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히가시다 나오키 청년이 맑은 미소를 띄며 바로 곁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암요암요, 그렇고 말고요,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미소를 보낸다.   이제 스물을 갓 넘긴 이 책의 글쓴이, 히가시다 나오키. 그는 7세에 자폐증 진단을 받은 중증 자폐성장애인이다. 그래서 타인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자신의 행동을 자율적으로 통제하기 힘든 청년이다.   장애인에 대한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더라도 나는 그들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아마도 인지상정일 것이다. 누구도 스스로 원하지 않았던 장애, 그것은 너무도 우연히 찾아든 안좋은 운수,같은 것이 아닐까. 누구도 원하지 않지만 그 누구라도 그렇게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그래서 함부로 그들을 무시하거나 동정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많이 안타깝지만 그런 가운데 히가시다 나오키처럼 자신의 상황을 수용하며 긍정의 삶을 꾸리는 사람을 보면 또 그렇게 마음이 뿌듯할 수가 없다. 물론 그렇게 수용하기까지, 또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며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통증이 있었을까. 그것은 본인이 아니고는 다 알 수가 없을 터, 그저 짐작만 해 볼 뿐이다.   부모님의 헌신으로 일반학교를 다니다가 그 후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를 오가며 그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장애를 극복하며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서. 일찍부터 책을 출간하면서 지금은 세계로까지 강의를 다니는 청년, 히가시다 나오키. 노트북을 통한 의사소통은 큰 불편함이 있지만, 대중과의 소통이라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고 한다.   고장 난 로봇같은 나, 라고 그는 스스로를 말하지만 그러함으로 그에게는 한없는 상상의 자유가 있다. 작은 것에서 느끼는 소중한 감정들 -하늘,구름,물소리,나무,꽃들,음악...- 귀기울임,속삭임,지켜봄..., 그가 그 사색에서 얻는 인생관이나 가치관 같은 것. 그래서인지 같은 또래들에 비해 히가시다 나오키는 많이 성숙한 청년인 것 같다.   글쓴이의 상상이나 상황을 삽화로 그려 넣어 더 생생하면서 동화적인 이야기. 안타까움 속에 흐뭇함과 따뜻함이 스며드니 덕분에 나의 마음이 정화됨을 느낀다. 오늘도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생활하고 있을 그에게 큰 응원을 보내며.

<종합병원 리모델링><종합병원 확 뜯어 고치는 여자> 등 이미 그녀의 저서들을 읽어왔던 터라 이번 출간된 책이 더욱 반가웠다. 기존의 책이 수 년전 카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리모델링을 시작으로 그 동안 종합병원 리모델링과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일련의 에피소드와 보람들로 이루어졌다면 이번 책은 조금 다른 분위기다.

 

종합병원 리모델링 전문 기업의 오너로서의 이미지가 강해서 일반 사람들이 볼 때는 건축 쪽의 전문서적이 아닐까,하는 선입견에 호불호가 나뉘어질 수도 있었다면, 이번 공간에 대한 내용은 누구나 쉽게, 공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호기심을 주는 책이 될 것 같다.

 

날이 갈수록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져서 그저 외양이 화려하고 웅장한 것을 선호하기보다는, 그 공간을 어떻게 꾸며놓았는가,에 대한 실용성에 더 무게를 두는 것 같다. 그에 부응하여 공간의 본질과 사람중심의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 늘 연구하고 골몰하는 저자의 가치관이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환자와 보호자로 가득한 병원은 안타깝게도 생동이 넘치는 곳이 될 수가 없다. 환자의 고통과 보호자의 수심,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은 간절함. 그래서 공간 디자이너인 저자는 그들의 마음을 잘 꿰뚫어 그들에 공감하는 공간을 만든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바로 '희망방' 이 그것이다.

 

병원 귀퉁이의 자투리 공간을 기도실로 꾸며 보호자들의 휴식을 제공하고 또 기도를 통한 위로와 치유를 함께 가질 수 있도록 창안해 낸 공간. 공간이란 이렇게 꼭 필요한 곳에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한 곳일때 비로소 생명을 얻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병원이란 사람의 생사가 갈리는 곳이고 사람을 살려야하는, 늘 긴장이 머무는 곳이다. 어찌 환자와 보호자들만의 문제겠는가. 그들을 치료하는 의사들, 간호사들, 그 외에도 지원부의 인력들. 그 사람들이 어우러져 생활하며 불안과 초조로 일관된 곳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치유의 공간과 디자인이 있다면..., 그것을 충족하기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저자와 그의 팀들이 여기에 있다. 그러기 위해 그들은 늘 배움에 나태가 없다.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가면서 파격적으로 변신하는 세계유수 기업들의 공간과 또 세계적인 공간디자이너들의 활동 등도 사진과 함께 게재되어 있으니 볼거리도 많다. 그리고 우리의 선입견을 걷어내면서 실용과 효율을 기본으로 하는 공간들의 변신은 신세계를 만난듯 신선하다. 그러면서 공간에 공감하며 디자인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적극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중년에 떠나는 우리나라 추억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은 <여행,내 마음이 하라는 대로> 를 읽으며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여행도 해 본 사람이 잘 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추억 여행,이라는 말에서 짐작하듯 글쓴이의 유년과 청년시절에 어떤 인연으로든 닿았던 곳들, 그 곳을 추억하며 중년이 되어서 다시 찾아가는 여행.

 

보통 사람은 한 곳에 나서 그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평생을 살거나 역마살이 붙지 않고서야 그리 많은 여행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 분은 행운이라고 해야할까. 많은 곳을 경유하며 생활의 터전이 되었던 까닭인지 전국적으로 머물렀던 곳이 비교적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추억여행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면 그것도 행복이겠구나, 싶었다.

 

꼭 글쓴이의 경우가 아니라도 격하게 공감이 가는 이유. 수구초심,이라는 표현이 너무 과한지는 모르겠으나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것 같다. 자꾸 지난 날을 돌이키며 그 때 그 곳이 그립고 그래서 꼭 한 번은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 지금도 그대로일까, 아니면 많이 변했을까. 그 궁금증과 함께 그 때 그 감정들이 오롯이 되살아나 흠뻑 그리워지는 것. 어떤 향수 같은 것.

 

승용차로,기차로,배로,비행기로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어느 한 곳, 여행지를 선정하면 그 곳을 통틀어 깊고 진하게 느낄 수 있도록 여행의 루트도 짱짱하다. 더불어 명물이 있는 인근 지역까지로 이어지는 꼼꼼한 정보와 약도, 그 지명의 내력이나 숨은 비경, 먹거리와 숙소까지 친절함을 잊지 않았다. 글과 함께 사진까지 첨부해서 우선 간접적인 견문을 넓히게 한다.

 

배낭을 매고 며칠씩을 근력으로 버티며 거칠게 하는 여행을 청년시절에 맘껏 누렸다면 중년,이제 중년의 여행은 좀 쉽고 여유로워도 좋으리. 글쓴이가 다녀온 많은 여행지를 훑어본다. 여행지도 전국구로 다양하다. 내가 아직 가보지 못했던 곳에서는 시선이 더 오래 머문다. 좋은 팁을 얻기 위해서. 꼭 가보고 싶으니까.

 

위에서 여행도 다녀본 사람이 늘 여행을 계획을 하고 실행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요즘 많은 사람들이 보다 많은 여행의 기회를 만들어간다. 세대간 모두에게 여행은 삶의 활기를 충전하고 삶의 의미를 누릴 수 있도록 하니까. 특히 중년이여, 많은 여행을 통해 좋은 삶 이어가시기를! 나도 글쓴이와 같은 마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