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우연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 '스티븐 킹'에 대해 최고의 찬사를 아끼지 않은 글을 읽게 되었다. 내가 워낙에 스티븐 킹을 좋아하는 터라 그에 관한 글이라는 걸 알고는 궁금함을 가지고 주저 없이 읽기 시작했고, 읽어 내려 가다 보니 글쓴이 역시 나와 같은 스티븐 킹의 열렬한 팬인데다가 자신이 어째서 킹을 위대한 작가라고 생각하는지 자연스럽고 위트있게 지루하지 않은 글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야 그 재미난 글을 쓴 사람이 바로 이 책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의 저자인 정유정 작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는 오래 전부터 아이들에게 읽힐 요량으로 골라서 내 위시리스트에 넣어져 있던 책이다. 그런데 아직 내 기대에 못 미치는 할인률과 한 번도 읽어 본적 없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의구심 내지는 불안감 때문에 앞으로도 구매 순위에서 후순위에 머물렀을 거였는데 인터넷에 실린 그 짧은 글을 읽고는 당장에 책을 주문해 버렸다. 따봉~
책을 읽기 전부터 나는 확신했다. 흐흐, 그녀는 내 스타일이야~ 하면서. 역시나, 그녀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대 이상이었다. 그동안 읽었던 유명한 국내외의 수많은 성장소설들이 비교되면서 떠올랐다. 이 책에 비하면 그 책들은 너무 어두웠고, 시시했고, 밋밋했고, 무엇보다 어른스러웠다. 이렇게 말하면 이 책은 그럼 유치하냐, 하는 의문이 생길텐데, 아니다, 절대로.
말했듯이 이 책은 톰 소여도 울고갈 정도의 모험담이다. 객관적으로 서술하면 한 노인과 한 소녀, 그리고 두 사람의 소년, 거기에 루스벨트란 이름의 사냥개가 어쩌다가 일행이 되어 며칠 간의 도보 여행(?)을 하게 된다. 간단하게 도보 여행이라고 했지만 사실 수배중인 친구의 형에게 그를 도피시키기 위한 여권과 돈이 든 봉투를 전달해 줘야 하는 임무를 맞은 주인공의 나이가 불과 열다섯 살이라는 점과 1986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친구의 형이 전국적으로 수배망이 내려질 정도로 유명한 운동권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떤 모험이 펼쳐질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간단하게 주인공이 사는 수원 근교에서 전남 무안까지 차타고 내려가서 얼른 전해주면 될 것이지 왜 그리 엄청나고 숨가쁜 모험을 하면서 걸어갈 수밖에 없었느냐, 하는 건 직접 보셔야 한다. 친구 대신 그 임무를 맡기로 한 순간부터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유정 작가가 대단한 건 바로 그 과정들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거기에 열다섯 살의 주인공을 통해 토해내는 익살과 재치는 읽는 내내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이 책을 빛나게 하는 건 그런 재미와 즐거움 속에서도 주인공들의 각기 다른 삶과 성장 과정을 통해 나아가 우리의 삶이 이렇구나, 하는 자연스러운 공감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참 괴상한 방식으로 공평해. 사랑이 있는 쪽에선 사람을 빼앗고 사람이 있는 쪽에서는 사랑을 빼앗아 가고."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아오다가 도망친 정아가 어릴 때 집을 나간 뒤로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주인공 규환이에게 건넨 말이다.
다섯 번째 주인공인 사냥개 루스벨트의 삶조차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