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금방 읽어낼 줄 알았던 책인데 읽다보니 그게 아니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아주 천천히 새기기로 했을만큼 유익한 책이 되었다. 감성, 넌 참 감성적이야,에서 이 감성,이란 감정,이라는 말과는 달라서 둘의 차이에서 오는 용어의 정의로부터 시작한다. '창밖에 지는 낙엽을 보며 '쓸쓸함,평온함'을 느꼈다면 이것은 감정, 그리고 이 감정을 느끼기까지의 나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 작용되어지는 힘을 감성,이라 한단다. 우리가 성숙한 감성을 갖는 것은 고통에 적응하는 방법을 아는 것과도 같은 것이기에 그로부터 감성의 코칭은 시작이 된다고 한다.

 

이 책의 코칭대로라면 세상사 살아가는데 그리 얼키고 설킬 일도 없겠다 싶다. 살다보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이 감성코칭대로 한다면 누이좋고 매부좋고, 큰 갈등없는 가정과 사회가 되지 않을까. 몰라서 실천을 못하는 것도 있고 알면서도 자존심이나 체면때문에 불편한 고집을 감수하는 경우도 있는데 감성코칭의 시작은 바로 대화하는 법,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비인도적인 사건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온다. 더 이상은 무답,상태인것처럼 한숨이 쏟아진다. 무엇이 문제인가. 그저 혼란스럽고 두렵기만 한데 그 피의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내 말을 좀 들어주세요,라는 것. 결국 사랑과 관심이다. 그것으로부터 소외된 사람은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살상의무기다. 사람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사람의 말 한 마디 몸짓 하나인데, 그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또 하나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 유연한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이 감성의 코칭.

 

이 한 권의 책 속에서 빈번하게 나오는 낱말이 '자존감'이라는 말 같다. 내면에 축적된 상처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일단 내가 스스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당면한 문제의 매듭이 풀리고 실마리가 잡혀지지 않을까. 글쓴이도 그 점을 강조한다. 자존감이 있을 때 상처에 대한 회복력도 빨라진다고 한다. 거기에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위로와 관심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겠지.

 

문명은 첨단이고 상류를 향해가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오히려 상실과 박탈감으로 허해져 간다. 삶은 갈수록 팍팍하고 극단전인 양극화로 사람들의 행동은 송곳처럼 날카롭다. 풍요로울수록 빈곤해져 가는 현대인의 삶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나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 해답이 여기에 있다. 조목조목 살펴보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닌데, 어찌 실천하지 못하고 우리는 괴로워만 하고 있는가. 많은 생각과 성찰을 갖게 하는 책이다. 현재 '감성액티브코칭 연구소' 대표인 글쓴이는 실례를 들어가며 따뜻한 코칭을 풀어놓는다.

 

까칠하기가 하늘을 찌르고 타인과 인연맺기를 거부하며 결벽증에 가까울 완벽을 추구. 융통성은 눈꼽만큼도 없고 무질서에 대한 혐오, 스스로 기계를 수리하여 쓰지 못하거나 작동할 줄 모르는 사람에 대한 극심한 혐오, 오래전 아버지가 탔고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던 사브,라는 자동차에 대해 집착하는, 그리고 사브 외의 다른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을 병적으로 경계하는 59세 오베,라는 남자!

 

얼핏 호감 한 점 없을 성격의 이 아저씨가 왜그리 귀여운지, 또 독자에게 웃음을 주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오베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 따위는 일절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웃들에게 본인이 귀찮아지는 일들을 부탁받아야 했고, 그때마다 거두절미 거절을 하지만, 결국 일처리의 현장에는 꼭 오베가 있었다는 사실. 차갑고 과묵하지만 이웃이 곤경에 빠졌을 때는 손을 내밀고 마는, 마음 약한 오베이기도 하다.

 

성격 탓에 친구를 두고 살지는 못하지만, (않지만?) 일찍이 그의 사람됨을 알아본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그의 부인이 된 엘리트 여성 소냐였다. 만약 소냐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우리의 오베는 어떻게 되었을까. 소냐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 아닐 수가 없어라. 너무도 대쪽같은 오베였기에 때로는 융통성이 없다고 욕을 먹을 때도 소냐는 이해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수십년을 함께 한 소냐는 불의의 사고로 오랫동안 고생을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중단하지 않는다. 소냐의 기본적인 편의를 돕기위해 남편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오베, 그러나 소냐는 수 년후 세상을 떠나고 그야말로 오베는 고립무원의 그림자 같은 사람이 되지만 마을의 평화와 질서를 지키기 위한 활동은 아침저녁으로거르는 일이 없다.

 

소냐가 잃은 오베는 삶의 의미를 접고 자살을 선택하지만 그때마다 우연히 그 자살을 방해하는 옆집 사람들. 옆집으로 이사온 시끌벅적 외국인 가족. 그들이 오베의 이웃이 되어 주니 얼마나 든든하던지. 오베의 송곳같은 언행에도 절대 주눅들지 않는 옆집 사람들, 특히 파르바네 아주머니. 임신 중인 그녀는 아이들을 거두며 늘 부산스럽고 소란하게 살지만 늘 오베와 함께 한다. 특히 도움이 필요한 난처한 일이 생기면 해결사로 일단 오베를 찾는다.

 

망망대해에 홀로 뜬 조각배와도 같던 오베, 그의 생활에 파르바네 가족은 그야말로 돛과도 같은 존재가 된다. 역시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 사람은 어울려 살아야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여러 인물의 등장과 그들의 에피소드 속에는 웃음과 찡함이 스며있고 마지막 오베 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뿌듯하던지. 눈물이 비실비실 삐져나오기까지 했다.

 

이 오베라는 남자,는 영화로도 제작될 계획이라고 한다. 짧지 않은 한 권의 책을 읽고나니 이제 그 영화에 대한 기대로 부풀기 시작한다. 가을 초입, 오랜만에 따뜻하고 웃음나며 또 콧끝까지 찡해지는 좋은 소설을 읽으니 풍요로운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는 것 같다.

 

목숨을 내 걸고 극한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보며, 왜 그런 무모한 행동이냐며 근심어린 시선일랑 거두자. 이런 생각을 수 년전 박범신의 촐라체,라는 장편소설을 읽으며 다짐했었다. 그 후 이렇게 철인에 대한 이야기를 볼 때마다  응원에 응원만이 더해질 뿐 그 밖의 다른 의구심은 없다. 사진과 글을 함께 엮어낸 김정철이라는 청년, 나뿐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다들 한 부러움씩을 보태게 될 것이다.

 

40도 이상의 일교차 속에 발톱이 거의 빠져나가고 피물집이 다닥다닥, 동상에 고산증의 구토에...,거대한 자연 속에서의 생사를 가르는 많은 위협들을 그때마다 강인한 극기로, 또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극복해나가는 모습이 어찌나 리얼한지, 글쓴이와 함께 한 사막 마라톤과 남미 최고봉의 등반이다.

 

세계 4대 마라톤 대회중 하나라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 대회, 7일간 250킬로미터를, 먹거리와 거리를 규칙에 맞게 안배하며 하루 하루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하면 바로 탈락, 찢겨진 상처들 사이로 스미는 소금사막의 소금물이 주는 고통... 정말이지 아찔하다. 그러면서 그 가운데 엿보게 되는 대자연의 신비. 그 맛에 또 힘을 얻으며 앞으로 전진이다.

 

글쓴이는 사막 마라톤을 무사히 마치고 자전거라는 교통수단으로 남미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진정 여행다운 여행이 아닐까, 부러웠다. 그의 열정은 여행의 편의와 진미를 느끼기 위해 남미의 언어를 습득하는데 쏟기도 하는데, 그는 그야말로 여행의 고수다. 여행자로 타고난 것인지, 그 만큼 여행에의 무서운 집념인지, 대단하니 그저 박수갈채를.

 

5.000킬로미터의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도 그는 남미의 최고봉 아콩카과를 (약 7000미터) 단독 등반하기 위해 준비에 나선다. 계획한 일이 어디 뜻대로만 되어주던가. 가끔 예상치 못한 일과 맞닥뜨렸을 때, 시간과 싸워야하는 아찔함, 등반 과정에서의 경험들이 그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을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14일간 7000미터 정상을 오르내릴때의 감격, 그 안 많은 사연들을 안고 하산하여서는 또 7일간의 아마존 정글 탐험 도전. 그러나 그가 시종일관 격한 여행만을 추구한 것은 아니어서 휴식같은 여정과 형언할 수 없을만큼의 신비로운 자연의 서정적 묘사도 함께 한다. 무엇보다 한 청년의 여행을 통해서 우러난 진한 성찰이 독자에게까지 오롯이 와 닿았다.

 

청춘,야생,탐험,도전.... 이런 말들로 심장이 콩캉콩캉하던 <야생속으로> 그의 열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