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인 트와일라잇을 보고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자못 궁금해하면서 책을 펼쳤는데 처음 장면이 벨라가 꾸는 꿈으로 시작된다. 꿈 속에서 벨라는 쪼글쪼글하게 주름진 얼굴을 한 자신의 할머니를 보게 되는데 결국엔 그 모습이 거울에 비친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고 영원히 열일곱 살인 에드워드의 키스를 받으며 악몽 속에서 깨어난다.

 

자신이 나이가 들어감을 두려워하는 벨라. 그래서 그녀는 자신도 에드워드처럼 불멸의 뱀파이어가 되기를 바라지만 뱀파이어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믿는 에드워드는 벨라의 영혼을 지키기 위해 '인간으로'남을 수 있도록 지키고자 한다. 전편에서의 위기를 겪고 둘 사이가 좀 더 돈독해졌는가, 싶었는데 웬걸 에드워드는 자신 때문에 벨라가 평범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위험에 빠졌다고 생각하여 벨라와 헤어질 결심을 한다. 그리고 그 결심대로 에드워드는 벨라에게 마음에도 없는 이별의 상처를 주는 말들을 내밷고 가족들과 함께 떠나버린다.

 

이 후, 벨라는 많은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처럼 속이 빈 껍데기처럼 무감각하게 생활을 하고 그러다 전편에서 잠깐 등장했던 인디언 부족 소년인 제이콥이 새롭게 등장한다. 벨라보다 나이도 어리고 아직 앳된기가 남아있던 모습에서 이젠 키가 180센티도 넘게 자라고 남자다움을 풍기는 청년이 되어 나타나는데 벨라는 그와의 만남에서 많은 위로를 얻는다. 벨라의 마음 속에는 아직도 변함없이 에드워드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으면서 제이콥에 대한 태도를 확실히 하지 못하는 벨라를 보면 좀 얄미운 생각이 들다가도 옛 말에 열 여자 마다하는 남자 없다는 말이 있듯이 열 남자 마다않는 여자는 없으면 안되나, 하는 삐딱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뭐, 능력의 문제지 저렇게 잘난 남자들이 죄다 좋다고 대시를 한다면 나라도...

 

게다가 제이콥은 그저 키크고 잘생긴 평범한 남자애가 아니라 에드워드에 버금가는 힘과 능력을 가진 늑대인간이다. 이렇게 말하면 스포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뭐, 제이콥이 늑대인간이 되는 것은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아니고 처음부터 조금만 눈치가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인 데다가 그것을 미리 알고 있다고 해서 책읽기에 대한 재미가 반감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밝히는 바이다.

 

그리고 이 두꺼운 책이 거의 다 끝나가도록 우리의 완벽남 에드워드는 등장하지 않아 조바심을 내게 하는데 책의 후반부에서 드디어 에드워드의 누나인 엘리스의 등장으로 벨라와 에드워드의 운명의 끈은 다시 연결된다.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엘리스의 능력 때문에 절벽 다이빙을 하는 벨라의 모습을 보고 그녀가 자살을 했다고 생각한 에드워드는 자신도 벨라를 따라 죽기 위해 이탈리아의 볼투리 일가를 찾아가고...(볼투리 일가는 죽고 싶어 환장한 뱀파이어들이나 찾아가는 거물들이란다)

 

늦기 전에 에드워드를 구하기 위해 벨라는 엘리스와 함께 무작정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데....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에 이어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이 책의 리뷰를 넣을 카테고리를 고민하다가 결국 '막내의 그림책'에 넣긴 했는데 그러고도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입니다. 사계절에서 출판한 어린이용 그림책이긴 한데 제가 보기에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왜냐하면 <꽃할머니>는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 노릇을 했던 할머니의 삶을 담은  내용이기 때문에 결국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진정으로 함께 느끼기 위해서는 성폭행에 대한 인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은 굳이 독자의 대상을 어린이에 국한하지 않고 청소년이나 어른들이 봐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은 심달연 할머니로 책 속에서는 꽃할머니로 등장합니다. 꽃할머니는 열세 살 무렵 언니와 함께 나물을 캐러 갔다가 일본군들에게 끌려갑니다. 더러 들은 이야기로는 공장에서 일을 한다는 말을 듣고 따라갔다는 소리를 들은적이 있었지만 꽃할머니는 그마저도 없이 나물을 캐다가 막무가내로 끌려가게 되고 그 후로 부모님의 얼굴을 다시 뵐 수 없게 되지요. 열세 살... 제 큰 딸 아이의 나이가 이제 막 열네 살이 되었네요. 아직도 동생과 먹을 것을 가지고 싸우는 철부지 우리 딸내미를 생각하니 딱 그 나이에 이유도 모르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울면서 끌려가는 꽃할머니의 모습에 눈물이 날 것만 같습니다. 

 

일본 군인들의 막사에 칸막이 방을 배정받은 꽃할머니는 그 후로 저로선 상상하기조차 힘들고 끔찍한 시간의 세월을 보내게 됩니다.

 

며칠 뒤, 방문 앞에 군인들이 줄을 섰다.

하나가 들어왔다 나가고, 또 하나가 들어왔다 나가고,

하루에도 몇 명인지 셀 수가 없었다.

그 작은 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열세 살 꽃할머니의 아랫도리가 피로 물들었다.

꽃할머니는 그 일을 어떻게 견뎌 냈을까?

 

꽃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였다.

 

이 부분의 설명을 아이에게 하는 건 엄마의 숙제 같아요. 권윤덕 작가는 얼굴 없는 군인들의 군복을 그림으로 나타내어 꽃할머니의 두려움과 고통을 표현합니다. 전쟁이 끝나고 버려졌던 꽃할머니는 그 뒤로 20년 동안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조차 기억하시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또 다시 50년의 세월이 흐르고 이제 꽃할머니는 말씀하십니다.

 

"지금 세상에는 그런 일 없어야지.

나같은 사람 다시는 없어야지.

내 잘못도 아닌데 일생을 다 잃어버리고......"

 

통계에 따르면 '위안부'피해를 입은 여성의 수가 최소 4만에서 최대 30만으로 추정된다고 하고 그 중에서 80~90%가 식민지 조선의 여성들이었다고 하네요. 전쟁이란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것인지 우리가 왜 전쟁에 반대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이제 위안부 할머니들께서 한 분, 두 분 돌아가시고 살아계신 분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어서 일본으로부터 진정한 사죄를 받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합니다.

 

 

 

 

 

 

 

이제 일곱살인 딸아이도 "백희나네~" 할 정도로 유명한 작가 백희나의 '달 샤베트'입니다. 보고 또 보았던 그녀의 대표작 '구름빵'에서 보여줬던 독특한 기법과 기발한 상상력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드러나는군요.

 

아주아주 무더운 여름날 밤, 너무너무 더워서 잠도 오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날 밤에 일어난 일입니다...

 

불켜진 아파트의 창문으로 들여다 보니 모두 꽁꽁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은 채 잠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이 보이네요. 아, 정말 지난 여름에도 이렇게 무더웠었지, 하면서 다음 장으로 넘기자         

 

 

                                                    똑

                                                     .

                                                     .

                                                     .

                                                     .

                                                     .

 

 

                                                    똑

                                                     .

                                                     .

                                                    똑

 

       

어! 이게 무슨 소리죠?

아하! 너무너무 더워서 까만 밤하늘에 떠 있는 노란 달이 그만 녹아서 한방울씩 떨어져 내리고 있는 소리였네요. 그걸 본 부지런한 반장 할머니가 얼른 고무 대야를 들고 뛰쳐나가 달방울들을 담아옵니다. 물방울도 아니고 빗방울도 아니고 달방울이라...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단어지만 웬지 너무 신비롭고 예쁘지 않은가요?

 

할머니는 노오란 달 물로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샤베트 틀에 나누어 담아 냉동칸에 넣어둡니다. 또 한 번 달 물이 어떻게 되었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다음 장으로 넘기자 앗, 이번엔 갑자기 온 세상이 깜깜해졌어요. 전기를 너무 많이 써서 정전이 된 거래요. 그런데 아직 밝고 노란 불빛이 새어나오는 집이 있네요. 하하, 맞아요. 바로 반장 할머니네 집이예요. 모두들 빛을 따라 할머니네 집으로 향하고 할머니는 달샤베트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어요. 신기하게도 달샤베트를 먹고 나자 더위가 싹 달아나 버려서 그날 밤, 이웃들은 모두 모두 창문을 활짝 열고 시원하고 달콤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답니다. 그런데...

 

 

                                                      똑

                                                      똑

                                                      똑

                                                       .

                                                       .

                                                       .

 

이번엔 또 무슨 소리지요? 할머니가 문밖을 내다보니 옥토끼 두 마리가 처량한 얼굴로 서 있네요. ^^  달이 사라져 버려서 살 곳이 없어진 옥토끼들에게 할머니는 또 어떤 마술같은 놀라운 일을 보여줄까요?

 

백희나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 독특한 표현 기법 때문에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아이와 함께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