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달에 사는 옥토끼에 대한 전래 동화가 있지요. 아니, 사실 전래 동화라고 하자니 직접 그런 동화책을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도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얼마 전에 본 백희나의 <달 샤베트>에서도 더위에 달이 녹아 없어지자 살 곳이 없어진 옥토끼 두 마리가 풀이 죽어 등장하는 모습을 보았구요.

 

지금은 어른이 되어서 달에 비치는 명암이 사실은 분화구가 어떻고 무슨무슨 바다가 어떻고 하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가끔 깜짝 놀랄만큼 커다랗고 노란 달이 손에 잡힐 것처럼 가까이에 떠 있는 것을 볼 때면 정말 신비롭고 환상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답니다.

 

토미 웅거러는 이렇게 보름달의 어른어른한 명함을 보고 달 속에 '달 사람'이 살고 있다고 얘기를 시작합니다(사실 이것이 토미 웅거러 자신의 상상력인지, 아님 우리나라의 옥토끼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존재인지는 모르겠어서 살짝 궁금해요). 달 사람은 아무래도 달처럼 둥글고 희끄무레해서 언뜻 보면 중년이 된 호빠맨 아저씨처럼 보이기도 해요.

 

달사람은 두둥실 떠다니는 달에서 밤마다 지구를 내려다 보지요. 그리고 즐겁게 춤추는 사람들 보고 자신도 그렇게 한 번 사람들과 같이 신나게 놀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 밤, 달 사람은 지나가는 별똥별의 꼬리를 재빨리 붙잡고 지구로 떨어지게 됩니다. 자, 그럼 지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사람들은 별똥별이 떨어진 곳에 있는 달 사람을 보고 외계에서 온 침입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달 사람을 감옥에 가두어 버렸지요. 가엾은 달 사람은 지구에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긴 커녕 감옥에 갇혀서 풀이 죽어 있는데... 그러다 문득, 자기 몸 왼쪽이 없어진 것을 깨닫게 돼요. 아하, 달 사람의 몸은 달이 차고 기우는 데 따라 똑같이 가늘어졌다가 다시 커졌다가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믐달이 뜬 날 밤, 달 사람은 쇠창살 사이로 몸을 쏙 빼내어 탈출을 했답니다.

 

달 사람은 며칠이 지나자 다시 원래대로 몸이 돌아와 지구에서의 생활을 맘껏 누려봅니다. 그런데 또다시 경찰에게 쫒기게 된 달 사람. 결국 달 사람은 몸을 피해 시골 마을로 갔다가 아주 오래된 성을 발견하고 들어가지요. 그 성엔 아주 오래전부터 달까지 보낼 우주선을 만들고 있는 과학자가 있었어요. 결국 달 사람은 로켓을 타고 지구를 떠나 다시 달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 후로 달 사람은 다시는 지구로 내려오지 않고 하늘에 떠 있는 자기 자리에 언제까지나 몸을 웅크리고 있대요.

 

밤하늘의 달은 어쩌면 태양보다도 신비로워서 옛부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겠지요. 이제 둥그렇고 커다란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달을 보면서 저는 옥토끼 생각, 아이는 달 사람 생각에 문득 미소가 떠오를 것 같아요. 그 때, 달 사람도 지구를 내려다 보면서 짧았지만 즐거웠던 지구에서의 일들을 떠올리고 있겠지요?

 

 

남편 직장 때문에 중국에서 살고 있는 친구가 가끔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내게서 책을 한 아름씩 빌려 들어가곤 한다. 항상 나에게 책을 골라달라고 하는데 친구는 우리나라 책을 읽지 않기 때문에 나는 친구가 좋아할만한 책을 골라서 담는다.  

 

얼마 전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네 덕분에 이 곳 아줌마들 사이에서 내가 문학 아줌마로 통하게 됐어~" 하는 말로 내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다. 내친김에 친구에게 "그럼 너도 이젠 우리나라 책도 좀 읽어야지." 했더니, 돌아오는 말이 " 난 우리나라 책 읽기 싫어. 주인공들 생활도 그렇고 이야기도 그렇고 다 내 얘기랑 비슷해서. 죄다 세상살기 힘들고 괴로운 얘기들 뿐이라 답답해."  그러면서 농담으로 한 마디 덧붙이며 웃는다. "그래서 난 포르노도 우리나라껀 안 보잖아.ㅎㅎ"

나는 친구의 말에 마땅히 반박을 못하고 웃고 말았는데 그 후로 읽을 책을 고를 때마다 어쩌면 친구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친구에게 꼭 빌려주고픈 책을 만났다.

 

이석용의 <파파라치>는 황금펜 영상문학상 금상 수상작으로 심사과정에서 여러 심사위원들의 아쉬움으로 지적되어 마지막까지 선정에 고민을 하게 했다는 바로 현대대중소설의 필수라 할 수 있는 대립이나 경쟁, 시기나 모함, 즉, 친구가 한국소설을 읽기 싫은 이유로 들었던 '인생의 고달픔'이란 것이 없다. 물론 등장인물들 저마다가 지닌 삶의 무게가 있지만 작가는 그 무게를 무겁고 버겁게 그려내지 않는다. 나는 바로 그 이유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잠시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입가에 따뜻한 미소를 머금을 수 있도록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주인공 길도는 19살의 청년으로 들을 수 없어서 말하지 못하는 장애인이다. 그는 사람들이 말하는 입모양을 보고 상대방의 말을 '듣는'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은 그의 목에 분신처럼 걸려있는 수첩을 통해 "말'한다. 또, 핸드폰 문자와 컴퓨터 자판도 그와의 대화 수단이 된다. 이렇게 현대인들에게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러면서도 하루만이라도 그것들이 없는 곳에서의 생활을 누구나 꿈꿔 본 문명의 이기조차 이석용의 작품 속에서는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매체로 표현된다. 당연히 장애인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일반적으로 그리고 자동적으로 뒤따르는 움츠러듬, 머뭇거림, 마음의 불편함 등도 이 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다시 돌아가서 길도군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 그것도 그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따뜻한 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눈으로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담아내는 일로 자립을 실현한다. 그의 직업은 바로 일명 파파라치. 그러나 우리의 고정관념에 들어있는 파파라치와는 달리 그는 의뢰인의 요구로 일상을 담아주는 파파라치다. 여기에서 누가, 왜, 자신의 일상을 파파라치당하고 싶은가?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나도 처음엔 의아하고 억지스러운 설정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옴니버스처럼 펼쳐지는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고개가 끄덕여지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길도군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주변인물로는 왓슨처럼 삼촌을 챙기고 조력하는 열 살의 귀여운 조카 다홍이, 두 살 연상의 어엿한 대학생 여자친구 화심이, 정비사 일을 하면서 가끔 길도에게 볼트 조이는 기계의 리듬으로 맛(?)좋은 포식을 시켜주는 둘도 없는 친구 민규, 정신적 지주이자 멘토인 한상욱 신부님, 그리고 인생의 영원한 후원자이신 부모님들이 계시다.

 

착한 사람들의 행복한 이야기속엔 결국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끝까지 잡고 놓아주지 않았던 따뜻함이 들어 있다. 이런 세상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아닐까.

 

문득 편견없이 내면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순수청년 길도군에게 일상의 모습을 담아달아고 메일로 요청하는 내 모습을 그려본다. 나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어떤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을지 궁금해 하면서.

 

                            

                      당신의 일상을 담아드리겠습니다. ㅡ 파파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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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오늘은 냠냠씨 가족이 놀이동산으로 놀러가는 날이네요. 냠냠씨랑 쩝쩝 부인, 그리고 야금야금 큰딸과 잘근잘근 아들이랑 막내딸 파릇파릇은 토끼가족이예요. 그런데 그림 속 냠냠씨네 식구들은 너무 뚱뚱해서 기다란 귀만 아니라면 돼지가족인줄 알겠어요. 막내인 파릇파릇만 빼고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냠냠씨네 가족은 먹는 걸 광장히 좋아해요. 사실 놀이동산에 가는 것도 마치 먹기 위해 가는 것 같아요. 놀이동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차 안에서 과자며 음료수, 햄버거에 튀김까지 해치우는 걸 보면서 하하, 뭐 여행이란게 다 그런거 아니겠어,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괜히 찔리는 구석이 있네요.

 

그런데 문제는 바로 잘 달리던 차가 갑자기 덜거덕덜거덕 거리다가 멈춰 서면서 시작되지요. 이것 참, 냠냠씨 가족이 너무 무거워서 차가 그만 주저앉아 버린거예요. 이 마당에도 냠냠씨네 식구들은 먹을 것 타령만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농부 아저씨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답니다.

 

집에 먹을 게 아주 많다는 농부 아저씨의 말을 듣고 따라갔지만 싱싱한 샐러드와 옥수수, 호박빵으로 차려진 저녁상을 보고 냠냠씨 가족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먹을 만한' 음식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냉동식품도 통조림도 없구요. 오직 파릇파릇만이 맛있게 옥수수와 호박빵을 배불리 먹고 잠자리에 들었어요.

 

이튿날, 그래도 대접을 받았으니 보답으로 냠냠씨 가족이 농장 일을 도와 주려고 하지만 이런, 다들 너무 뚱뚱해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군요. 심지어 쩝쩝 엄마는 허리를 구부려 닭장 바닥에 있는 달걀조차도 집을 수가 없는걸요.

 

그걸 본 농부 아저씨와 냠냠씨 가족간의 대화가 아주 유머러스해서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답니다.

 

쩝쩝 엄마가 말했어요. "우리 식구들은 바깥일을 안 해 봤거든요."

농부 아저씨가 물었어요. "그럼 집에서는 무슨 일을 하시는데요?"

냠냠 아빠가 대답했어요. " 주로 텔레비젼을 봅니다."

농부 아주머니가 말했어요.

"흠, 터벅터벅 걸어서 놀이동산에 갈 건데 함께 가실래요?"

파릇파릇이 말했어요. "와, 재밌겠다!"

냠냠 아빠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어요. "걷는 건 딱 질색입니다!"

쩝쩝 엄마가 말했어요. "냉장고에 갈 때나 걷죠."

 

하하, 냠냠씨네 가족이 어떤 가족들인지 상상이 가지요? 결국 걸어서 놀이동산에 간 냠냠씨 가족들. 하지만 감격에 겨운 것도 잠시뿐. 냠냠씨 가족이 타거나 올라선 것들이 모두 부서지고 말았어요.

 

그!래!서! 결국 막내 파릇파릇이 특단의 조치를 취한답니다. 파릇파릇의 지시사항은

 

"아침에 탄산음료를 마시는 건 이제 옛날적 일이에요. 간식도, 사탕도, 기름에 튀긴 과자도 안 돼요. 냉동식품과 튀김도요. 너무 많이 먹어서도 안 돼요. 농장에서 기른 싱싱한 음식만 먹어야 해요. 그리고 밖에 나가서 많이 움직여야 해요!"

 

이랍니다.

휴, 정말이지 아침에 탄산음료를 마시는 부분만 빼곤 다 저에게 하는 소리처럼 들리는군요. 그러다간 굶어죽겠다면서 시큰둥해하던 식구들도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차츰차츰 날씬해지고 건강해져서 오, 원래는 이런 모습이었군!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두들 몰라보게 변했답니다.

 

아이와 같이 읽었는데 제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딸아이가 스스로 건강한 음식에 대한 깨달음을 자연스럽게 얻는 것 같아요. 식탁에서 야채를 먹어야 한다며 제 언니보다도 더 골고루 먹더라구요.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생활에 대해 재미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일깨워 줄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