만 훔쳐 가는 여우씨를 잡기 위해 땅 속 굴을 파들어 갈땐 내가 

쫓기듯이 조바심이 나고 굶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나올거라며 굴 밖에 죽치고 기다리는

세 농부를 멋지게 따돌리고 땅속 굴을 통해 그들의 농장으로 들어가 맛있는 닭과 오리,

햄, 그리고 베이컨 거기에 사과주까지 난짝 난짝 가져다가 이웃들과 잔치를 벌이는 

장면에선 내가 다 흥에 겨운 느낌이었다. 

그런데 난 어른이라 그럴까, 읽으면서 내내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건 뭐냐면 바로 여우씨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남의 것을 훔친다는 사실이다.


보기스와 번스가 아무리 많이 먹어서 뚱뚱해도 빈이 아무리 씼지 않아서 더럽다해도

또 아무리 고약하고 성질이 나쁘다고 해도 그들은 다른 사람을 해롭게 하진 않는다.

그저 각자 자기의 농장을 잘 꾸려 나가고 그래서 부자일 뿐이다.

그런데 여우씨가 매일 닭과 오리를 훔쳐가니 여우씨를 잡으려고 하는건 내가 보기엔

당연하다.  작가도 그에 대한 독자들의 물음을 의식하긴 했나보다. 여우씨의 친구인 

오소리가 묻는 장면이 나온다.

" 자넨 하나도 걱정이 안 되나?"

" 걱정? 무슨 걱정?"

"이런 거...... 훔치는 것 말이야."


이에 대해 여우씨의 변.  

"이보게, 보기스와 번스와 빈은 우릴 죽이려고 하네. 자네도 알고 있겠지?"

"그럼 알지. 알고 말고."

" 하지만우린 그 사람들처럼 비열해지진 않을 거야. 그 사람들을 죽이고 싶진 않아."

"당연히 그래야지, 암."

그런 일은 꿈도 꾸지 않아. 그냥 여기저기서 먹을 것 좀 가져다가 식구들을 먹여 살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렇지?"

"당연하지."

그 사람들이 그렇게 끔찍하게 굴려고 한다면 그러라고 내버려 둬. 여기 땅속에 사는

우리는 점잖고 평화를 사랑하니까."
 
이렇다. 


내가 봐도 솔깃한 말이다. 한편으론 어이 없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아직도 굴 앞에 

앉아서 여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세 농부의 마지막 모습에는 아이들 처럼

무작정 고소해 하기만 할 수 없는 쓴웃음이 나왔다.

나를 위해서 좋은 책이었다. 4학년 딸 아이에게 먼저 읽어보라고 했더니 후다닥 읽고는 하는 말  " 뭔 말인지를 모르겠어" 였다. 아니, 왜?


 
구입하기 전에 리뷰도 보고 펼쳐보기도 했으니 나는 대강 어떤 책인지 알고 있었지만 모네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평소 스토리위주의 책을 좋아하는 딸아이로서는 그랬겠구나 싶었다. 제대로 읽지 않았다면 표지에서 받은 첫인상이 아, 이 여자애가 모넨가 보네 하면서 읽었을 테고 
그럼 더욱 읽어가면서 뭔 이야기인지를 몰랐을 게다. 


하지만 내가 읽어본 느낌은 아주 좋았다. 평소 음악이나 미술 쪽으로는 전혀 흥미도 관심도 없어서 기본적인 상식도 없고 지식도 없이 모네는 그저 유명한 화가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아주 쉽고 재미있게 모네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책 소개에 나오는 것처럼 ' 인상파 미술'이 무슨 뜻인지, 또 모네의 사랑과 가족들과의 생활도 조금이나마 엿보았다. 딱 내가 지루하지 않을 정도의 깊이로.

딸아이에게도 모네는 프랑스의 아주 유명한 화가이니 차근차근 다시 한번 읽어보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