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인디아.

  깜찍발랄한 여행 기록문이다.  그 동안 많이 보아왔던 여행 에세이와는 차별화되는 독특함! 작가는 인도로 여행 온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 형식의 여행서를 만들어 낸다. 한 사람이 아닌 15인의 여행 기록문!  한 권의 책속에서 15인의 삶과 생각을 읽을 수 있다니,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만족이다. 덤으로 재미있는 사진까지 삽입되어 있으니 읽는 재미에 생생한 현장감까지! 아껴서 보고, 보고도 또 보고싶은 책! ‘그래!인디아’

  흔히 말하기를 인도 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두 쪽으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또 가고 싶다. 절대 가지 않겠다.’ 인도 다녀온 주위 사람을 직접 만나 보아도 그런 것 같다. 인도 여행이 염원인 나는 ‘또 가고 싶다’ 편에 붙어서 더 많은 에피소드를 청한다.

  

  이 책에서도 20일 계획으로 인도여행을 왔지만 사기당하고 약속 지키지 않고 사진찍고 나서 모델료 달라는 인도 어린이들을 보면서 완전 실망한 여행가가 있다. 겨우 10일정도 지났는데 남은 10일을 어찌 보낼까하는. 그런데 몇 개월 후 한국으로 돌아온 후 작가는 사진 몇장 얻으려고 전화했더니, 다시는 인도에는 발붙이지 않겠다던 그 사람, 또 다시 인도 가고 싶단다. 가고 싶어 죽겠단다.  그것이 인도의 매력 아닐까!

  갠지스 강이 보이는 곳에서 춤 연습을 하며 일상의 기쁨을 누리는 한국인 20대 여성. 두 번째 발길에 이끌려 와서 인도 전통 춤을 배우고 있다는 여학생에게서 인도사랑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리얼 인디아’를 느껴보고 싶어 왔다는 일본인 여행가. 먹는 것부터 진짜 인도인처럼. 웬만하면 인도 서민들의 생활에 부딪쳐보자는 각오로 인도여행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돈과 영어에 올인하며 날 선 생활을 해왔는데 인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생활이 변해 있을 것이라고. 여행이란 그런 것 아닐까. 여행 떠나기 전과 마음이 좀 달라져 있는것! 여유로워지는 것. 전전긍긍하지 않는 것.

  인도 대자연 앞에서 한 곡조 뽑고 싶어 섹소폰을 짊어지고 왔다는 깜찍발칙한 일본청년. 인도 온지 며칠만에 알거지되어 그 섹소폰을 반값으로 처리해야했던 청년은 좋은 친구를 만나 몇 달 째 인도 여행 중!

  인도 구석구석에 한국돈 10원짜리와 메모를 숨겨놓고 다닌다던 한국 여행가. 숨겨놓은 위치를 사진으로 실어 놓아 웃음이 난다. 한국 사람들 어디가면 낙서 하기 좋아하는데 낙서대신 10원짜리 숨기기란 얼마나 깜찍한가!

  아프리카를 여행하던 중에 잠시 휴식을 하러 왔다던 유럽인 부부. 아프리카를 1년 6개월째 여행하다보니 인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편안한 쉼터란다. 얼마나 상대적인가. 지금의 나를 불평하기보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한번만 돌아본다면, 이런 불평은 복에 겨운 것이다.

  이 외에도 많은 사람들의 에피소드는 언젠가는 떠날 인도여행을 위한 정보이며 나도 함께 지금 인도에 있는 듯한 생생함이다. 가슴이 뛴다.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다.

“인도는 싫은데 좋아요. 화나는데 즐겁고, 더러운데 행복해.” (본문 중에서)

 

  이것이 바로 인도 여행의 슬로건이다. 이 몇 구절만 외고 간다면, 인도 여행 더 기대할 것도 더 실망할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인도를 오롯이 온 몸으로 느끼고 올 것 같다.

 

 

   ‘어머니를 돌보며’ 는 병중에 있는 어머니를 작가인 딸이 7년 동안 간호하며 경험한 것을 글로 써 낸 책이다. 가족의 존재, 가족의 소중함이 가득한 책이다. 어머니가 노인 요양원에 입원한 후에도 작가는 한 시도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고 관찰하고 보살핀다. 긴 시간, 딸이 아니면, 가족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가족의 사고, 가족의 병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는 충격이고 절망이다. ‘하필 왜 나지? 많고 많은 사람중에 어떻게 나에게 이런 불행이 올 수 있냐고?’ 이런 질문은 해 봐야 소용도 없지만, 자신이 믿는 신까지도 원망할 만큼 큰 충격이다. 그것은 그냥 우연인 것이다.  겸허히 받아 들이고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우왕좌왕 또는 멍하니 있을 수없다.

  예순이 되어가는 작가는 여든이 되어가는 어머니가 어느 날 걸음걸이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어머니는 근육이 굳어져가는 파킨슨 병에 걸린 것이다. 움직임이 서서히 자유롭지 못하다.  몇 년 전만 해도 함께 유럽 여행을 다녀온 어머니이다. 거기다가 뇌졸중으로 치매증상까지 생긴다. 치매는 어머니를 망가뜨려 놓는 무서운 병이다.

  작가의 어머니, ‘분별력과 자기통제력이 강했던 어머니, 종교와 사회생활을 철저히 했던 어머니, 가족을 위해 불만을 참고 희생했던 어머니’ 는 이제 서서히 정신을 놓는다. 환각과 환시증상이 심해져 가고 실어증 조짐까지 보인다. 이런 어머니를 지켜보며 작가는 믿을 수 없는 충격과 실망과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작가는 어머니의 병을 알고 치료법을 알기위해 의사에게만 맡겨 둘 수 없다. 어머니 병과 관련된 책들을 모아 공부하며 반의사가 되어간다.

  병에 걸린 당사자만큼 힘든 것이 보호자이다. 처음에는 정신적 충격이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간호하며 오는 육체적 고통이다. 한마디로 지쳐간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환자는 투정과 불만히 심해지고 보호자는 그것을 받아주면서도 가끔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분노가 치밀때도 있다. 그렇다고 그 분노를 그대로 환자앞에서 터트릴 수도 없다.  어머니는 약을 거부하고 환시를 진짜처럼 믿으며, 그 이야기를 믿지 않는 딸에게 실망한다. 더 이상 딸에게 마음을 털어놓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제 작가는 어머니를, 어머니 말을 인정하기로 한다. 인정하는 것이 환자에게도 평안을 주는 것이다. 

  노인 요양원에서 5년을 지내며 딸은 서서히 어머니의 죽음을 준비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어머니의 생명에 대한 집착이다. 여든이 된 어머니가 종교보다, 하느님 곁으로 가는 것보다, 딸 곁에 머물기를 원하는 것을 보며 가슴 아파한다. 수 십년 함께 추억을 가진 가족곁을 떠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죽음이 슬픈 이유는 이제 사랑하는 가족을 영원히 볼 수없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은 자연의 순리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