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 언제부터인가 인문학 열풍이 크게 일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열기가 조금 사그라들었지만 인문학이 한번 화두가 된 이후로 많은 이들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문학에 별 관심이 없던 나는 구매한지 꽤 된 이 책을 얼마 전에 접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책에 대한 관심이 어느정도 높아짐에 따라 이제는 글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 이외에도 일반인, 연예인 등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글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또는 희망과 지혜를 주려는 시도를 많이한다. 그래서 근래에는 처음들어보는 이름들로 출간된 책들이 꽤나 많이 있다는 사실에 기존의 글쟁이 작과들과는 또 다른 신선함과 재미가 돋보여 그들의 생각을 들추어 보고싶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이 책을 구매하였지만 막상 박웅현이 누구인지는 몰랐다. 그래서 또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엄청나게 유명한 광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솔직히 인문학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이 책을 펼치기 전에야 무엇인지 알게된 것이 조금 부끄럽다. 하지만 이 폭넓은 인문학이란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깊이 파고들면 그 끝이 저 깊은 바다의 심해인지 아니면 저 드높은 하늘위에 있는 우주인지 그 깊이와 넓음이 내게는 막연하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이제 이 책을 계기로 인문학이 무엇인지 알아가려고한다.

 

 제목부터가 신선하지 않은가. 책이 도끼라니. 한 글자씩 읽어나가다 보면 왜 그런 제목을 지었는지에 대한 그의 생각이 비친다. 한 권을 읽더라도 나에게 신선한 생각을 가지게 해주는 그런 책을 읽으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서 그 책이 도끼처럼 내 마음속에 얼어붙은 호수를 깨뜨려 준다면 이 세상을 좀 더 재미있고, 다채롭게 그리고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소개해주는 책들을 보면 하나같이 이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책들이 많이 있다. 시집에서부터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을 소개해주면서 어떤 부분에서 자신이 영감을 얻었는지 말해주는데 독자들도 읽으면서 '아하 이런 부분에서 이런 생각을 가지구나' 하면서 작가의 생각에 동조하게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좋은 책읽기 방법을 독자들도 터득하게 되는 그런 책이다.

 

 세상에는 수 많은 작가와 독자 그리고 책이 있다. 그러기에 개개인의 성격과 특징에 따라 자신의 책읽기 방법이 있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인간을 좀 더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에는 결코 반론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자신의 집 창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면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따스한 햇볕을 만끽할 수 있듯이 다른 사람의 생각도 한번 쯤 들여다보면서 이해 할 수 있다면 좀 더 좋은 책읽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루하루를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책을 왜 읽지 않는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대답이 책 읽은 시간이 없다고 한다. 독서에 대한 이해도가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10권 남짓이다. 그만큼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인데 그러면 그 짧은 시간을 내어서 읽는 책이라면 좀 더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책을 읽어야 좋지 않을까. 물론 자신이 읽고싶은 책을 읽는다고 틀리다는것은 아니지만.

 

 이 사회에서 자연과 인간 그리고 책으로 서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법을 아는 광고인 박웅현. 나와는 또 다른 시선으로 책을 읽는 그의 독서가 참으로 신선하다.

 영화로도 국내에 개봉해서 이미 너무 유명한 화차. 많은 일본 작가를 정말 좋아하지만 근래에는 미야베 미유키가 좀 더 좋아졌다. 이유는 추리라는 장르에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생각이 흥미롭게 풀어져있기 때문이 아닐까.

 

 긴박감 넘치는 추리 속에 사회적 문제점을 고스란히 담아 놓은 그녀의 작품은 항상 어떤 비판이 담겨져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추리로서만 보더라도 그녀의 작품은 군더더기 같은 설명을 붙이지 않고 한 마디로 재밌다. 그런데 특정한 문제점을 그 속에 담아내고자 하는 그녀의 생각이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그런 문제점을 필두로 추리라는 장르를 접목시켜 독자들에게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현재 사회의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그리고 그녀가 그 문제점에 대해 어떤 비판적인 견해를 비치는지 볼 수 있다. 그런 문제점이 비단 일본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그런 문제점이라는 점에서 많은 공감과 관심이 가져지게 마련이다.

 

 화차에서 비치는 문제는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수 없이 오르내리는 돈이다. 인간이란 원래 이기주의가 내면에 잠들어있다. 물론 어느정도의 사회적 책임감과 함께 공존한다는 연대의식이 있지만 그래도 우선은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옆을 돌아보지 못한다.그런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나보다 풍요롭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괜시리 부러움과 질투를 하게된다. 그리고 이런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돈이라는 존재는 많으면 많은수록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징표로 우리들의 머리속에 들어간다. 그리고 돈이 없으면 자신의 경제적인 상황을 생각하지도 않고, 카드를 발급하거나 은행, 또는 은행이 안된다면 2금융권, 3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갚지 못한 카드 값과 대출금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처럼 이자가 주객전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만다. 보이지 않는 검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이자. 이렇게 원금보다 이자가 산처럼 늘어나버림에 따라 그 돈을 갚아야겠다는 생각보다 덜컥 겁부터 먹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를 앉은 채무자는 채권자를 피해 집 없이 여기저기 떠돌며 생활한다. 이런 부조리한 일이 벌어지는데 대해 작가는 능력도 없으면서 돈을 빌리는 채무자만을 탓하지 않는다. 애초에 능력이 안되는 사람에게는 돈을 빌려주는 카드사나 은행권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돈을 벌기위해 돈을 빌려주는 금융권과 그 돈으로 행복을 누리고 싶어하는 인간의 진흙탕 속에서 사회의 또 다른 한 면을 볼 수 있게해준 그녀에게 감사하다.

 처음으로 이 작가의 7년의 밤을 접하고 두번째로 28을 읽었다. 7년의 밤에서 느낀, 글이라는 존재의 희열감을 안고 첫 장을 펼쳐본다. 역시 정유정이라는 작가는 독자를 배신하지 않는다. 전작에서 보여준 그 크고 방대한 세계관과 각각의 인물들의 개인사를 이 곳에서도 여실히 보여 준다.

 

 화양이라는 도시. 그 곳에서 펼쳐지는 28일간의 사투는 평범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하고 그렇게 하루동안 일에 치이다가 퇴근하고 간단한 맥주 한 잔에 피로를 풀고, 이런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한 순간에 생존을 위한 일상이 된다면 무릇 세상을 일 순간에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래도 인간이라는 존재는 아니 신경세포가 살아이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생존에 의해 시간을 버티며 살아가게 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지라도. 그게 바로 동물의 제일 기본적인 욕구가 아니겠는가.

 

 여러 명의 인간과 그리고 한 마리의 개, 이렇게 각각 다수의 일인칭 시점으로 이루어져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개개인의 사생활과 생각을 옅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한 가지 개의 시점으로 독자와 소통하고 하는 작가의 생각이 참으로 흥미롭다.

 

 전염병으로 폐쇄된 도시 화양. 옛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되기 전의 정권 시절을 방불케 하는 무력적인 도시의 폐쇄. 이것이 가져다 주는 인간이라는 존엄성을 짖밟는 행위는 걱정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각의 전환점을 마련해준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인간들과 한마리의 개. 이들이 펼치는 생존 게임의 결과는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점이 좀 슬프지만 작가의 의도가 있지 않을까.

 

 세상이 무너지고, 살아갈 이유가 없어지고, 소통하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고. 그렇지만 떠난 존재를 위로 하기 위해 살아남은, 살아있는 사람들은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