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대일밴드가 만병통치(?)에 쓰는 약이랍니다. 어딘가 조금만 긁혀도, 부딪쳐도, 하다못해 뾰루지가 나더라도 대일밴드를 꺼내다 붙이곤 하지요. 딸아이에게는 대일밴드가 자신의 몸에 난 상처를 스스로 처치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것이지요. 그런 딸아이의 눈에 이 책이 무척 흥미를 끌었나 봅니다. 제목은 <응급 처치>. 물론 아직 일곱 살인 아이는 응급 처치란 말의 뜻을 잘 모르지만 제목 위에 씌여 있는  '다쳤을 때는 어떡할까'하는 소제목과 자기 또래의 아이가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그림은 충분히 눈길을 끌었겠지요.

 

책은 하얀 종이에 붉은 글씨와 그림이 주를 이루어서인지 구급약 상자를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네요. 그리고 우선 차례를 훑어보니 음... 화상, 코피, 딸꾹질, 가시가 박혔어, 조금 베인 상처,손가락이 문에 끼었어, 발저림(은 아이들에게 흔히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데 말이죠) 등등 우리 아이들에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응급 상황이 나옵니다. 그 중에서 우리 아이가 겪은 상황은 넘어져서 깨진 상처와 가시가 박혔어, 조금 베인 상처 정도가 되겠네요. 세 가지 모두 아이에겐 밴드 하나면 충분한 경우지만 아이와 함께 체계적인 처치법을 함께 읽어 보았죠.

 

그리고 딸꾹질 같은 경우는 요즘 아이가 매일 보는 만화 '짱구'에서 훈이가 딸국질을 하는 바람에 친구들과 선생님이 훈이의 딸국질을 멈추게 하려고 여러가지 방법들을 생각해내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재미있게 보더라구요. 또, 벌에 쏘였어,나 귀에 벌레가 들어갔어, 는 아직 일어나 본적이 없는 일이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저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글밥이 너무 많아서 처음엔 자기가 읽기 싫다며 저한테 읽어 달라고 하더니만 제가 다 읽어 주고 나니까 재미가 있는지 이번에는 자기가 읽겠다면서 저를 꼼짝없이 옆에 앉혀 놓고는 들어 보라고 하네요;;

 

아이와 함께 재미있는 응급 처치 수업을 받아보세요~

제가 아직 이십 대 초반이었을 때에 텔레비젼 뉴스를 통해, 그 때는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진 할머니들의 모습을 처음 보았지요. 그 때 저는 할머니들이 당한 고통이 어떤 것인지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진정 가슴으로 그 분들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얼마 전에 권윤덕 작가의 <꽃 할머니>를 보았어요. 부끄럽게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과 고통에 관한 이야기로는 처음으로 읽은 책이었답니다. 이제 나이들어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어 여자로서의 삶을 살고 보니 할머니들이 긴긴 세월동안 겪어내신 고통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꽃 할머니>는 유,아동용 그림책으로 출간되긴 했는데 제가 리뷰에도 썼듯이 할머니들이 위안부 생활을 하면서 당한 고통을 주로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성폭행에 대한 인지가 없다면 다소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 여겨져서 독자의 대상이 초등 고학년부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오늘, 최은영 작가의 <수요일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읽기 전에 판형을 보고 100페이지가 넘는 꽤 긴 글이기에 최은영 작가는 어린이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이 주제를 어떻게 풀어냈는지 궁금했지요.

 

책을 펼치자 처음 등장하는 사람이 웬 술주정뱅이 난동꾼입니다. 바로 봄이 아빠입니다. 봄이네 엄마는 봄이 아빠가 사업에 실패한 뒤 날마다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자 봄이를 집 가까이에 있는 나눔의 집에 잠깐동안 맡기게 됩니다. 할머니들만 여럿이 살고 있는 나눔의 집에서 봄이는 순임 할머니와 한 방을 쓰며 지내게 되었어요. 그런데 아빠가 또 술에 취해 찾아와 봄이를 내 놓으라며 난동을 부리는 거예요. 그런 아빠를 말리기 위해 쫓아온 엄마. 봄이는 엄마와 하룻밤을 같이 자게 되지만 아침이 되자 엄마는 이미 자리에 없어요. 심통이 난 봄이는 엄마가 직접 만들어 준 이후로 늘 지니고 다녔던 빨간 헝겁 인형을 사납게 비틀고 내던지며 화풀이를 합니다.

 

그러다 어느덧 화도 가라앉고 심심해진 봄이가 순임 할머니에게 묻습니다.

 

"여기는 왜 할매들만 살아요?"

"여그가 어떤 곳인지 모르고 왔냐?"

 

눈을 찡그리는 봄이에게 다시 할머니가 묻습니다.

 

"일본군 '위안부'라고는 들어봤냐?"

 

고개를 가로젓는 봄이의 눈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던 할머니는 봄이를 데리고 나눔의 집 역사관으로 들어 갑니다. 그곳엔 나눔의 집에서 살다가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사진과 할머니들께서 직접 그리신 그림들이 걸려 있습니다.

 

열 살 봄이의 눈에는 한복을 입은 젊은 여자가 나오는 그림, 군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오는 그림, 옷을 입지 않은 여자가 쓰러져 있는 그림, 여자가 나무뿌리 주변에 묻혀 있는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림 속 여자들의 모습이 행복해하는 표정은 하나도 없고 대부분 고통스러워 보인다는 것만은 알지요. 그리고 그림 속의 남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오히려 신이 난 것처럼 보인다는 것도요. 그런 봄이에게 할머니는 말씀하십니다. 그림 속의 젊은 여자들이 일본군 '위안부'라고요. 그리고 봄이가 더욱 이해하기 쉽게 '위안부'는 '전쟁터에서 일본 군인들이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고 설명을 해요. 그러자 봄이는 자신의 빨간 헝겁 인형을 떠올리지요. 봄이 마음대로 주물럭거리며 뉘었다 앉혔다, 심심하면 집어 던지고 아무 데나 쑤셔 박아 놓을 수 있는 장난감을요. 그러면서 봄이는 나이 어린 여자가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로 끌려가 살아 있는 장난감 노릇을 해야 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위안부'가 되어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는 조선 여자들이 지금 곁에 있는 할머니들이라는 사실에 '먼 옛날'같았던 이야기를 아주 가까이 느끼게 되지요.

 

이렇게 할머니들의 고통을 이해하게 된 봄이는 20년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빠지지 않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일의 집회에 따라나서게 되고 그곳에서 공허한 메아리처럼 울리는 할머니들의 "사죄해라"는 외침에 또 다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순임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봄은 '꼭 기억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이제 아빠는 알코올 의존 요양 병원에 들어가게 되고 엄마와 함께 살게 되어 나눔의 집을 떠나게 된 봄이. 하지만 봄이는 약속합니다. 매일매일 할머니들을 보러 오고 수요일의 집회에도 꼭 함께 할 것을요.

 

책을 덮으면서 이 책을 펴내기 위해 쏟은 2년동안의 작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작가는 책에서 열 살난 여자아이 '봄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위안부'할머니들의 삶과 고통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이해할 수 있도록 했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조차 점점 잊혀져 가는 '위안부'할머니들의 존재에 이 책은 그 분들을 꼭 '기억하고', '함께하는'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책을 읽는 내내 여주인공 벨라가 부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고 아무튼 차도남의 분위기를 풍기면서 완벽남인(어쨌든 벨라의 눈에는)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벨라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거친 야성의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늑대인간 제이콥 사이에서 나도 덩달아 행복한(?) 고민을 마음껏 즐긴 바이다.

 

전 편에서 벨라가 인간으로서의 평범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에드워드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른 이별을 겪었던 둘은 결국 다시 만나게 되고 서로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하지만 이별의 고통을 겪는 동안 벨라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어 주었던 제이콥은 어느새 벨라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벨라가 제이콥의 그런 감정을 알면서도 딱 부러지게 거절을 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 벨라 스스로는 제이콥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는 핑계를 대지만 급기야 제이콥은 벨라에게 두 남자를 모두 사귀면 왜 안되냐는 질문까지 하고, 그걸 보면서 나는 옛말에 열 여자 마다하는 남자 없다더니만 여자도 그렇고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거였다.

 

결국 에드워드를 사랑하고 그와의 결혼까지 약속한 상황에서 제이콥과의 찐~한 키스 한 방에 자신이 제이콥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는 벨라의 우유부단함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내가 좀 더 어렸을 때 이 책을 보았더라면 정말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의 열병에 들떠 밤을 새웠겠구나, 싶다.

 

전 편에서 에드워드 일행에게 죽임을 당한 애인의 복수를 위해 칼을 갈던 빅토리아가 소리 없는 위협으로 벨라를 옥죄어 오지만 벰파이어와 늑대인간들의 양공 작전에 의해 결국 제거당하게 되고 벨라와 에드워드의 결혼 소식을 알게 된 제이콥은 떠나게 된다.

 

이제 궁금한 것은 다음 편에서 벨라와 에드워드의 결혼 이후의 관계와 과연 벨라는 그녀의 바램대로 벰파이어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출간 첫 날 1백 30만 부가 팔려나가는 기록을 세웠다는 마지막 권인 <브레이킹 던>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