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과외가 금지되었던 학창시절을 보낸 덕분에 사교육이라곤 피아노교습학원에 다녀본 게 전부였다. 그나마 그도 형편상 1년정도 다니고 말았지만... 그 와중에도 암암리에 비밀과외는 조용히 성행했었는데 서울 변두리 동네에 살아서 그런지 몰래과외를 하는 친구들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교과서와 참고서, 문제집 1권 정도만 가지고 공부했던 과거를 되돌이켜 보면 평소 공부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시험기간만큼은 나름 계획표를 짜고 범위를 정해서 시험준비를 했던 것 같다. 벼락치기를 하느라 밤새워 공부할때는 평소에 공부를 해둬야지 하면서도 시험만 끝나면 다시 놀기 바빠 공부는 뒷전이었던 기억이 난다. 만약 중고등학교시절 학원교습이나 과외를 받았더라면, 혹은 요즘처럼 동영상강의나 훌륭한 교재가 있었다면 아마도 더 좋은 실력을 쌓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데 사교육이 넘쳐나는 요즘 그에 한술 더 떠 학원사용설명서라는 책까지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좋은학원을 보내려면 사용설명서까지 읽어야 하나?’ 싶었는데 입소문이나 상술에 휘둘리지 않는 ’엄마주도 학원선택법’과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부효과를 끌어올리는 실전 메뉴얼이라는 책설명에 그동안 학원을 선택하며 고민했던 기억이 떠올라 읽어보았다.
아이가 어릴때는 사교육 없이도 잘 키울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내 아이만 뒤쳐지는게 아닐까 싶어 조금씩 불안한 맘으로 어쩔 수 없이 보내게 되는 곳이 학원인 것 같다. 예체능 학원의 경우 재능을 키우며 흥미를 갖게 하니 수업의 질 보다는 아이가 얼마나 재밌게 즐겁게 다니는지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지만 고학년이 되어 교과위주의 학원을 고를 때는 학원의 명성, 입소문, 강사의 자질, 수업의 질 등을 더 많이 고려하게 되는 것 같다.
장볼때는 제품의 성분이나 가격까지 꼼꼼하게 따지는 엄마들도 아이의 학원을 선택할때는 공부잘하는 OO가 다닌다니까, 경시대회 수상자가 많으니까, 교재가 좋아서, 강사의 실력이 좋아서 무작정 보내는 경우가 있다. 아이의 특징이나 성향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평판 좋은 학원에만 보낸다고 내 아이의 실력이 월등히 향상 될거라고 기대해서는 곤란한 경우도 있다. 비싼 수업료를 내며 다니는데 학원에서 내 아이는 그저 학원수익을 올리는데 일조하는 들러리가 되는게 아닌지 다시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요즘은 사교육 필요성 논쟁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사교육을 선택할 때 학원의 상술에 휘말리지 않고 아이의 성적이나 적성, 기질을 고려해서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게 더 중요하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놓고 그저 심리적 안정을 찾을게 아니라 현명하고 꼼꼼한 선택으로 사교육비를 줄이며 아이의 실력을 높이는데 사교육을 잘 활용하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그래서 책의 1부에서는 학원교육의 장점과 학원의 상술 사이에서 어떻게 교육 방향을 잡아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사교육을 시킬 때 엄마가 가져야 하는 전략 16가지를 알려주고 있다. 3부에서는 실질적으로 사교육을 선택하는데 필요한 과목별 포인트를 영어, 수학, 논술, 과학 과목 중심으로 정리하였고 끝부분에는 사교육을 잘 활용한 엄마들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아이를 학원을 보내야할지, 말아야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학원을 보내기로 결정했다면 어떤 학원을 선택할지 며칠동안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며 아이의 학원을 선택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입소문이나 인터넷, 학원설명회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학원등록을 하고 아이를 학원을 보내면서도 과연 잘한 선택이었을까 고민되는 것은 내아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데서 오는 것 같다.
정말 내 아이의 기질과 재능과 실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면 그에 맞는 학습방법을 선택하고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줄이는 학습방법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아이가 혼자 학습계획을 세우고 주도적으로 공부를 하게 되기 전까지는 엄마가 이끌어줘야 할 부분이 많기에 효과적인 학원 선택과 활용법이 제시된 이 책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 않을가 싶다. 각각 두 아이를 키우는 신문기자와 교육원고를 쓰고 있는 두 작가이기에 좀더 세심하고 피부로 느끼는 부분을 다룰 수 있었고 책을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인터넷 활성화 이후 온라인 상에 올라온 글을 읽다보면 별로 어려움이 없다는 뜻인 ’무난하다’로 써야할 곳에 대부분 ’문안하다’라고 잘못된 표현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자꾸 익숙해지니 이젠 무난하다는 표현이 어색할 지경이다. 어릴때부터 독서를 통해 기본이 되는 우리말부터 제대로 익혔으면 바램을 ’한글날’ 다시 해본다.
학원사용설명서,
무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