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을 읽으면 1석 몇조 쯤 될까,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유익한 책이라는 것인데, 먼저 한자 공부가 되겠구나, 싶었다. 사자일구 형식으로 된 한자에, 음과 뜻을 달고 활용의 사례를 실어놓으니 쉽고도 친절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자에 대한 또다른 용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몇 번씩 써보게 된다. 예전에는 꽤 알고 있었으나 쓰지 않다보니 잊어버리고 만, 한자들. 한자 공부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도 훌륭한 덤이 되리라.

 

소학, 어린이들이 꼭 알아야 하고 실천해야 할 덕목들이 실린 책. 옛날 반가의 자제들은 사서삼경을 공부하기 전에 우선 익혀야 했던, 사람의 기본 도리와 도덕에 관한 것이다. <소학언해>라는 데서 효와 벗에 대한 서너 가지 이야기를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도 실렸겠거니 했으나 없다. 이유를 알고보니 사자소학에도 여러 이본들이 있다고 글쓴이는 말한다.

 

효행, 형제, 사제, 붕우,수신 등으로 분류되어 있고 그 중 효행편의 내용이 가장 많다. 우리 조상들은 효를 모든 일의 근본으로 삼았으니 당연지사리라. 물론 가부장적이고 부모의 역할이 엄격했던 당시와는 달리 현대에 와서는 부모자식의 관계가 유연하고 친근해져 다소 차이나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효의 근본이야 어디 변하겠는가.

 

효도와 형제편도 물론 삶의 있어 더없는 양분이 될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붕우와 수신편에 오래 머물게 되더라. 취사선택의 고민없이 하나같이 주옥같은 말씀들. 백족지충 지사불강 (百足之蟲 至死不강) 백 개의 발을 가진 벌레는, 죽음에 이르러서도 넘어지지 않는다. 즉 주위에 좋은 친구들이 많이 있으면 서로 충고하고 일깨워주어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는 뜻. 거듭 새기고 실천할 일이다.

 

문체 또한 친근감이 넘친다. 다섯 살과 일곱 살이 된 두 아들을 앞에 두고 아빠(글쓴이)가 들려주는 사자소학이니까. 나이 대비 어쩌면 한자를 그리 많이 알고 있는지, 아이들이 참 신통하고 부럽기까지 하다. 가정 분위기라는 것이 그래서 중요한 거겠지. 중문학을 전공하고 관련 선생님이던 아버지가 항상 곁에 있으니 알게 모르게 가랑비 스미듯, 그리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아빠의 가정교육을 엿보니 아이들의 성숙한 인성과 그것으로 하여 사랑과 배려가 넘치고 예의가 바른 한 가정이 흐뭇하게 그려진다.

 

소학,이라 하면 사뭇 고리타분한 느낌이 먼저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옛적보다 어쩌면 지금에 훨씬 절실한 인성교육서가 아닐가 싶다. 청소년들을 만나보면 둘이 있을 때는 그리 참하고 심성 고운 아이인데, 삼삼오오 또래끼리 모여있을 때 그의 언행을 듣다보면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강하게 보이기 위해서, 무시 당하지 않기 위해서, 왕따 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것이 어떤 상황에 어떤 마음인지 현실을 고려할 때 이해는 한다만, 진실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갈수록 무시무시한 세태를 보며 성적보다 인성을, 이라고 외치지만 여전히 실천이 없으니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사자소학을 권한다. 가정에도 학교에도. 아이들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사자소학을 놓고 아이들과 20~30분이라도 같이 하기를. 글쓴이와 그의 아이들처럼 말이다. 아이들도 부모도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기기묘묘한, 중국판 전설의 고향을 19편이나 본 듯하다. 중국을 대표한다는 신화,전설,민담 등 그야말로 중국의 옛날 이야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 권성징악, 인과응보는 역시 인지상정인가 보다.

 

금기를 어겨 돌이 되는 화석 모티브로 된 이야기, 보통 비극으로 끝나며 증거물이 제시되는데 <하이리뿌>가 여기에 속한다. 위기에서 목숨을 건지고 결초보은을 잊지 않는 동물들의 의리<백사전>, <늙은 쥐, 딸을 시집보내다>는 그야말로 재미와 교훈을 주는 옛날 이야기다.

 

컴컴한 곳에서 숨어사는 것이 비참하여 딸 만큼은 좋은 데로 시집보내고 싶은 부모의 마음, 태양이 좋겠다,했는데 태양은 구름을 추천, 구름은 바람을 바람은 울타리를, 울타리는 자신보다 힘이 센것이 있으니 바로 쥐란다. 갉아대면 울타리는 허물어지고 마니까. 결국 옆집 젊은 쥐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늙은쥐 부부. 쥐는 쥐와 살아야지!

 

'견우와 직녀'의 중국판은 <우랑과 직녀> 뼈대는 비슷하지만 상황은 살짝 다르다.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 건너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칠월칠석, 그 때 그들 곁에 아들딸이 있었던가? 생소하지만 놀랍게도 중국 이야기에는 분명 그들의 자녀들도 함께 있었다.

 

<양산백과 축영대>는 마치 한 편의 고전단편을 읽는 듯 서사가 출중하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자유연애를 선택했던 소녀, 축영대. 집안의 반대로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끝내 죽어서 하나 되는, 시공간을 초월한 애틋한 사랑이 애닯기까지 하다.

 

열 개의 태양이 나타나던 해, 지상의 막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 아홉 개의 태양을 활로 쏘아 없애는 명궁 후예,와 항아 이야기 등은 중국의 사대신화에 든다고 한다. 영웅들의 이야기인 신화는 민족적으로 전승되기에 전설이나 민담에 비해 훨씬 중국다운 이국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연수>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풍습때문에 더 와닿는다. 설날이 되면 중국은 온통 폭죽과 빨간 부적으로 집안을 물들이게 되는데, 그 내력이 담긴 이야기다. 연수는 괴물같은 짐승인데 365일 중 딱 하루, 365일 되는 날 나타나 수십 명을 잡아먹는 흉폭한 짐승이다. 그런데 그에게 살아난 이들이 있었으니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연수가 붉은 색과 불빛과 폭죽소리를 두려워 한다는 사실을 안 사람들에게 그 후부터 그런 풍습이 생겼다고 하니, 참으로 그럴듯 하지 않은가.

 

이야기는 사람의 본능이다. 그래서 문자가 없던 시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구술자에 따라 가감이 이루어졌고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그 속에는 재미와 옛 사람들의 가치관과 삶의 지혜가 담겨있으니 소중한 유산임에 틀림없다. 그 동안은 우리나라 설화에만 익숙해져 있던 터에 중국의 19편의 이야기는 옛 중국인들의 여러 면모를 짐작할 수 있어 흥미롭다.

 

 

 

 

조혜련에게는 분명 본받을 점이 있다. 왕성한 도전정신이나 목표한 것에의 열정, 노력, 활화산 같은 실천력 등. 그 이전에도 그녀는 많은 것을 계획하고 실천하여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아는데, 이 중국어 신HSK5급, 성취는 좀 더 놀랍다. 외국어 습득이라는 것이 왠만큼 독하지 않고는 중도에 포기하기가 일쑤이지 않던가.

 

물론 친동생인 조혜숙 중국어 선생의 조력이 컸다고는 하지만, 스스로의 결연한 의지가 아니고서는 이루어 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것을 능히 펼치기에 주변 환경이 아무리 좋다해도 스스로의 행동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을. 평양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그만 아닌가.

 

사실 나도 중국어 어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기초와 기본반에서 3개월 정도. 10여 년 전, 첫 중국여행을 다녀온 후 도저히 중국어를 배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도대체 중국이라는 나라, 아주 기본적인 단어도 통하지 않으니, 그리고 나는 앞으로 더 중국여행을 하고 싶으니,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파는 것은 인지상정.

 

이얼싼쓰..., 니 하오, 도 알지 못했고 가장 어렵고 중요하다던 사성, 자음 모음도, 중국어에 대한 어떠한 정보나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다. 기초반 첫수업은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강사는 왜그리 시켜대던지..., 그래도 스스로 선택한 수업이니 한참 열공,을 했었다.

 

떠듬떠듬 기초반을 끝내고 다시 중국 여행(베이징). 덕분에 커피도 주문할 수 있었고 인사도 건냈고, 리어카에서 파는 과일이름을 물어도 봤다가, 중국어가 유창한 외국인인 줄 알았던지 과일 주인의 따발총 같던 대답, 결국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고 실력이 뽀록, 나서 다시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그 후에도 몇 번 더 갈 수 있었던 중국 여행 덕에 중국어를 아예 놓지는 않았다. 그런데 여행이 끊기자 언어도 함께 끊겨 다시 백지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10여 년 후, 조혜련 자매의 공저인 <기적 중국어>를 만난다. 유능한 중국어 강사라는 동생 조혜숙의 120문장. 기초적인 회화 문장들이 다양하게 실렸다. 강행군으로 학습한 중국어를 좀더 깊게 체득하기 위해 현지로 유학, 그 곳에서 현지인들과의 적극적인 의사소통과 활동으로 조혜련의 중국어는 나날이 발전했다. 그리고 동생의 권유로 신HSK 5급 시험에 도전했고 뿌린만큼의 열매를 얻었다. 많이 축하할 일이다.

 

이미 기초를 경험한 덕인지, 아니면 조혜숙의 강의력이 쉽고 알뜰해서인지, 책장을 넘겨가는데 그 문장들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다시 시작하면 좀, 될 것같은 좋은 예감도?! 총 12과로 나뉘어 120문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조혜련의 중국어 견문록과 기적 중국어, 그리고 중국 엿보기 등 3단계로 다시 구성되어 있다. 개그본능이 유전인지 조혜숙의 강의도 유쾌하고 재미있어서,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중국어에 대한 두려움을 확실하게 깰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