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만화도 인터넷으로 보는 이른바 웹툰이라나 뭐라나 하는게 유행인가 보다. 그래서 만화가 지망생은 물론이고 기존의 만화가들도 살아남기 위해선 컴퓨터로 만화를 그리고 올린다고 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참 안타깝다.

 

나는 한 번도 웹툰을 본 적이 없지만(딸아이가 스마트폰에 있는 걸 재미있다고 보여줘서 얼핏 본 적은 있다) 요즘 텔레비젼에 나오고 있는 네이버 엡인가 웹인가 하는 광고를 보면 대강 분위기를 알 것 같다. 너무 거칠고 너무 자극적이다.

 

새삼 내가 어렸을 때 그리고 학창시절 보았던 만화들을 떠올리며 비교하게 된다. 그때 그 만화들은 우리들에게 꿈과 상상력,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었다. 설사 그게 <캔디>처럼 언젠간 나도 백마탄 왕자님을 만나게 될거라는 비현실적인 꿈일지라도. 그리고 그 때 읽었던 만화들은 지금도 내 기억 속 어린 시절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입가에 웃음을 띠며 추억에 젖게 만든다.

 

요새 아이들은 틈만 나면 핸드폰을 들고 들여다 보느라 책은 커녕 만화책도 읽고 싶은 마음 같은 건 없다. 예전에 어른들은 우리들보고 만화책 그만 보고 공부 좀 하라고 하셨었지만 나는 지금 아이들에게 제발 만화책이라도 좀 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자주 딸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만화책을 본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바로 <검정 고무신>시리즈다.

 

이 책은 사실 내가 어린시절을 추억하고 싶어서 사서 모으고 있는 책인데 아이들도 읽으면서 너무너무 재미있어 한다.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이 60년대 후반이라 내게도 가물가물하거나 약간은 생소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아이들은 지들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 뿐인데도 참 재미있다고 깔깔대고 웃고 서로 이것 좀 보라고 하면서 키득거리곤 한다.

 

이 번 이야기는 3권 '옆집의 아저씨는 똥퍼요'다. 요즘은 이런 푸세식 화장실을 어디 가서 구경조차 할 수가 없는데 그저 '똥'이라는 소재 자체만으로도 웃고 찡그리는 아이들과는 달리 내게는 감회가 새롭다. 주인공 기영이, 기철이네 문간방에 세를 들게 된 아저씨의 직업은 일명 '똥퍼'다. 얼마 전 한 드라마에서 어린 아들이 엄마에게 추억이란게 무엇이냐고 묻자 엄마는 지나간 일들을 생각해 보는 것인데 생각하면 기분 좋은 것이 추억이라고 했다. 푸세식 화장실과 관련한 기억은 지금 돌이켜보면 비 위생적이고 기분 좋을 것이 없건만 그래도 아련한 추억으로 기억되는 건 이웃간에 그리고 가족간에 정이 있는 시절이었기 때문이리라.

 

마침 엊그제 구독하는 신문에서 가슴으로 읽는 동시란에 옛날 변소와 관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시가 실려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는데 다음과 같은 시다.

 

 

달맞이꽃

 

언니, 안 갔지?

안 갔어.

 

언니, 아직 거기 있지?

응

 

언니, 지금도 달 떠 있어?

응

 

언니,

응

시방도 거기 있지?

안 갈게 걱정 마. 빨리 응가나 해

알았어.

 

우리 언니

달맞이꽃

 

                                                                       ㅡ 김용택(1948~)

 

얼마나 정다운 시인가. 언니가 가 버렸을까 불안해서 볼일을 보면서도 계속 말을 거는 동생, 그리고 대답도 길게 하기 싫을 만큼 귀찮지만 그래도 묵묵히 동생을 기다려주는 언니. 여기서 나의 이야기를 잠깐 보태자면 나는 동생을 골려주기 위해 동생이 불러도 가버린 척 대답을 안 하다가 동생이 혼자 남았다는 무서운 마음에 "언니~ 언니~" 하고 울먹일 때에야  비로소 "나, 여기 있어." 하고 장난을 치던 생각이 난다. 기영이 기철이도 역시 사내애들이라 변소간에서 짖궂은 장난들도 많이 치는데 우웩, 아이고 더러워, 하다가도 그래, 그 땐 그랬었지, 하며 어느새 웃고 있는 나.

 

요즘은 한식구 간에도 한 찌개 그릇에 숟가락을 넣어가며 먹는 것이 비위생적이라고 하여 개인접시를 쓰는데 기영이네 식구들은 아내 없이 어린 두 아이들을 '똥퍼'일을 하면서 키우는 옆집 아저씨 식구들을 한 밥상에 앉히고 같이 밥을 먹는다. 물론 기영이 할머니가 밥풀 튄다고 구박은 하지만...^^

 

모든 것이 '빠름~빠름~'을 외치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그리고 그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면 바보 취급을 받는 지금의 세상이 진정 살만한 세상인지 책을 덮으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몇 편 안 읽어 봤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특징적인 것이 있다. <용의자 X의 헌신>과 <백야행>도 그렇고 이 작품 <회랑정 살인사건>도 모두 끈끈한 남녀 관계를 소재로 이야기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끈끈한 남녀 관계라고 했지만 사실 내가 보기엔 늘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게 일방적으로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주인공 '나'는 노파다. 곧 일흔 살이 되는 노파...   어, 그런데 몇 장 읽어나가다 보니 '나'는 노파로 변장을 한 서른 두 살의 젊은 여자다. 노파의 모습으로 초대된 회랑정 여관을 찾은 '나'는 이 곳에서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다. 바로 반년 전 이 곳 회랑정에서 내 삶의 전부였던 지로를 앗아간 범인을 찾아 복수를 하는 것이다.

 

회랑정 화재사건 이후 반년 만에 다시 모인 9명의 사람들. 이들은 모두 회랑정의 소유자이자 굴지의 재벌기업 오너인 이치가하라의 친척들이다. 처자식이 없는 그가 죽은 후 남긴 유언장의 공개를 위해 초대된 유언장 관계자들 사이에 '내 애인을 죽인 자가 있다!'

 

그렇담 '나'는 이치가하라와 무슨 관계냐고? 서른두 살의 '나'는 이치가하라 회장의 비서였고 일흔 살의 '나'는 이치가하라가 평소 돈독하게 지냈던 선배의 부인이다. 그리고 '나'의 애인 지로는 바로 이치가하라 회장이 죽기 전에 찾으려고 애썼던 유일한 혈육이었다!

 

누가 지로를 죽인 범인일까? 그가 이치가하라 회장의 아들이라는 것은 지로와 '나'밖에는 아는 이가 없는데... 이 중에 누가 지로와 나를 동반자살인 것처럼 꾸며 죽이려 했을까? 그리고 왜...? 

 

복수를 하기 위해 덫을 쳐 놓고 범인을 기다린 회랑정에서의 첫날 밤, 뜻밖에도 예상치 못했던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탐욕으로 얼룩진 욕망과 왜곡된 사랑의 끝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히가시노 게이고다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버튼, 버튼
신비한 꿈을 꾸는 여자
매춘부 세상
흡혈귀 따위는 이 세상에 없다
옷이 사람을 만든다
카페에서 생긴 일
충격파
벙어리 소년
특이한 생존 방식
소름 끼치는 공포

 

'정말 당신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죽는 대신
엄청난 돈을 벌게 되는 건데
버튼을 누르지 않겠단 말이야?'
(/ [버튼, 버튼] 중에서)

'부인의 말대로 사실 우리는 무엇을 좀 팔고 있습니다.
아드님의 목숨을 말입니다.
제 얘기에 관심이 없으신가요?'
(/ [신비한 꿈을 꾸는 여자] 중에서)

'모자가 없으면 찰리는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신발이 없으면 걸음을 걸을 수가 없었고요.
그리고 장갑이 없으면 손가락을 움직일 수가 없었지요.
여름에도 그는 장갑을 끼고 있었습니다.'
(/ [옷이 사람을 만든다] 중에서)

'실례지만 아까 화장실에서 제 남편 못 보셨어요?'
'저는 기억이 없는데요, 부인.'
'화장실에서 보지 못했다는 말씀인가요?'
'부인, 저는 부인의 남편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 [카페에서 생긴 일] 중에서)

 

 

신기하게도 한편한편 읽고나면 묘한느낌이 남았다

뭔가 말로 설명하게 힘든 느낌이랄까.

 

리처드 매드슨은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가이다_스티븐 킹

 

'나는 전설이다'란 영화는 누구든지 봤거나 한번은 들어는 봤을 법한 듣보잡(?)인 영화이다.

그만큼 유명했단 것이다.

 

모든 영화는 거의 책을 바탕으로해서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 책 또한 그 중 하나이다.

'나는 전설이다' 는 좀비 영화로서 손꼽을만한 호러물이다.

나도 DVD로 빌려 한번 봤던 기억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땐 어려서 영화관은 가지 않았던것 같다.

 

영화만큼 책도 스릴감이 넘친다고 한다.

영화에서만 느낄수 있다고 생각했던 긴장감을 책속에서도 느낄수있었다.

책 속에서 그렇게 극도로 긴장감을 느낄수있는 경우는 드문데 그말은 즉,

리처드 매드슨이 몇 안되는 천재작가중 하나였다는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나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손에 잡고 그생각을 또다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까지도 남아있는듯한 묘한 느낌.

책을 읽고나선 대부분 맨날 똑같은 느낌이다.

무섭다, 감동스럽다 (울컥,,ㅋㅋ), 신난다, 흥미진진하다,,,등등,,

 

하지만 여기선 색다른 느낌을 남겼다.

 

'부인의 말대로 사실 우리는 무엇을 좀 팔고 있습니다.
아드님의 목숨을 말입니다.
제 얘기에 관심이 없으신가요?'
(/ [신비한 꿈을 꾸는 여자] 중에서)

 

뒷표지 역시 흥미를 유발하게하는 대목이었다.

그또한 내가 이책을 손에 잡게된 이유중 하나이다.

 

아드님의 목숨을 판다는게 처음에는 단순한 납치일줄로만 알았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것만 같았다.

하지만 리처드 매드슨은 이번에도 날 실망시키지않았던것 같다ㅎㅎ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이자,

웬지모르게 기분이 굉장히 묘했고 날 어리벙벙하게 만들었던 부분.

 

'실례지만 아까 화장실에서 제 남편 못 보셨어요?'
'저는 기억이 없는데요, 부인.'
'화장실에서 보지 못했다는 말씀인가요?'
'부인, 저는 부인의 남편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 [카페에서 생긴 일] 중에서)

 

이 이야기 또한 굉장히 재밌었다!!

요부분에서 날 또 여자가 정신병자인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었던 리처드 매드슨 ㅋㅋ

이야기속에 반전도 꽤 들어있던듯 싶다.

물론 사람마다 느낌은 다르게 나타날수 있지만 말이다.

 

 

사람마다 취향은 제각기 다르고, 책을 읽고 느끼는 느낌, 생각,,,,등등,,

모두 다르다.

하지만 이 책은 모든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책인듯싶다.

 

 

사도 전혀 후회하지 않을만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