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25주년 기념작이라니. 매번 기대를 하지만 더 큰 기대감을 감출 수가 없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살인. 그것도 연쇄살인의 징후가 보이는 살인범의 알 수 없는 메시지. 의문의 숫자들이 나열된 메시지들은 피해자들의 사체 주위에서 발견된다. 세번째 살인까지 알지 못했던 경시청 수사관들은 사건의 수사가 진전되지 않자 점점 초조해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에 닛타 고스케라는 삼십대 중반의 엘리트 형사가 범인의 메시지를 풀게 된다. 메시지는 다음 살인사건이 일나날 현장의 좌표를 숫자로 나열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 살인현장에서 얻은 좌표로 네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날 현장이 메스커레이트 호텔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다음 사건현장을 알게 된 경시청 수사관들은 호텔에 잠입하게 된다. 그리고 호텔 내부 각각의 위치에서 호텔리어처럼 변장을 하고 수사를 하게 된다. 닛타 고스케는 야마기시 나오미인 호텔리어와 함께 프론트에 위치를 배정 받았지만 몸소 사건현장을 돌아다니며 수사하는 자신의 수사 스타일과 맞지 않아 불평을 하게 된다.

 

 호텔 프론트에서 잠입수사를 하는 그는 수 많은 인간들의 군상을 보게된다. 그리고 그 중에 범인을 찾아내야하는 그에게는 누가 범인인지 알 수가 없게 된다. 그렇게 사건이 일어날 날은 다가오게되고 의미없는 것 처럼 보이는 잠입수사가 계속 되는 와중에 연쇄살인이라고 생각한 이번 사건들이 사실은 연쇄살인처럼 보이려는 주모자의 의한 트릭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각각의 개별적인 사건을 연쇄살인 처럼 보이려고 한데 묶어놓은 것이다.

 

 사건의 진척 상황을 나오미에게 일절 함구하던 그는 결국 그녀의 의심에 털어놓게 되고, 그녀는 그 사실을 메스컴 알리면 살인사건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고스케는 그렇게 되면 이번 사건을 주도한 범인은 잡히지 않을 뿐더러 다른 곳에서 분명 같은 살인이 일어날 것이라고 그녀에게 알리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렇게 사건 당일이 되고 야마기시 나오미는 예전에 찾아 왔던 할머니 손님에게 서비스를 하러 호텔방에 같이 들어가게 되지만 실은 범인인 그녀가 할머니로 변장 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뒤에는 이미 손발이 다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살인을 계획한 사람은 바로 야마기시 나오미 그녀였다. 고스케는 수상한 느낌을 감지하고 급히 여러 호텔방을 살펴본 뒤에 범인이 있는 방에 들어와 그녀를 체포하게 된다.

 

 어느 서비스 직업이든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 특히나 손님이 왕이라는 개념은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쩔 수 없이 뿌리밖힌 생각이다. 그래서 자신이 손님이라면 무엇이든지 요구할 수 있고, 작은 민폐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된다. 이런 관습같은 생각이 점차 변화된다면 사람이 사람을 가면을 쓰지 않고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정말 오랜만에 접하는 중국 소설이다. 당시 한창 중국 문학에 관하여 이슈가 되었고, 중국 문학은 관심도 없었지만  몇 권 읽어보니 제법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저력에 더욱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제목 그대로 피 팔아 살아가는 허삼관의 인생을 풍자와 해학속에 재미잇게 그려냈다. 가족을 위해 한 평생 피를 팔 수 밖에 없는 고단한 인생을 이제 들여다 볼 차례이다.

 

 어렸을 적 그의 삼촌이 말하길 '건강한 남자라면 피를 팔 수 있고, 피를 판다는 것이 건강한 남자라는 것이다' 라는 말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삼촌의 말에 그는 피를 처음 팔게 되었고, 그 돈으로 모두가 탐내하는 허옥란이라는 여자와 결혼하게 된다. 허삼관과 허옥란은 슬하에 아들 세명의 두게 된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있지 첫째 일락이는 크면 클수록 허삼관을 전혀 닮지 않고 결국에는 허삼관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 하지만 허삼관을 고심끝에 기른 정이 있으니 일락이도 자신의 아들이라 생각하고 키우게 된다. 그렇게 일락이가 아프면 피를 팔아서 병원비를 구하고, 이락이가 다니던 공장에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술 한잔 대접하기 위해 피를 판다. 가난한 그의 유일한 큰 돈 마련은 피를 파는 것이다.

 

 요즘 시절에는 헌혈이라는 것이 있지만 그 시절 중국에서 정말 피를 팔아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아니면 그 정도로 어렵고, 궁핍한 생활에 어쩔 수 없이 피를 팔아야 생계가 유지되는 힘든 인간사를 해학으로 풀어내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예나 지금이나 살기가 힘들다는 말은 끝임없이 사람들의 입속에서 오르내린다. 매해마다 물가가 너무 올랐다거나 경제가 힘들어 일자리가 없다거나 하는 그런 말들. 지금의 나와 현대의 젊은 사람들이 포장된 아스팔트를 걷고 있다면 옛 사람들은 수많은 모래와 자갈들이 얽히고 설킨 비포장 도로를 걸었으리라 생각된다. 어쩌면 작가는 더 힘든 옛 시절보다 불만이 더 많은 요즘 세대들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열심히 살아가라는 생각을 내비친 것은 아닐까.

 살인자. 실제로 그가 아니면 그의 생각을 엿 볼 수도 없다. 

 궁금하다. 살인자가 어떤 기억법을 남기는지. 살인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그의 기억속을 이제 들여다보고 싶다.

 

 늙은 노인의 독백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신의 일상을 일기장에 적는 노인. 겉으로 평범해 보이는 그가 수십년 전에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의 범죄자라고 어떤 누가 의심을 하겠는가.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가 살인자라는 것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그에게는 젊은 딸이 한 명 있다. 하지만 딸과의 사이는 그렇게 좋지 못하다. 최근의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그에게 딸은 점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결국 그는 자신만의 노트에 자신의 기억을 적는다. 많은 알츠하이머 환자가 그렇듯이. 그런 그에게 느닷없이 박주태라는 남자가 얼굴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나오는 낌새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다. 바로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그런데 딸은 그것도 모르고 자신의 결혼상대자라고 아버지 앞에 소개를 시킨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그는 이제 기억력이 사라지기전에, 그리고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딸을 지키는 것이다.

 

 그의 딸은 자신이 죽인 사람들 중에 한명의 딸이다. 죽기 전에 그녀의 부모가 아이만은 살려달라는 약속을 지켜서 지금까지 그녀와의 생활이 지속되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살인자라는 노인의 일기를 읽어내려가다 보면 마지막에 다다라서 갑자기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된다. 과연 그는 정말로 살인자인가. 아니면 그냥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인가. 중간 중간에 드러나는 의심들이 끝으로 갈 수록 독자들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를 하나씩 허물어 간다. 진실은 무엇인지, 작가는 독자들에게 끝나지 않은 질문을 던져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