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이클 코넬리에게 푹 빠져 사는 중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 <시인>을 처음으로 읽은 후 전작을 결심하고는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다가 얼마 전 헌책방에서 보석같이 반짝이며 내 눈을 잡아 끌던 작품 세 권을 발견하자마다 미친듯이 클릭해 얻은 책들을 뿌듯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읽고 있다. 이 책이 그 중 벌써 두 권째이니 이제 남은 것은 한 권, 나머지 한 권을 다 읽기 전에 어서 그의 다른 작품들을 구입해야 한다는 초조감이 아직도 그의 작품 중에서 내가 읽을 작품들이 많이 남았다는 든든함과 함께 나를 압박한다(자금의 압박;;...).
<유골의 도시>는 바로 전에 읽은 작품 <시인의 계곡>에서 처음 만나자마자 그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주인공 해리 보슈가 나오는 작품이다. 해리 보슈는 마이클 코넬리가 2010년도까지 펴낸 22권의 장편 소설 중에서 무려 16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일명 '해리 보슈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전에도 말했듯이 여타 다른 시리즈물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특이하게도 해리 보슈는 <블랙 에코>를 통해 세상에 첫 모습을 드러낸 후 매 시리즈마다 나이가 들고 성장해 가면서 그의 인생 변화를 독자들과 함께하는 재미를 준다.
그래서 처음부터 해리 보슈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었더라면 더할 나위없이 좋았겠지만 사정상 뒤죽박죽으로 읽고 있는데 연대기를 그리듯 그의 인생 궤적을 맞춰가며 읽는 재미도 무척 쏠쏠하다. 그리고 뭐 어차피 우리나라에선 순서대로 읽을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번역판 출간 연도가 원서 출간 연도대로가 아니라 가장 인기 있는 작품부터 뒤죽박죽으로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일단 해리 보슈와의 만남으로 들뜬 마음을 가다듬고 책을 읽어 나간다. 해리는 지금 LA 경찰국 할리우드 경찰서 강력반 형사다(음... <시인의 계곡>에서는 형사를 때려치고 탐정 노릇을 하고 있었는데...). 새해 첫날부터 자살 현장에 나가있던 그는 로럴 캐니언의 숲 속에서 어린아이의 뼈를 발견했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처럼 동물의 뼈일거라는 생각을 가졌던 그는 그러나 제보자가 의사라는 소리를 듣고 달려간다.
이후 숲 속 여기저기에 묻혀 있던 유골을 찾아내고 해리와 동료인 에드거는 수사를 벌여 나간다. 조사 끝에 뼈의 주인이 20년 전의 사망자로 추정되며 외상의 흔적을 마흔네 군데나 가지고 있는 소년으로 생전에 수많은 학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경악한다. 불쌍한 아이의 영혼을 생각하며 해리는 고군분투하지만 첫번 째 용의선상에 올렸던 아동 성추행 전과 경력의 트렌트는 자신의 과거가 언론에 의해 드러나자마자 자살을 하고 상부에서는 대충 덮고 넘어가고자 한다. 그러나 자신이 죽은 소년의 누이라고 주장하는 쉴러 들라크루아의 전화 한 통화로 인해 다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는데...
사실 전반부까지만 해도 내가 마이클 코넬리에게 너무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역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를 손에 놓고 쥐락펴락 하는 솜씨가 혀를 두르게 한다. 좀더 젊은 시절의 해리 보슈를 만날 기대를 한껏 품고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