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이번 5월에 제주도로 수학 여행을 간다. 

녀석, 좋겠다.

 나두 따라 가고 싶은 마음에 여건은 어떻든 무조건 사전 답사용으로 구입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책 속에 펼쳐진 제주의 모습은 내가 십 오년 전 신혼 여행으로 다녀 왔던 내 가물가물한 기억 속의 제주와 같은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멋지고 아릅답다. 저자가 김영갑씨의 사진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정말 이곳이 제주가 맞나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는 것처럼.

나는 결혼하고 십 오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흰머리 늘고 주름살 생기고 뱃살도 생기기 시작했는데 제주는 그 동안 더욱 가꿔져서 한층 이국적이고 아름다워졌나보다.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형편도 안되면서 벌써부터 내 마음에 드는 여행 코스랑 일정을 밤마다 짠다. 2박 3일 코스면 이곳 저곳을 가보고 3박 4일 코스면 이곳 저곳에 거기까지...... 책을 들여다 보며 상상 속의 일 정을 짜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행복 충전이다. 이게 바로 잘 씌여진 여행서의 참맛인가보다. 

사진과 함께 덧들여진 저자의 글들은 부러 너무 꾸민 듯하지도 않고 읽기에 부담스럽지도 않고 제주의 맛과 멋을 글로 옮기는데 부족함이 없다. 

아무리 좋아 봤자 거기가 거기지 뭐, 옛날에 가보니깐 뭐 별로 볼 것도 없더구만, 하면서 경제적으로 여건이 되었을 땐 가고 싶단 생각이 안 들었었는데.
이런 멋진 책을 이제야 만나다니. 아쉽다. 제주 여행을 다녀 올수 있는 금액만큼만 로또가 당첨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은 친구가  로또 사면서 꾸는 꿈치곤 참, 소박하단다. 오늘도 제주여행의 소박한 꿈을 안고 로또 사러 간다....

온다 리쿠와의 첫번째 만남으로 고른 책인데 번역자에 따르면 이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저자 작픔 세계의 원점이 되는 작픔이라고 한다.

장르는 뭐라 해야 할까. 역자도 말했듯이 굳이 구분하자면 미스테리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읽다 보면은 ’뭐야, 이게 미스테리야?’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은 액자 소설의 형태로 되어 있다. 바깥쪽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4부작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그 안쪽에 각 장마다 또 다른 4부작 소설인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란 책이 나온다. 안쪽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각각 같은 책인 듯하면서도 또 다른 책이기도 하다. 
머리 회전이 빠르지 못한 나는 읽어 나가면서 무척 난해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를 노스텔지어의 마술사라고 한다는데 그녀의 노스텔지어는 구체적인 대상이나 시대를 그리워하는 노스텔지어라기보다는 끝없이 돌고 도는 세계에 대한 노스텔지어란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여태까지 읽었던 다른 책들과는 다른 이유로 빨리 읽게 되었다. 다른 책들은 재미가 있어서 혹은 앞으로의 전개될 이야기가 궁금해서 잠못 이루고 밤을 새워 읽었다면 이 책은 뭐랄까 어쩐지 몸이 수렁에 빠진 듯 답답하고 개운하지 못한 느낌에 빨리 끝까지 읽어 버리고 책을 덮기 위해 의식적으로 빨리 읽었다. 조금 전에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은 ’휴, 다 읽었네.’ 하는 심정? 

그런데 이상한게 책을 읽으면서는 ’뭐야, 이런 작가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지? 나하곤 좀 맞지 않는군.’ 하며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는 것에 반감이 있었는데 다 읽고 난 지금은 오쿠다 히데오와는 달리 한권 쯤은 더 읽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공중 그네>한권을 읽고 다른 작품은 읽고 싶은 마음이 안들었슴) 
이게 바로 온다 리쿠 작품의 매력인 건가? 모르겠다. <밤의 피크닉>은 이 작품과는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라니까 한권쯤 더 읽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