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지만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예전에 잘 흥얼거리던 노래 '즐거운 나의 집'의 가삿말이다. 날 오라 하는 곳의 유혹을 뿌리치고 간절히 돌아가고 싶은 나의 집은 어때야 할까. 포근하고 사랑스럽고 안락하고 예쁜 집 그리고 그 안에 미소가 퐁퐁 뿌려지는 집, 우리가 소망하는 집은 그런 집이 아닐까.

 

봄이 되면 괜시리 집을 한 번 뒤집어 주고 싶다. 기분좋은 소품도 들여놓고 꽃화분도 사고 가구위치도 바꾸어 보고 색칠도 하고 묵은 것은 뜯어내고 씻어내고 털어내고. 텁텁한 겨울에 이어 봄을 맹숭맹숭 맞는 것은 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새봄 새 단장에 안성맞춤인 예쁜 책을 읽었다. 아니 '읽었다'기보다는 '보았다' 고 해야 할까!

 

'런던의 잇 스타일 인테리어' 일본인 인테리어 전문가 니코웍스와 이가타 게이코가 런던 사람들을 직접 취재해서 그들의 인테리어를 모은 책이다. 그래서 글보다는 사진이 중심을 이루는 사진첩 같은 책인데 왜 하필 런던이었을까. 검소한 영국 사람들은 오래된 것을 좋아한다. 역사와 전통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참신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조화된 코디법, 빈티지와 모던의 공존, 앤티크와 현대적 가구의 오묘한 스타일을 한 집에서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눈도 즐겁고 정보도 얻을 수 있어서 좋다.

 

책 속에 소개된 집의 주인들은 대부분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조형 아티스트, 이벤트 기획자, 모자이크 아티스트, 패션, 아이템, 주얼리, 웹, 니트, 악세서리 디자이너, 작가 등 그들의 직업만큼이나 집 안의 개성도 톡톡 튀는데 그들이 소품을 구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값비싸고 완벽한 제품만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팁인데, 벼룩시장이나 외국 여행에서의 재래시장, 재활용품점 심지어 쓰레기통 옆에서 주워다 리폼을 하기도 한다. 그들의 참신기발한 솜씨에 감탄한다.

 

앤티크와 모던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집, 안락한 집, 스타일리시한 집, 소녀다운 감성이 가득한 집,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집, 우아한 집 등으로 파트를 나누어 각각 서너 집 정도를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 장에는 책 속에서 보았던 소품을 구입할 수 있는 숍의 홈페이지도 따로 실어두었다. 이제야 한창일 봄, 이 봄에 집안 분위기를 좀 바꾸어 보고 싶다면 그 아이디어를 이 책 속에서 응용하는 센스!

 

 

  사람은 자신이 사는 주변 환경에 대부분 영향을 받는다. 오죽해야 맹자의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을까. 화가집안의 아이들은 그림과 친숙하고 음악가 집안은 음악에, 운동선수 집안은 운동에, 의사집안은 의사에......, 그리고 전쟁 통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환경에 처참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보면 전쟁이라는 뼈아픈 비극에 희생된 젊은이들이 수 없이 많다. 열 살이 조금 넘은 나이에도 강제 징병이 되어 총알 받이로 참전했다. 그런 비극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과연 그 어린 소년들이 제대로 총이나 겨눌 수 있었을까. 그럴 만한 힘이 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곤 했다. 그런데 소설 '작은 요새의 아이들' 을 읽으면서 충분히 그럴 수 있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 문학을 많이 쓴 영국의 로버트 웨스톨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자신의 경험을 반영하여 이 책을 써 낸다. 그래서 여기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은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영국과 독일이 접전을 벌이던 제2차 대전 시기, 영국의 어느 마을 사람들은 언제 독일의 공습을 받을 지 몰라 지하 방공호를 파고 거기서 생활한다. 공습이 있는 날은 학교도 휴교한다.

 

 

  전쟁 중에 어른들은 늘 공포스럽고 먹을 것과 가족의 안전을 생각하며 안절부절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행동이 용감하고 명석한 두뇌를 가진 주인공 채스, 그의 흥밋거리는 오직 전쟁 수집품을 늘려가는 것이다. 학급에서 힘으로써 대장인 아이와 경쟁을 하며 전쟁 무기의 잔해물들을 수집한다. 값나가고 흔하지 않은 것을 갖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아이들의 유일한 놀이가 된다.

 

 

  어느 날 밤, 채스는 가시 덤불에 추락한 독일 폭격기를 발견하고 아빠의 톱을 가져와 폭격기에 장착된 기관총을 떼어간다. 이 비밀을 아는 친구들을 모아 가장 안전한 곳에 요새를 짓는다. 요새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기구와 물품은 각자 집에서 훔쳐오는데 경찰관도 선생님도 부모님도 감쪽같이 속아 눈치 채지 못한다. 아이들은 자기들의 비밀 요새에서 어른들이 치르는 전쟁의 축소판을 만든다. 군율도 정하고 보초도 서며 어른들을 따돌릴 방법도 고안한다. 수시로 여러 매체를 통해 전쟁에 대한 정보도 수집한다.

 

 

  열 다섯 살 정도 되는 이 소년들에게 이 요새는 더 이상 놀이공간이 아닌 실전의 공간이다. 이들이 물리쳐야 할 적은 바로 독일군. 낙오된 한 명의 독일군을 포로로 잡아둔다. 살생할 수 있는 진짜 무기, 기관총과 포로에게 빼앗은 권총도 가지고 있다. 무기의 출처와 거처를 찾는 경쟁자 아이와 피를 흘리도록 싸우기도 하고 목숨을 위협하기도 한다. 결국은 경찰과 부모에게 발각되어 모든 것을 회수당하고 각자 정도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는데,

 

 

  사람은 쉽게 그 환경에 적응이 된다. 굶주림이나 전쟁터, 폭력적인 장소가 아이들의 환경 이 된다면 그것은 어른들이 그들에게 직접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나 진배없다. 안락하고 명랑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그래서 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것, 그것은 모두 어른들의 당연한 몫이며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의무이다.

 

  송나라 때 문인 구양수는 말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많이 해야 한다고. 그것이 바로 삼다설(三多說)인데 다독, 다상량, 다작을 이르는 말이다. 우선 알아야 쓸 것이니 많이 책을 읽고 (多讀), 생각이 있어야 글이 나올 것이니 많이 생각하고(多相量), 쓰는 기술이 있어야 재미있게 읽을 것이니 많이 써 보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이 세 가지가 충족된다면 그 때부터는 거칠 것 없는 글쓰기가 된다는 것이다.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고 하지만 굳이 찾자면 그 세 가지가 아닐까 싶다.

 

 

  요즘 학생들은 글쓰기 숙제를 내 주면 곤혹스럽다. 아침부터 밤까지 선생님 바꾸어가며 주로 듣기만 하는 수업을 하느라 잠이 들기 전까지 늘 분주하다. 책을 읽을 시간도 없고 선생님과 부모님 생각만 듣느라 스스로 생각할 시간도 없으며 쓸 시간은 더더욱 없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생각하는 것이 귀찮다. 시키는대로 따라 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그런 아이에게 습관 되지 않은 독서를 한다는 것은 숨통만 죄어 올 뿐이다. 쓰는 것? 인터넷 어디서 베낄 곳이 없을까 눈에 불을 켠다.

 

 

  내가 너무 심하게 비약을 한 것인가. 어쨌거나 요즘 아이들의 독서와 글쓰기 수준은 심각할 지경에 이르렀고 정부에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시험의 몇 프로를 서술형이다, 논술형이다로 바뀌어 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다보니 아이들보다 성적 걱정하는 부모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연습을 하지 않은 아이들은 중고생이 되어서도 자기 견해를 몇 백자 이상으로 논술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독서는 어릴 때부터, 글쓰기도 저학년 때부터 연습해 두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여기 내가 읽은 책 한 권을 소개한다. '행복한 글쓰기 초등학교' 초등학교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펴 낸 최창의 선생님의 책이다. 총 셋째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마당마다 여러 갈래의 글쓰기를 실례로 설명하고 있다. 편지글, 설명문, 감상문, 논설문, 기행문, 관찰문, 조사 기록물 쓰기 등 각각 학생의 작품과 그에 대한 선생님의 평가와 보완점을 함께 싣고 있어서 고쳐쓰기 할 때 유용할 것 같다. 또 '생각해 보기' '글쓰기' 공간을 따로 두어 다른 학생의 작품을 읽고 독자가 직접 지어볼 수 있게 했다. 

 

  시간이 모자라서 또는 방법을 몰라서 글쓰기 공부를 시작하지 못하는 학생이나 지도 방법을 몰라하는 부모님에게 유용한 안내서와 활용서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