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오프라인 서점에 들릴때 마다 눈에 띄었던 책이다. 그 때마다 펼쳐보고 통독하다가 다시 덮고 나왔던 그 책을, 비로소 선물받게 되었다. 평소 관심이 가던 책이라 기쁨 두 배였던 완소책, 완전소중한 이 책을,

 

곁에서 대화하듯 실감나게 친근하게 읽고서 나는 단번에 읽었다고 해서 책장에 고이 모셔 둘 수는 없었다. 결코 그럴 수 없는 책이다. 침대 머리맡에 두고 가끔씩 펼쳐보는 명상과도 같은 치유책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상시 머리맡에 놓은 멘토와도 같은.

 

용기와, 결단력과, 실천을 요할 때, 정신적 빈곤함이 느껴질때, 마음을 정화하고 싶을때 ...  그럴 때마다 잠깐의 명상처럼 두고두고 읽고 새기기 좋은 말씀들. 그 날 그날의 기분과 경험에 따라 찾아지는 글귀도 달라진다. 엉켜진 마음을 풀고 합리적인 길을 찾고 위로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피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어서 좋고 실천하는 방법이 어렵지 않아서 좋다.

 

한 권을 다 읽고나면 어쩐지 마음이 유연해져서 내가 금새 부처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마음만 그러면 뭐하겠나, 실천이 관건이겠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마음의 여유와 평정을 잃지 않으며, 시야를 넓혀 시선을 멀리 두기도 하며, 가까운 것을 소중히 여기며, 인생을 단편이 아닌 통으로 보게 하는 책이다.

 

다시금 선물해준 분께 감사를 드리며 두고두고 찰지고 기름진 이 메시지들로 하여금 나날이 성숙하게 하소서.

 

일본 추리 소설, 오슬오슬 떨리는 남량특집 스릴러.

제목만 보면 작가의 창작으로만 가능한, 아예 비현실적인 그런 이야기,문학에서만 가능했으면 좋을, 그런  사건이면 좋겠다싶지만, 불행스럽게도 제목과도 같은 하드코어는 이미 우리 현실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성형 중독과 다중 채무와 사채로 인해 점점 황폐해져가는 스물 다섯의 젊은 여자, 좀 더 큰 행운과 행복을 누리기 위해 분수에 넘치는 대출을 내서 성형을 하고, 결국 자기 발목을 잡히고 마는 안타까운 젊은 여자.

 

극빈의 환경을 극복하고 번역가와 대학강사를 겸한 엘리트가 되었지만 성격장애와 많은 정서적 결핍으로 칙칙한 삶을 사는 중년의 남자. 부유한 집안의 딸을 만나 결혼을 해서 겉보기에는 유복해 보이지만 실상을 보면 가족과도 진정한 소통이 없고, 설상가상으로 아내가 모르는 학자금 대출금을 아직도 갚아야 하는,물질적 정서적으로 여유없고 외로운 사람이다.

 

그런 남자에게 그 젊은 여자는 처음 본 날부터 욕망을 탐닉하는 대상이 되었고, 큰 거부도 저항도 없었던 여자는 결국 그 남자에게 돈을 요구한다. 불법대출금을 갚기위해 무엇이든 할 여자였다. 내용이 그리 유쾌하지 않은지라 읽으면서 마음이 유쾌하지 않았지만, 궁금했다.

 

돈을 줄 것처럼 응대했던 남자는, 왜? 그 여자를 유인하여 죽였을까. 그리고 왜 손가락 하나를 담아와 간직하고 있을까.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돈을 마련해 주지는 못해도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잖아... 꾹 꾹 인내하며 읽어간다. 그리고 그 이유, 참,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다는. 그 여자에 대한 친절, 이었다고 한다. 돈으로 인해 쫒기고 망가져가는 여자에 대한 친절, 이라. 차라리 죽는 편이 그녀 자신을 위해 낫다고 생각 했을까.

 

많이 배우고 겉은 멀쩡해도, 싸이코 패스들 참 많다. 더 무서운 것은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는 것. 돈돈,하다가 돌아버리는 사람들. 정신이 붕괴되고 제어가 안 되는 사람들, 참 많다. 이야기는 우울하고 비위가 상했어도 어두운 현실 한 켠을 반영한 것 같아 소설 속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고 자꾸... 한숨이 났다. 한숨이.

바이올렛, 보랏빛 제비꽃을 이름이다. 소박하지만 예쁘고 신비로운 보랏빛의 꽃. 그러면서도 묘한 불안감도 함께 배여있는.

 

결여와 결핍은 그 사람을 위험지경에 이르게 할 확률이 매우 높다. 특히 사랑과 관심의 결핍이라면 더욱 더 말이다.

 

주인공, 오산이

사생아였던 그녀는 출생과 동시에 계부에게 버림받았고, 친모에게 외면 당했으며, 오로지 의지하며 동성애를 느꼈던 친구로부터도 절교 당했다. 그 때 나이 겨우 아홉 살, 부모의 이혼과 친모의 여러 번의 재혼과 실패

 

세상에 이렇게 외로운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버림받음과 관계 결핍으로 점철된 그녀의 스물 세 해, 적막하고 고독했던 그녀의 삶.이런 사람일수록 사랑듬뿍한 따듯한 사람을, 남자를 만나야하는데 하는 안타까움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질 않았다.

 

그녀가 일하는 화원으로 바이올렛(제비꽃)을 찍으러 온 사진기자, 즉흥적이고 투덜거리고, 연대감없는 그 남자에게 한 번에 폭 빠진것도,그래서 인생을 함부러 던져 버린 것도 어쩌면 평소 그녀의 사랑결핍에서 온 집착이 아니었을까 하는 스산함.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기삶에 애정을 가지며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결국은, 그 보랏빛 바이올렛의 인연으로 인해 안타깝게 되어버렸다.

 

신경숙의 10년 전 소설 <바이올렛>

신경숙의 글은 바닥에 귀를 바짝 대고는 전력을 다해 청력을 모으게 하는 묘한 고요함과 흡인력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