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 때쯤이면 곧잘 눈에 띄는 테마가 바로 <크리스마스때 읽으면 좋은 책> 이런 비슷한 것들이다. 나도 몇 권쯤은 가지고 있고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한 권씩 들춰 본다. 작은 아씨들, 빨간 머리 앤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 타샤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캐롤, 호두까끼 인형 등등........ 그런데  이 책 <하늘을 나는 교실>도 그 테마 속에 넣고 싶은 책이 되었다.


우선 이 책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다. 머릿말과 맺음말에 나오는 ’나’ 는 이야기의 주요 무대인 기숙사가 있는 김나지움학교의 출신인 작가다. ’나’는 어머니의 성화로 푹푹찌는 한여름에 만년설이 보이는 츄크슈비체 산(알프스 산맥을 이루고 있는 봉우리의 하나. 독일 쪽에 있는 가장 높은 산) 기슭의 호텔에 묶으며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쓰게 된다. 이 책 <하늘을 나는 교실>이 그 이야기이다. 그럼 <하늘을 나는 교실>이란 제목을 들으면 떠오르는 것은? 오즈의 마법사에서처럼 교실이 하늘이 나는 이야기라고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하늘을 나는 교실>은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 중 하나인 요니 트로츠가 쓴 크리스마스 축제 때에 공연할 희곡의 제목이다. 희곡의 내용은 미래에 학교가 운영될 모습으로 각 시간의 수업을 비행기를 타고 현장에 직접 가서 수업을 한다는 예언적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 이야기는 앞서도 말했듯이 기숙사가 있는 우리 나라로 치면 중고등 학년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생활하는 김나지움 학교의 선생님과 학생들간의 감동적이고 따뜻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공은 이 학교 5,6학년인( 중학년 정도인 것 같다) 다섯 학생들로, 항상 먹을 것을 입에 달고 다니며 권투 선수가 꿈인 덩치 좋고 힘센 마티아스, 언제나 소심하고 겁이 많아서 자신감이 없는 땅꼬마 올리, 공부도 언제나 일등이고 그림도 천재적으로 잘 그리고 불의를 참지 못하지만 집안이 가난한 첫찌 마르틴, 언제나 잘난척하고 다른 친구들을 무시하는 제바스티안, <하늘을 나는 교실>이란 희곡을 써서 모두에게 감동을 줄 정도로 글을 쓰는데 소질을 가지고 있지만 엄마 아빠로부터 버림을 받아서 가슴 한 귀퉁이에 항상 외로움을 느끼는 시인 요니 트로츠이다.


하나 하나는 각기 부족하고 모자란 점이 많지만 이들은 함께 하면서 서로를 위로 하고 용기를 붇돋아 주고 힘이 되어 준다. 다른 학교에 포로가 된 동급생을 적진을 뚫고 구출해 내기도 하고 존경하는 선생님인 유스투스 선생을 오랜 친구인 니히트라우허씨와 해후하게 해주고 땅꼬마 울리는 자신의 용기를 친구들에게 증명하기 위해서 높은 철봉에서 우산을 들고 뛰어내리다 다리를 다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가 되어 축제가 즐겁게 끝난 다음날 모두들 가족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기차를 타고 집으로들 시끌벅적하게 돌아 가지만 울리는 다리를 다쳐서 부모님이 학교로 오시고 요니는 갈 곳이 없어서 그냥 기숙사에 남고 마르틴은 집으로 돌아갈 차비가 부족해서 기숙사에 남게 된다.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울지 않으려고 참는 마르틴에게 유스투스 선생님이 나타나 집으로 갈 차비와 선물을 살수 있는 돈까지 주시며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말한다. 마르틴의 집에서는 부모님이 불꺼진 방에서 마르틴을 생각하며 슬픈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하는데 벨소리가 울린다. 문을 여는 순간 뛰어 들어온 마르틴!!!!!  까만 밤하늘에 함박눈은 펑펑 내리고 마르틴네 가족은 유스투스 선생님 덕분에 너무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 여러분은 될 수 있는 한 행복해야 한다! 기쁨에 겨워 그 작은 배가 아플 정도로 웃으라! 다만 어떤 것에도 속지 말고 어떤 것도 속이지 말라. 운이 나쁠지라도 기운을 잃지 말아야 한다. 기죽지 말라! 용기를 내라! 권투 선수들 말마따나 펀치를 맞아도 강하게 버텨 내야 한다. 펀치를 받아 치고 견뎌 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세상이 여러분에게 먹이는 첫 펀치에 나가떨어질 것이다. 세상은 엄청나게 큰 글러브를 끼고 있으니까! 세상의 펀치를 견딜 준비를 단단히 하지 않고 있다가는 방 안에서 파리 한 마리가 기침만 해도 벌렁 나자빠져 앓아 눕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기죽지 말라! 용기를 내라! 알겠는가? 이걸 깨달은 사람은 이미 반은 이긴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이 얼마나 옳은 말인가? 우리의 아이들은 언젠가는 크고 작은 넘어야 될 산과 시련을 맞딱뜨리게 된다. 언제까지나 부모의 품 속에서 안락하게 보호받으며 살아 갈수는 없는게 세상이니까. 다만 그 시련이 누구에게는 조금 늦게 또 누구에게는 요니 트로츠처럼 다른 사람보다 일찍 찾아 올수 있다는게 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요니 트로츠는 말한다. 난 아주 행복 한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불행한 것도 아니라고. 이렇게 어렵고 불행하다 할수 있는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준다. 


또 작가는 어른들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한다. 
왜 어른들은 언젠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살아가는지. 아이들이 흘리는 눈물이 결코 어른들이 흘리는 눈물보다 작지도 않거니와 때로는 어른들이 흘리는 눈물보다 훨씬 무겁다는 것을. 


그렇다. 나는 내 어린 시절을 잊고 내 아이들에게는 너무 몰아세우고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돌아 보게 되었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어릴때 그대로 라고 하면서도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보다는 권위적인 어른이 되어 있진 않은지도. 김나지움 학교의 유스투스 선생은 그런면에서 볼때 매우 이상적인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 준다. 아이들을 가슴으로 진정 이해하고 인격체로서 존중해  준다. 내가 느낀 것처럼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 그리고 용기까지 얻기를 바란다.

리뷰를 몇개 훑어 보니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였다. 그래, 책을 읽기 전, 울긴 난 울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에는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는 이야기.
내가 엄마의 딸이고 나 또한 세 아이의 엄마이니 내 엄마가 걸어온 길을 되집으며 또 내가 남은 인생 가야할 길을 보는 듯 해서 그냥 눈물이 자꾸만 눈에서 비어져 나왔다. 거실에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 아이들 몰래 코를 훌쩍이고 눈물을 자꾸만 닦아내며 마지막 장을 덮자 내 마음 속에 울리는 한마디는 바로 "엄마..... "


엄마는 몇 년 전에 벌써 돌아 가셨다. 소설 속의 엄마처럼 평생을 고단하게 사시다가 가셨다. 엄마가 가끔 한가할 적에 어린 시절 가랑 머리를 땋고 다닐 적에 너무나 수줍음을 타서 남자들이 지나가는 앞으로는 가로 질러 다니지도 못했다는 이야기를 하실 때면 지금의 쭈글쭈글 주름진 얼굴과 일을 너무 많이 해서 툭툭 마디가 불거진 손가락들, 그리고 소리를 하도 질러서 남자같이 크고 쩌렁쩌렁한 목소리하고는 도저히 연관이 지어지질 않았다.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만 엄마의 어릴적 그리고 처녓적 모습이 떠오른다. 실제로는 그때의 엄마의 모습은 본 적도 없으면서. 그래, 엄마도 꿈 많은 어린 시절이 있었고 수줍게 웃던 소녀 시절이 있었겠구나. 하지만 결혼을 하면서 고단한 인생은 시작됐고 그 고달프고 외로운 인생은 이승에서의 삶을 마감해서야 끝이 났구나. 그런데 난 언제나 다른집 엄마들과 비교 하면서 엄마를 원망했다. 젊지 않은 엄마를, 부드럽고 따뜻하지 않은 엄마를. 언제나 호랑이 같이 무섭고 차갑고 냉정하다고 생각한 엄마.  하지만 이제 내가 나이들어 보니 엄마가 그 긴 세월 동안 남편도 없이 자식도 없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고 고단했겠나. 그 힘들고 고된 세월이 엄마의 모습을 그리 바꿔 놓은 것을. 난 너무 철없이 몰랐다. 

엄마는 칠순이 훌쩍 넘은 연세에도 가끔 말씀하셨다. 다음 세상에 태어 날땐 새가 되고 싶다고 꽃이 되고 싶다고. 어느 날에는 죽어서 다시 태어나면 부잣집에 외동딸로 태어나 공부도 실컷 해보고 호강하면서 살아 보고 싶다고. 그 땐 무심히 들어 넘긴 말들이 오늘 따라 왜이리 자꾸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엄마, 미안해........ 보고 싶다........

일단 인터 파크에 고맙다. 덕분에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게 되었으니. 
공경희씨의 작품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 믿음이 갔다. 역시나 기대는 어긋 나지 않았다.

책 소개에 이 책이 그림 형제의 <거위 치는 소녀>를 현대적이고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시킨 이야기라는 소리에 초반에는 내가 아는 이야기가 맞는지 자꾸 확인하려 들었지만 곧 책 속에 푹 빠져버렸다. 

주인공은 작지만 평화로운 킬덴리 왕국의 '아니도리- 킬라드라 탈리안나 이질리' 공주다. 공주는 왕위를 이을 첫째로 태어나지만 동물들과 말을 하는 능력을 불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여왕은 둘째인 칼립 왕자에게 왕위를 물려 주고 아니 공주는 이웃 나라인 베이언 왕국의 왕자와 정략 혼인을 시키기 위해 시녀인 셀리나와 호위병들을 딸려서 몇 달 간이나 걸리는 여행길을 떠나 보낸다. 베이언이 점차 가까워지자 뭔가 불안한 기운이 점차로 커져 가고 결국 시녀인 셀리아는 자신의 애인인 용병 운골라드 무리를 앞세워 공주의 호위병들을 모두 죽이고 자신이 아니 공주가 되어 베이언 왕국으로 들어 간다. 구사 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아니는 숲속의 외딴 집에서 살고 있는 한 모자의 도움으로 살아나 도성으로 들어가 왕을 알현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지만 믿어 주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왕궁의 거위 치는 아가씨가 된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는 항상 어려움을 느꼈던 아니. 사람들을 대할 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항상 자신감이 없었던 아니를 보면서 나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다. 어쩌면 그렇게 나랑 똑같은지......  하지만 도성 담벼락 밑에서 가축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일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점차 용기와 자신감을 얻어 간다. 


옮긴이의 글에 공경희씨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먼 곳으로의 여행과 비슷하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나는 오늘 신나고 가슴 두근 거리는 여행을 아쉬운 마음으로 마쳤다. 이제 곧 새로운 여행을 시작 할 것이다. 또 다른 주인공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