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할 때 10분 정도 만화로 나온 것 있었지, 안 놓치고 다 봤어?

네, 처음엔 뭔가 했어요,근데 총 맞고 배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이, 윽. 너무 징그러웠구요, 불쌍해서 막 눈물 났어요.

그치, 실제로도 그랬어.처음 그 만화 장면이 이 영화 전체를 집약해서 보여주는 거니까 그 장면 놓치면 안돼. 근데 그 만화, 강풀이 직접 그린 것 맞지?

네, 근데 원작이랑은 좀 다르다고 하던데요?

 

1980 광주민주항쟁과 이후 외상후스트레스로 인한 남은 가족들의 절규와 가정해체를 그린

영화<26년>을 이야기 하다가 결국 원작자인 강풀로까지 이어졌다.

 

우리 집에 강풀 만화 있는데 빌려드릴까요?

아니,괜찮아. 난 만화만 보면 두통이 오더라고.

재밌는데... 띠동갑 차이나는 아저씨랑 여고생이 서로 좋아하는 얘기에요.

뭐어? 그럼 원조? 그걸 강풀이 그렸다고? 말도 안돼!

아니에요, 나쁜 내용 아니구요, 읽어보면 되게 순수하고 이뻐요.

그래? 그럼... 한 번 빌려주든지.

 

그랬더니 진짜 책을 싸 왔다.

1,2권으로 된 두 권짜리, 강풀의 <순정만화>

 

어린시절 나는 만화책을 펼치기만 하면 거짓말처럼 즉각 두통이 왔다.

어지러운 말풍선이며  극심하게 리얼한 표정, 여기저기서 불시에 튀어나오는 크고 작은 글씨들,비현실적인 인물들의 외양 등.

그래서 자연스럽게 만화와는 가분의 관계가 되었는데,

 

재작년인가?

매우 신선하고 흥미롭게 보았던 영화 <이끼>

사람들이 말하기를 그 영화의 원작이 웹툰, 이었단다.

웹툰?그게 뭐지? 네이버에 물었더니, 인터넷에 연재하는 만화,라고 속시원히 알려준다.

워낙 흡인력있게 본 영화였던지라, 보리라 결심하고

어느 날, 날을 잡아서 완결된 웹툰<이끼>를 서너시간에 거쳐 완독했다. 원작을 읽는 재미, 좋았다.

그리고 강풀,이란 만화가를 그 때 처음 알게 되었다.

 

영화<바보> 차태현과 하지원 주연

노년의 쓸쓸함과 사랑을 그린 <그대를 사랑합니다>

알고보니 내가 이미 흡족하게 보았던 이 영화들의 원작자이기도 했다, 강풀은.

참 따뜻했던 영화. 인간의 대한 예의가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작품 스타일의 눈물과 웃음이 조화로운 극이었다.

 

 

그리고 <순정만화>역시 그랬다.

실연.상실.상처.결핍.고독.가난...

이런 것 하나쯤 품고 사는 사람들이지만 그러나 모질지 못하고 사람에 대한 예의도 잊지 않으며

따스한 연민과 진심에서 우러난 사랑이 은근하게 스며든, 순정만화.

 

잘 읽고 돌려준다.

 

재밌었죠?

응, 따사롭더라!

그쵸,헤헤...//헤헤..

 

안빈낙도.안분지족.

이것은 시인에게나 허락되는 삶의 방식일까. 누구의 시에서처럼 남으로 창을 낸 작은 집에, 한뼘 밭을 일구고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며 세속의 욕심을 비워내는 삶. 물론 부귀와 명예를 좇는 시인들도 차고 넘칠테지만. 흡사 한 바가지 물과 도시락밥 하나에도 만족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시인 함민복이다. 가난하지만 그것을 내 분수로 여기고 자연 속에서 이웃들과 함께 농사짓고 글쓰며 자족하는 사람.

 

지난 초가을, 강화도 나들이를 갔을 때 지척에 함민복 시인의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시<긍정적인 밥>을 읽고 많은 공감을 느꼈던 터라, 마냥 반가웠다. 그것을 계기로 또 다른 그의 시집도 구해 읽으며 그의 삶의 태도가 궁금했다. 그 함축적인 시에서도 조금은 알 것 같았지만, 자세히 드러나지 않으니 이번에는 산문집 <미안한 마음>을 읽어보기로 했다. 수필은 그 사람에 대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편이기도 하니까.

 

삶이란 누구에게나 녹록치 않으니 분명 그에게도 험한 날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한 선함과 순수. 소박. 작은 것과 약한 것에 대한 세심한 배려. 눈여김. 귀기울임...등.  그의 이와 같은 인생관은 글에 그대로 스며드니 읽으면서도 마음이 정화되고 치유되는 듯하다. 동시처럼 동화처럼 미사여구없이 진솔한.

 

'죄와 선물'이라는 짧은 글에서도 피식 웃음이 난다. 시인도 유난히 뱀을 무서워하나보다. 시골에 살면서 뱀을 무서워한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것인데, 매일 오가는 길에서 마주친 한 마리 뱀과의 사투. 결국 꼬리 잘린 뱀은 며칠 만에 주검으로 발견되는데 아무 해코지도 하지 않은 뱀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자책.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뱀의 넋을 기리는 시 한 편을 창작하는 시인. 뱀을 보면 혼비백산하는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한참 웃음이 났다.

 

뱀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 말하는 사람들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았을 / 뱀, 바위, 나무, 하늘

지상 모든 / 생명들 / 무 생명들

 

<소스라치다>전문

특히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면 금방 떠오르는 말이 있다. '공자의 <논어>를 읽고서 읽기 전이나 읽은 후나 그 인간이 똑같다면 구태여 책을 읽을 필요가 없죠. 그러니까 책을 읽는 것보다도 그 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서 내 자신을 어떻게 개조시키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죠.' (소설가 김훈의 말)

 

백날 읽기에서만 그친다면 아예 아니 읽느니만 못한 일. 독서 후에는 미약하나마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을 경우, 책읽기란 차라리 헛된 노동에 불과하다는 그런 말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이런 책이 끌릴 때가 있다. 몸과 마음이 한없이 느슨해 질때, 한 푼어치도 의욕이 생기지 않을 때, 막막할 때, 목표를 상실했을 때, 권태로울 때......, 그럴 때 잘만 읽으면 잊고, 잃었던 것들을 다시 찾는데 계기가 되고 희망이 되기도 하니까.

 

CEO가 전하는 성공습관,이라고 해서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지나치게 운영자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을까 적잖이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두면 좋을 책, 마음을 다잡고 행동하는데 있어 큰 힘이 되겠구나, 싶은 책이다. 알고 행한다면 자기발전은 물론이고 소속된 집단에도 매우 유익할 행동지침들이, 무려 58가지나 된다.

 

그 중에 내게 해당하는 몇 가지를 골라 신년,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데 활용하고자 한다. '하루 한 시간의 무서운 효과', 특히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시간의 효율적 관리. 약속이 있을 때는 10분 전, 또는 30분 전,  출근은 물론 퇴근 시간도 엄수. 출근은 45분 빠르게, 퇴근 15분 늦게. 물리적인 이 시간을 정확히 지키라는 것보다는 항상 일찍 준비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것이겠지. 대부분 정해진 시간 턱걸이에 걸쳐 나타나는 나에게 직언하는 것 같아 뜨끔하다.

 

'내면의 포커페이스가 되라' 얼굴에서도 제대로 안 되는 포커페이스를, 그것도 내면에?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면에서 포커페이스가 이루어진다면, 자연스레 겉으로의 표현도 담담해질 것 같다. '화를 낼 때는 10초만 더 고민한 후에 내도 늦지 않다' '훌륭한 관리자는 항상 상황에 침착할 수 있도록 자신을 제어한다. 그러다보면 보다 냉정하고 합리적인 문제 해결책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결정이 형평에 어긋나거나 공정하지 않을 경우, 즉각 반응하는 나의 성정. 좀더 세련되게 표현하려 해도 잘 안 되는 습관. 애써 마음에 담고 시험해 보아야겠다. 10초만 고민한 후에 반응해도 늦지 않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며 어떤 관계든 그것을 떠나서는 영위하기 힘든 존재니까. 그 안에서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갖가지 지혜로써 갖은 노력을 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1만 2천 개 일자리를 만드는 저력의 아웃소싱기업, 제니엘의  CEO' 가 전하는 여기 58가지 방법은  좋은 팁이 될 것 같다. 실천하기 어려운 것은 없어보인다. 내게 부족한 것은 무엇이고 넘치는 것은 무엇인지, 한 번쯤 점검해보는 매개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