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책은 1편과 달리 여행을 하면서 쓴 글이 아니다. 
여행은 1편에 소개된 아프리카, 중동, 중앙 아시아보다 먼저 다녀왔지만 책을 내게 된 
것은 인도와 네팔, 중남미 등을 2년간 여행 후 잠깐 한국에 들렀을 때 한 종합여성지 
편집장과의 만남이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여 저자는 1권처럼 여행 중에 쓴 원고가
아니어서 아무리 메모를 꼼꼼히 했더라도 당시의 감정을 그대로 되살리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난 1편보다 2편이 더 술술 읽혀 내려간다.
두번째로 쓰는 글이라 이력이 붙어서인가. 아니면 이제 그녀의 활발함과 당당함 거침없이
나아감, 그러나 그 속에 숨은 따뜻한 마음을 알아버려서인가, 그녀가 갔던 길을 함께 하는
시간이 아주 즐거웠다. 사실, 1편을 읽을 때에 그녀에 대한 거부감(?)이 살짝 없지 않아 
있었다. 아니, 이 거부감은 그녀가 쓴 책을 읽어보기도 전부터 가지고 있던거다. 어이 없는
이유일 수도 있지만 그녀는 나와 너무도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글 속에서 간간히 
엿볼 수 있는 그녀가 싫어하는 스타일, 그게 바로 내 스타일이다. 난 내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은 못먹고 깨끗하지 않은 곳에서는 잠도 잘 못 자며 낯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싫어 한다. 아니, 싫어한다기 보다는 타고난 천성이 그렇다. 한비야씨의 
타고난 천성이 그런 것처럼. 하지만 나도 따뜻한 마음은 가지고 있다. 내 아이가 소중한 
것처럼 다른 아이들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도 알고 부족함없이 음식과 물을 마시면서도
어딘가에서 부족한 음식과 물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항상 가지고
산다. 


저자는 글 말미에 말한다. 
세계 여행을 통해 뭔가 중요한 것을 얻었다고.
우선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판단 기준이 절대적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와는 전혀 다른 사회와 문화를 보는 눈이 유연해졌다고 한다.
또 하나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자기에 대해 충분히 정리하고 계획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얼마전 텔레비젼에 나온 그녀는
이제 이 모든 시간을 거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이미
그 일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녀의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리뷰를 읽다 보니 황금 어장에 출연한 한비야씨의 모습을 보고 매력을 느껴서
책을 구입한 분들이 꽤 많다. 나도 그렇다. 평소에 잘 보지 않는 프론데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보니 한비야씨가 나왔다. 곧 다른 채널로 돌리려는데 잠깐 동안 
본 모습에 이끌려 끝까지 보게 되었다. 프로가 끝날 무렵이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의 모습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나이가 젊지도 않고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건 바로 그녀의 인생에 대한 뜨거운 열정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평소 관심 분야 밖이었던 여행문인 그녀의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그녀는 나와 참 많이 다르다.나는 낯선 곳은 싫어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고 음식도 이 나이 먹도록 편식이 심하다. 이런 내게 그녀의 삶의 모습은 신기하기도
하고 때론 부럽기도 하다. 이번 권에 실린 여행지는 아프리카와 중동,그리고 중앙 아시
아. 마침 중학생 아들 녀석의 중간고사 사회 시험 범위가 이 지역이라 아들을 가르치며
훑어본 지역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 재미있게 읽었다.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생생한
체험을 느끼면서. 나를 닮아서인지 여행보다 집을 더 좋아하는 아들에게 좀더 세상을 
향한 넓은 마음을 키울 수 있게 이 책을 읽히고 싶다.



다음 2권을 기대하며.......

이 책에는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서 익히 알려져 있는 오세암을 비롯해서
모두 22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그 중에 제일 마음을 울리는 글은 역시 <오세암>
이다. 

눈이 먼 누이 감이와 그 누이의 눈이 되어 세상을 맑게 바라보는 다섯살 길손이.
오누이는 하루하루를 얻어먹으면서 떠돌아 다니다 한 스님을 만나게 되고 스님은
오누이를 거두어 큰절로 데리고 간다. 감이와 달리 장난이 심해 스님들의 눈총을 받는
길손이를 스님은 겨울 동안의 수행을 위해 지내는 암자에 함께 데리고 올라 간다.
설악산에서도 깊은 산속에 앉은 암자에서 스님은 밤낮 참선만 하시고 어린 길손이는
얼마나 심심하고 외로웠을까. 마음으로 곁에 있겠다는 누나에게 실제 옆에 있는 것처럼
말을 하고 암자의 구석구석을 다 뒤지며 돌아보는 모습에서 그 외로움이 전해져 마음이
짠해진다. 문둥병에 걸린 스님이 묵고 있다가 죽은 방이라는 골방에 망설이다 들어서자
관세음보살님의 탱화를 발견하고 항상 인자한 웃음을 띄고 있는 관세음보살님에게서
엄마의 정을 찾는다. 



어느날, 양식이 떨어지자 스님은 길손이를 홀로 두고 저잣거리로 내려간다. 자신이 
없는 동안 무섭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마음을 다해 관세음보살님을 찾으라는 당부를
남긴채.....  



장터에서 볼일을 서둘러 마친 스님은 심상치 않은 하늘을 보고 부랴부랴 암자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지만 쏟아지는 폭설속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가난한 농부의 집에서 
깨어난다. 결국 큰절에 있는 감이를 데리고 관음암을 오른 것은 스님이 길손이를 
관음암에 혼자 남겨 두고 떠나온 날로부터 한 달하고 스무 날째가 되던 날이었다.
                                                          .
                                                          .
                                                          .
                                                          .
                                                          .

관음암은 이후 다섯 살짜리 아이가 부처님이 된 곳이라고 해서 이후부터는 오세암
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정채봉님의 글은 너무나 맑다. 너무나 맑아서 내마음을 시리게 한다. 관음암에 올라 
눈을 뜨게 된 감이. 그러나 막상 눈을 뜨고 보니 길손이가 설명해 주던 것에 훨씬 못
미치는 이 세상 풍경에 실망하고 더욱더 길손이를 그리워하는 모습에서 나는 지금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을까하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아이들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