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니까 청춘이다, 막막하니까 청춘이다, 흔들리니까 청춘이다, 외로우니까 청춘이다, 두근거리니까 청춘이다, 그러니까 청춘이다. 책 표지에 실린 글이다. 어찌 청춘만이 불안하고, 막막하고, 흔들리고, 외롭고,두근거리겠는가. 그래서 나는 20대 청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사들었다.

 

대한민국에는 불안하고 방황하는, 그래서 멘토가 필요한 사람들이 참 많은가보다. 이 책의 띠지에는 최단기 베스트 셀러 100만부 돌파라고 써 있지만, 얼마 전에는 200만부 돌파라는 소식을 어느 기사에서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올해를 빛낸 33인' 에 김난도 교수도 선정되었다니, 참 대단한 일이다.

 

서울대 교수 김난도. 학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면서, 그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선생님이 아닌가 싶다. 진짜 리얼리티 삶이 시작되는 20대. 인생 앞에 홀로 설 그들이 갈등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며 위로와 힘을 주기 위해 쓰게 되었다는 이 책은, 나 같은 사람에게까지 메시지가 고무적이었다.

 

고스라니 20대에게 필요한 멘토링을 빼고서라도 전반적으로 우리 삶에 지침이 될 메시지들로 참 풍요로웠다. 시간에 대해서, 친교에 대해서, 연애나 사랑에 관해서, 시련,기다림, 실천에 관해서, 판단력에 관해서... 결국 통틀어 '내 인생을 잘 만들어가는 방법' 에 대해서다.

 

정신 번쩍 나게 했던 것이 시간관리에 관한 것이었는데, '시골의사 박경철'을 예로 든 이야기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눈코뜰 새 없이 살 것 같은 박경철씨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시간없다' 라는 말이란다. 24시간을 그렇게 조각조각 알차게 계획실천하는 모습은, 기염을 토할 만큼 감동적이었다.

 

15분이라는 시간의 효용성과 바쁠수록 시간이 난다는 역설적인 말의 진리. 바빠야 하고 싶은 일의 소중함이 절실해지고, 바빠야 생활이 치열해져 시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느냐 못하는냐가 관건이라는 말에, 나는 백배 공감한다. 시간이 많을수록 게을러질 수 있음을, 나는 몸소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다.

 

연애를 시작했다면, 사랑과 자아의 존재를 조화롭게 이루어 가기를 바라는 당부도 잊지 말아야겠다. 온 몸을 던져 사랑하되 자아를 잃어버리지 말 것. 이것은 연애뿐 아니라 결혼생활에도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온라인에서 인간관계를 해결하는 세대들. 그러나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는 혼자 노는 곳이 아니라는 것. '왜 감정없는 반쪽짜리 로봇이 되려고 하는가? 컴퓨터를 끄고, 이어폰을 빼고, 온몸을 던져 사람들 사이로 그대를 내던져라.' 그렇다고 온라인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대세인것을 어찌 막겠는가. 다만 온라인은 온라인대로 오프라인은 오프라인대로 인간관계의 기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람냄새 나고 균형잡힌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부분이다.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만으로 책을 사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구입해서 벌써 두 번째 읽었다. 호기심에 앞장 판권을 들여다보니, 역시 놀랍다. 2010년 12월24일 처음 발행하여, 2011년 9월15일 같은 책을 452번째 인쇄 발행했다는 이야기다. 1년도 채 되지않은 기간, 최단기가 맞다. 추상적인 멘토링이 아니라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어느 때고 나의 새로운 다짐에 힘을 실어주고 부정을 긍정으로 낙심을 희망으로 바꾸어 줄, 그런 메시지들로 가득인 책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렇게 인정해 주는 이 한마디 자체가 얼마나 큰 위안인가. 아프니까 인생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일 년에 백 권 읽기' 에 도전했었다. 작년에는 그 중에 60여 권쯤 읽었을까.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올해는 기필코 좀더 100권에 가까워져야지 했는데, 12월 지금 보니, 40여 권 쯤 되는것 같다. 이럴 수가. 실망을 금할 길이 없어라. 그것은 결코 100권을 채우지 못해서가 아니다. 바로 자신의 게으름에 대한 책망인 것이다. 가장 경계해야하는 삶의 덕목, 게으름.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 한 해가 된 것 같아 자괴감마저 드는 이 때,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책 제목도 <한 권의 책>

그런데 놀랍다. 그 한 권의 책 속에는 무려 101편의 책이 또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글쓴이 최성일씨의 서평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독서와 서평이 생활인 사람이며 또 비평가인 최성일씨는 그러나 지난 2011월 7월에 뇌종양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의 나이 마흔 다섯. 안타까운 요절이다. 그 동안 발표하지 않은 그의 서평들을 모아 아내와 출판사의 협력으로 유작집으로 출간된 책이다.

 

 

동서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독가. 그가 쓴 100여 편 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책이 불과 몇 권 안 된다는 것, 그것 또한 놀랍다. 세상은 넓고 읽어야할 양서들은 차고 넘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말이다. 글에 대한 호평과 혹평이 확실하다. 외국 서적은 잘 안 읽게 되는 내게 흥미를 끄는 몇 권의 책도 있었고, 국내 책 중에서도 꼭 읽어 보고 싶은 책은 메모해 두면서, 몇 시간 투자하여 100편을 읽게 되다니, 이거야 말로 일거양득이 아닌가.

 

 

이 책을 읽으면서 따라 읽고 싶어진 책이 대여섯 권쯤 되는 것 같다. 현대인과 대조적인 옛 조상들의 인정 넘치는 삶을 '국물'이나 '엿장수의 맛보기'' 콩나물의 덤' 등으로 따듯하게 담았던 문형동의 <국물 이야기> 나는 그 한 편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 수필집에는 4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국물 이야기'가 심장에 착 스미는 글이었기에, 이 책도 한 번 구해 읽고 싶어진다.

 

 

환경운동하는 작가, 최성각씨. 예전에 그의 생태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너무도 따듯하고 여린 이야기여서, 동화같은 느낌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최성각씨가 낸 서평집과 (글쓴이와) 그와의 대화를 통해서 느껴지는 것은, 매우 예리하고 비판력이 뛰어난 사람다는 새로운 느낌. 그 책도 궁금하고. 제프리 노먼의 <딸 그리고 함께 오르는 산> 자녀와 함께 험한 등반 과정에서 겪는 생생 체험과 가족간의 끈끈한 연대감과 사랑, 글쓴이가 적극 권하는 책이니 이것도 챙겨 놓는다.

 

 

국내외 작가나 책의 장르를 가리지않은 100여 편의 서평글. 요즘 읽을 책이 궁하거나 또는 독서후 기록을 남기고 싶은데, 서평쓰기가 녹록치 않은 사람에게는 이 <한 권의 책>을 적극 권하고 싶다.

열정, 에너지, 근면, 성실,노력, 프로, 진취, 창의, 깡다구...

 

사람보는 눈은 얼추 비슷한가 보다. '위아카이'의 대표이며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노미경. 그녀를 떠올릴 때 사람들이 말하는 그녀의 수식어들이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 두번째 책인 <종합병원 확 뜯어 고치는 여자>를 출간하였다. 강렬한 표지 톤은 그녀의 열정을 닮았고 '확! 뜯어내다' 에는 시원시원한 그녀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아 미소를 머금게 한다.

 

그녀가 확 뜯어고친 종합병원은 그야말로 포근한, 아늑한, 단아한, 정갈한, 은은한, 우아한, 청아한, 사랑스러운, 또 한 번 다짐하고 힘있게 시작하는 생명의 공간이다.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근무자에게까지 희망과 긍정을 품고 무지개색 꿈을 갖게 하는 공간으로서의 리모델링. 정말 멋지지 않은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18년의 이력, 2005년부터 카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리모델링을 시작으로 확 뜯어고치는 과정에서 많은 업적을 이루어내며 찬사를 받고 있는 그녀다. 그리고 한 번의 시행착오 - 2010년 12월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응급의료센터 공사 중 화재-

 

이 책을 읽다보니 그 날이 나에게도 선명하다.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더니.그 날은 나의 생일겸 송년모임으로 홍대에서 지인들 몇이서 저녁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녀에게서 전화다. 천안에서 일 마치고 막 떠나려는데 공사 중에 화재가 났다고. 그래서 못갈 것 같다고.

 

침착한 목소리였기에 그렇게까지 심각한 줄은 몰랐다. 일이 진정되고 한참 후에 만나 자초지종을 들었을 때 많이 놀랐는데, 이 책 속에 생생히 묘사되어 있는 그 장면에서 다시 가슴이 뻐근해진다. 정작 자신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도 겉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먼저 위로하고 다독여야 했을, 망연해할 시간도 없이 급히수습해야 했을 오너로서의 냉철한 중책, 그 큰일을 마음다잡고 씩씩하게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보면 그녀는 역시 '큰사람' 이란 걸 거듭 깨닫게 된다.

 

18년이라는 시간 속에 차곡차곡 알차게 쌓아온 이력, 그 안에 인정받은 훌륭한 업적이 켜켜이 많을 텐데 책의 처음 내용이 화재사건이라니, 왜그랬을까. 오히려 치부로 생각하고 감추고 싶지 않았을까. 그것도 첫장과 마지막 장 모두에. 그러나 그것이 노미경식 경영이라 짐작해본다. 시행착오마저 뼛속 깊이 새기고 되새김질하여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도록 더욱 철저해지는 것. 처음 겪은 일이기에 충격도 컸겠지만 역시 '통큰' 사람은 다르구나 싶은 대목이었다.

 

최근 몇 년간 종합병원 리모델링을 하면서 겪은 대소사들. 노고의 땀과 성취의 기쁨을 기록한 실시간 현장일지 같기도 하고 그 때마다 못다했던 마음을 이제야 드러내는 일기같기도 하다. 또 맞닥뜨린 어려움을 극복하고 활짝 웃을 때는 읽는 사람에게 양질의 에너지를 선사하는 한 편의 수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열정, 노미경과 불가분의 단어. 그리고 또 있지. 자상하고 원활한 '소통'과 거친 현장에서의 '유연성' 그리고 '겸손함' CEO로서의 카리스마와 따듯한 인간미를 고루 갖춘, 그리고 이성과 감성이 조화로운 사람, 이것이 사업가와 인간적인 관계에서 그녀가 성공하고 있는 1급비결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양성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진취적인 기상과 강력한 실천력의 남성성과 섬세하고 배려하고 포용할 줄 아는 여성성. 볼수록 보고 싶은 사람, 만날 때마다 본받고 싶은 뭔가가 발견되는 사람, 좋은 기운으로 흡수되는 사람, 가만 있어도 아름다움이 우러나는사람, 그 사람이 바로 디자이너 노미경이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 내내 또 한번 그녀를 응원한다. 그 뿐인가! 나날이 발전할 그녀를 위해 앞으로 쭉 응원할 것이다. 열렬히 열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