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다이, 언뜻 일본어 같지만, 아니 일본의 특공대를 독고다이,라고도 부르지만, 여기서 독고다이란,

독(獨)=홀로

고(GO)=살아

다이(DIE)=간다, 즉 죽을때까지 홀로 간다,는 뜻이 되겠다. 제목만 봐서는 죽을만큼 외로움만으로 절어 있을것 같지만, 실상 내용을 보면, 여러가지 감정들이 절절하다.

 

이기호 한 뼘 에세이, 이야기 한 편의 분량은 정말 딱 한 뼘쯤이다. 길지 않은 내 손가락으로도 엄지와 검지로 또는 엄지와 중지로 한 뼘정도. 그런데 그 짧은 이야기에는 수 많은 세상 이야기와 그만큼의 감정들로 깊숙하면서 숙연하기까지 하다.

 

소설가 이기호의 문학은 골계미의 완성품 같다는 생각. 해학과 풍자. 촌철살인의 대가.

어느 대목에서는 배가 아프도록 껄껄대다가 또 어느 대목에 가면 눈물이 찔끔찔끔, 그래서 잠시 읽기를 쉬어야할 때도 있다.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는, 그것이 이기호 작품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가족 부양이 녹록치 않은 가장들, 취업이 불투명한 청년들, 한 푼 더 벌겠다고 열악한 환경에 발을 내딛는 사람들, 남편과 자식을 위해 나를 양보하는 아내와 엄마, 가난하지만 당당한, 아니 당당하지만 가난한 예술인들......, 이들 안에서 제외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대부분 이들 중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분위기가 낮게 가라앉거나 침울하지 않음은, 이기호식 웃음으로 이런 일상의 노곤함을 모두 극복하기 때문이다. 껄껄 웃으며 한숨놓고 평상심을 찾고, 다들 그렇게 사는구나, 동병상련과 나만 그런것이 아니야, 그들과 유대감을 갖게 하는 힘. 그런 것이 있어서 좋다. 나이도 나와 비슷한데, 글을 어쩜 이리 잘 쓴다지? 어렵지도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해학과 풍자를 곁들여 웃음 속, 큰주사를 한 대씩 쿡,찌르기도 하고, 읽어가면서 자꾸 작가에 대한 부러움이 생기니, 은근히 샘도 나고. 모두 그의 능력이다.

 

스치듯 발견한 책이다.

소지섭,이라는 이름과 그의 사진이 실린 표지에 걸음을 멈춘다. 특별히 그의 팬도 아니면서 오래 전에 소지섭의 '길'이라는 포토집을 본 적이 있기에 그 책인가 했다.그런데 자세히 보니 소지섭의 '오직 그대만'이 아닌가.

 

관람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영화 ' 오직 그대만' 이 생각 나 책을 뽑아 들었다.  그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 사진과 함께 짧은 글들로 만들어진 책. 찰나, 소지섭의 후광을 업고 책으로 이익을 챙기려는 상업성 짙은 책이 아닌가 잠시 입을 삐뚤했으나, 장을 넘길수록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담겨 있어, 아, 이 영화가 이렇게 만들어졌구나, 심지어 그 영화를 한 번 봐야겠다,할 만큼 흥미로웠다.

 

캐스팅에서부터 미팅으로 이어지는 리딩, 콘티 짜기,의상 준비하기, 무대 미술, 격투기 선수 역할이므로 기술  연마에, 분장 등 여러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으니, 마치 그 많은 스텝진 중 한 사람이 된 양, 시선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여주인공 한효주, 사고로 인해 시각 장애인으로 출연하는 처음 모습부터 수술 성공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되기까지의 과정. 그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만 두었던 거친 일들을 다시 시작하는 소지섭. 무뚝뚝하지만 책임과 의리와 사랑으로 결국 그녀와 함께 하는, 해피엔딩임을 알 수 있다.

 

누추하고 거칠게 살아온 청년, 소지섭. 그에 걸맞게 남루한 의상은 입었으나, 뭘 걸쳐도 멋지게 눈에 띄는 그의 모습은 정말, 자체발광이다. 그래서 그를 보고 '소간지,소간지.' 하나보다?

 

배우가 직접 자신의 영화 제작 과정을 이렇게 책으로 내는 것도,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우리가 책을 읽은 후에, 읽기만 한 것과 간단하게나마 기록까지 해두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처럼, 배우에게도 연기 연마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팬서비스 차원에서도, 괜찮지 않을까. 그의 사진이 많이 실려있는 촬영 150일 간의 포토 에세이라고 하니, 한류스타 소지섭, 저 바다 건너 팬들까지도 두 손 들고 환호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책의 장점, 자그만치 77권의 책을 소개했다는 점과 본문의 일부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글쓴이 이동진의 사진까지 실려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영화 평론가이며 라디오DJ 이동진. 그가 쓴 책속의 책, 이라 불러도 될까. 될 것 같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양서들에 자신의 단상을 실어놓은 이야기속 이야기. 그의 방대한 독서력과 해박한 지식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 많은 책 중에 나에게 낯익은 책은 고작 몇 권이라니.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다, 라는 명언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이런 서평집은 여럿 있는 걸로 아는데, 본문의 일부분을 떼어서 그대로 싣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는 형식은 나로서는 처음이라 신선했다. 작품이나 작가, 그리고 작품 배경에 대한 정보들도 많아서 따로 메모를 요하는.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은 두 번이나 다른 주제로 실리는 영광이 있었는데, 어쩌면 그 작품의 팬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얼마 전에 내가 읽었던 신경숙의 작품<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도 실려 있어 내심 반가웠다.

 

소설가 이기호. 몇 년 전에 그의 작품<사과는 잘해요>라는 소설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었다. 빠른 전개와 치밀한 구성. 그리고 엉뚱한 상황에 빛을 발하는 유머. 그 후에는 한 동안 잊고 있었는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란 작품으로 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버나드쇼의 묘비명과 비슷한 제목. 왠지 이기호식 이야기가 상상이 되며 호기심 발동. 꼭 읽어야지, 메모도 해 두고.

 

이미 예전에 읽었던 김훈의<칼의 노래>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안도현의 <짜장면> 등은 보통의 시각과 다른 해석이 있어서, 흥미롭다. 사람마다 다르니 그런 시점일 수 있겠구나, 그러면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 되었다. 죽 적어놓은 목록을 훑어보니 그 책들만으로도 올해 나머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책욕심쟁이 다독가 이동진, 늘 영화와 연관되던 이미지였는데,  이렇게 다양한 책 소개와 함께 작품에 대한 예리한 그만의 단상을 들으니 신선하고 좋았다.

 

 

... 하지만 삶에서 우연이 없다면 또 얼마나 삭막하겠어요.

투입한 노력만큼 일정한 결과가 나온다면, 사람들은 모두 기계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달팡질팡하다가 결과를 보고 나서 자조하게 되기 십상인 게 우리의 삶이지만,

그렇게 갈팡질팡할 자유마저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숨막히는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