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나에게도 이런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으면... 하고 소망할 것 같다. 가끔 객관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애를 써도 곧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그럴 때 누군가가 관찰자 입장에서 나의 상황을 진단해주면서 과한 것과 부족한 것을 적절히 조율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초반부를 지나면서 접입가경,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다. 처음 부분은 여느 연인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처럼 다소 평범할 수 있다. 결혼하지 않고 동거 중인 오래된 연인, 서로 바쁜 직장생활, 뜨거웠던 사랑은 점점 데면데면해져 가고 결국 연인을 의심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육감이다. 그러나 육감은 현실이 되고 그 현실에 마음처럼 쿨할 수가 없으니 분노와 절망이 하나가 된다. 마음이 떠난 연인은 원수가 되어가고 그 배신감에 오히려 자신을 함부로 하게 된다.
자신을 학대할수록 심신은 황폐해져 가고 일상적인 생활마저 힘들어진다. 연인사이라는 것이 한쪽의 마음이 떠나면 그것으로 그만인 것을. 그러나 원망과 함께 찾아드는 미련이라는 것은 왜 그리 찰엿처럼 달라붙어 떠날 줄을 모르는지. 그럴 즈음 나타났다. 창가의 고양이 한 마리, 시빌. 마치 동화처럼. 판타스틱하게. 사람의 말을 듣고 할 줄 아는 고양이. 사라의 매일은 남자친구가 가볍게 떠나버린 후로 될대로 되라,식이 되어가는데 설상가상으로 집안에 찾아 든 우환, 가족과의 갈등.
그런 상황에서 고양이 시빌은 사라의 훌륭한 멘토가 되고 그의 멘토링은 사라를 차츰 변하게 한다. 그 비법은 먼저 사라가 자신,을 사랑하게 하는 것. 스스로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것. 그래서 취침하는 것, 먹는 것, 운동하는 것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라를 생기있게 만든다. 음식재료 하나도 엄선한다. 왜냐하면 귀한 내 몸 안으로 들어가 결국 내가 되는 것이니까. 발걸음 하나에도 몸의 건강을 싣는다. 나의 신체는 소중하니까.
심신이 건강해지니 일이 잘 풀리는 것 같고, 또 가족과의 갈등도 풀어갈 용기가 생긴다. 가끔 찾아와 조언하던 고양이 시빌은 이제 사라와 동거하며 좀 더 가까이에서 그녀를 지켜보며 도움을 준다. 사라 역시 시빌의 조언이 이제는 고맙다. 누구의 조언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 그것도 마음의 여유일 것이다. 고양이 선생, 시빌이 하는 말들은 모두 주옥같다. 꼭 이별의 시련이 아닐지라도 삶을 살면서 다양하게 겪게 되는 고통들 속에 우리가 시빌의 그런 말들을 되새긴다면 큰힘을 얻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싶었다. 좋은 멘토를 만날 수 있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