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에 누구요?>는 옛날부터 구전되어 온 이야기로 호랑이와 곶감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저도 어디서 어떻게 보았는지는 도통 기억이 안나지만 분명히 알고는 있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아이들은 전래 동화를 잘 모르더군요. 제 나이 또래면 책으로 읽은 기억이 없어도 호랑이와 곶감,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견우 직녀, 옥토끼 이야기등,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생소하게 여기는 아이들을 보면서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들더라구요. 새삼 아이 책장에 가서 들여다 봐도 외국 유명 작가들의 책이 가득 메우고 있고 그나마 우리 나라 작가의 작품은 모두 요즘 인기가 있는 몇몇 작가의 작품이고요.

 

그래서 요즘 각 이야기마다 가장 괜찮게 출간된 옛 이야기들을 하나씩 사서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마루벌에서 나온 작품이 단연 돋보였지만 국민서관의 옛날옛적에 시리즈에도 마음에 드는 작품들이 꽤 있답니다. 오늘 이 작품 <거울 속에 누구요?>도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을 보는 순간 앗, 이거다! 하는 생각이 번쩍 들더라구요. 책의 표지에 있는 동그란 거울을 보고 정말 기가 막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획 아이디어가 좋은 작품이어서 제 마음 속에 머스트 해브 1순위로 올려 놓았던 책인데 드디어 구입을 하게 됐네요.

 

우선 표지에 붙어 있는 옛날, 할머니들께서 '면경'이라 부르셨던 동그란 거울로 먼저 아이와 함께 번갈아 가며 얼굴을 비춰 보고 한바탕 웃고서는 책을 펼치고 아이에게 읽어 주려니 이야기 또한 맛깔나게 씌여 있네요. 그림도 제가 좋아하는 윤정주씨의 그림이라 아주 마음에 들고요. 한양에서 기와집들 위로 별이 총총한 밤하늘에 커다랗고 둥근 보름달이 떠 있는 장면은 특히 아름다워요.

 

그리고 숯을 지게에 가득 짊어지고 밤길을 재촉해 한양으로 향하는 남편의 모습을 표현한 부분은 마치 시처럼 부드럽지요.

 

한양 가는 길은 아주 멀어요.

산도 넘고 강도 건너고 들판도 지나야 하지요.

해도 따라가고 달도 따라가고...

그렇게 남편은 한양에 도착했어요.

 

이렇게 초반부는 운율이 있는 시처럼 맛깔나게 씌여지다가 후반부에 가서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등장인물들의 대사 중심으로 유쾌하게 이어져 옛 이야기의 재미와 감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랍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옛날을 그리워하고 추억을 기린다고 하지요. 살아온 세월이 길어질수록 추억할 것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앞으로 남은 인생이 점점 짧아져감을 느낌에 따라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게 되어서인지 모르겠지만요.

 

요번 북 축제에 가서 아이들 책을 한 바퀴 휘, 둘러 보는데 바로 이 책이 딱, 눈에 들어오더군요. 선 자리에서 들고 휙휙 넘겨 보았는데(직원 분들이 자꾸 호객 행위를 하시는 바람에 편하게 둘러 볼 수가 없더라구요...) 아, 이 책이다, 싶더라구요. 시골집.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굳이 시골이 아니라 저희 동네에 있는 집들이 거의 대부분 이런 집이었지요. 대청마루가 있고, 우물이 있고, 뒷간이 있고, 부뚜막이 있는 부엌이 있는 집. 그림을 보니까 어릴 적 이런 집에서 뛰놀던 생각이 뭉클 떠오르지 뭐예요.

 

그래서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인터파크를 통해 미리보기를 보여주고 다른 책을 사고 싶어하는 아이를 겨우겨우 설득해서 구입했답니다. 대신 아이가 원하는 책을 한 권 같이 구입하는 조건을 들어주는 댓가를 치르고 말이죠ㅜㅜ. 옷과 마찬가지로 책도 엄마가 읽히고 싶어하는 책과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책이 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데 웬걸 책이 오자 우선 글씨가 너무 많아서 자긴 못 읽겠으니 엄마가 읽어달라고 하더니만 제가 한 번 맛깔나게 읽어주자 너무 재미있다고 난리네요.^^ 그리고는 유치원 독후활동에도 이 책을 펼쳐 놓고 그리고, 쓰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읽고, 또 읽고, 종일 이 책에 대한 이야기만 재잘재잘 거리더라구요. 그러면서 어디서 어떻게 알았는지 이 집은 방바닥이 되게 따뜻한 집이라고 짐짓 아는체까지 하는데, 웃음이 나왔어요.

 

<시골집이 살아났어요>는 제가 보아도 참 재미있어요. 우선 그림이 마음에 드는데요. 약간 만화풍의 그림인데 음,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만화인 <검정 고무신>의 필이 나거든요.

 

책을 펼치면 주인공인 세쌍둥이들, 강이, 산이, 들이가 활짝 열려 있는 시골집 대문을 향해 신나게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 나오지요. 강이, 산이, 들이네 가족이 시골집으로 이사를 했대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에는 아파트에 살았었나 봐요.

 

세쌍둥이는 신이 났어요. 아래층도 없고 위층도 없는 집에서 여기도 열어 보고 저기도 들여다 보고 쿵쾅쿵쾅 뛰어다니며 마음껏 큰 소리로 떠들어도 되고요. 그리고 제일 먼저 한 놀이가 바로 술래잡기예요. 와, 그러고 보니 예전엔 집 안에서도 친구들과 늘 하던 놀이중에 하나가 바로 술래잡기와 숨바꼭질이었어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 술래잡기나 숨바꼭질은 주거형태의 변화 때문인지 이렇게 책 속에서나 보는 전통 놀이가 되어가는 것 같아 많이 아쉬워요. 노는 것도 꼭 어딜 가서 돈을 내고 들어가 놀고 집에서는 또 꼭 돈 주고 산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야 하니 말이예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세쌍둥이가 마음껏 신나게 떠들며 뛰어노는 모습에 제가 다 신이 납니다. 그런데 한참 정신 없는 아이들 앞에 웬 할머니 한 분이 스윽, 나타나시네요. 아이들도 저처럼 궁금했나봐요.

 

" 할머니는 누구세요?"

강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어요.

"쉿! 나는 너희를 아주 잘 아는 할미란다."

"그럼 우리랑 술래잡기할래요?"

산이가 물었어요.
"와! 그럼 지금부터 할머니가 술래!"

들이가 소리쳤어요.

 

원, 녀석들, 그러곤 저희들끼리 '나 잡아봐라'를 외치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 났네요. 그런데 이 할머니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게다가 달아나는 아이들 뒤에서 빙그레 웃으며 나직이 내뱉은 의문의 한마디 말씀.

 

"성주 할아범, 오랜만에 골치깨나 아프겠구먼..."

 

할머니 존재도 아리송송한데 성주 할아범까지... 정말 궁금해요. 그 뒤로 이어지는 세쌍둥이의 장난과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시골집 탐험이 펼쳐지면서 강이, 산이, 들이는 시골집 지킴이(?)들과 좌충우돌 부딪히게 됩니다. 장난꾸러기 세쌍둥이들이 과연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요?

 

아이와 함께 그리운 시골집으로 신나는 여행을 떠나 보세요~~

 

 

 

 

 

 

 

제목이 케이크 도둑이고 첫 장을 펼치자 멍멍이 부부의 케이크를 쥐 두 마리가 훔쳐서 달아나는 장면이 나오길래 한국 사람답게 빨리 빨리 페이지를 넘기며 이야기를 따라갔지요. 물론 중간에 저마다 급박해 보이거나 웬지 사연이 있어 보이는 동물들이 등장했지만 전 오로지 멍멍이 부부의 케이크가 어떻게 됐을지만 궁금해서 모른척하고 단번에 마지막 장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결국 멍멍이 부부는 케이크를 되찾아 모두와 함께 사이좋게 나누어 먹지만 저는 '웬지 시시한데...'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책의 마지막 표지를 덮자 다음의 책 소개글이 눈에 들어 오네요.

 

눈으로 읽지 말고 머리로 읽어라!

케이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끝없는 이야기 릴레이

 

어느 날, 쥐 두 마리가 멍멍이 부부의 초콜릭 케이크를 훔쳐간다.

같은 시간, 숲 속에서 어린 토끼는 목청이 터져라 울고 있고, 새끼 오리 한 마리가 사라진다.

카멜레온은 프러포즈를 할 길을 나서고, 소풍을 나온 어린 돼지는 뱀의 표적이 되는데...

서로 동떨어지거나 혹은 실타래처럼 엉켜 보이지만 작가의 정교하게 계산된 이야기 구조 속에,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놀라운 결말을 맺는다.

 

라고 씌여 있습니다.

 

앗, 이 책 속에, 이 그림들 속에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니요. 저는 어디 보자, 하는 심정으로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카멜레온도 찾고 어린 토끼도 찾고 새끼 오리도 찾고 어린 돼지도 찾아봅니다. 그리고는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카멜레온은 뭘 하고 있는지 어린 토끼는 어떻게 됐는지 새끼 오리랑 어린 돼지는 또 어떻게 되었는지 눈을 부릅뜨고 들여다 보려니 두 세 장을 넘기자 아, 머리가 아파 오네요. 사실, 위에 씌여진 것보다 더 많은 동물들이 나오거든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글자도 없이 이렇게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의 내용을 파악해 나가려 하니 숨은 그림 찾기나 퍼즐보다도 더 어렵고 부담스럽더라구요.

 

일곱 살인 제 딸아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요즘 한창 유치원 선생님 흉내내기에 몰입해서 집에만 오면 제 앞에서 책을 펼치고 선생님처럼 읽어주기에 바쁜데 멍멍이 부부가 끝까지 쥐 두마리를 쫒아가서 케이크를 되찾아 모두 나누어 먹은 것까지만 이야기 하고 다른 동물들에 대해서는 무반응... 그래서 제가 다른 동물들도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해주고 엄마한테 설명 좀 해달라고 했더니 이번엔 횡설수설...결국 저와 딸아이는 너무나 복잡한 이 이야기에서 별반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는 거지요. 다른 분들 리뷰를 읽어 보니 너무 재미 있다고 상상력을 맘껏 펼칠 수 있다고 칭찬 일색이던데...

 

이상 상상력이 부족한 모녀의 아쉬운 리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