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으면 화려강산, 돈이 없으면 적막강산,이라더니. 예술가도 예외는 아니어서 돈이 있어야 문학도 음악도 하고 그림도 그릴 수 있는 씁쓸한 현실.
화가이면서 이 자전적 소설의 작가인 남궁문, 그의 그런 극빈하고 절박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작가가 말하는 '정상적인 생활'이라는 것은 의식주,라는 인간 삶에서 가장 기본인 요소가 해결이 되는, 그래서 원 없이 그림에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과한 욕심인가. 과욕이랄 것 없이 소박함 같지만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저 요원하기만 하다. 사십 중반을 지나면서도 원가족에게 의지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경제생활, 그에서 오는 부끄러움과 자괴감과 무력감은 자꾸만 그를 왜소하게 만들기도 한다.
예술가로서 화가로서 기량이 아무리 뛰어난들 무엇하겠는가. 학연 지연 등의 짱짱한 인맥과 돈, 그리고 배경이 없으면 힘없이 묻혀버리고마는 암담한 한국사회인 것을. 이런 환경에서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그야말로 팍팍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줄어가는 주머닛속 몇 장의 지폐를 세어가며 계란과 감자로 끼니를 떼우면서도 분연히, 그 비리와 줄서기로 얼룩진 판 속에 발들이지 않음을 자부심으로 의지하지만, 그러나 또 그것이 자조와 자책으로 엉키기도 하여 갈등을 일으키는 주인공.
나는 그 주인공 인야,를 남궁문,이라는 화가로 오버랩하여 읽어갔다. 그를 처음 책으로 알게 된 것은 몇 년전, 산티아고 여행기인 <가는 길 오는 길>에서였다. 화가로서 그것도 계절별로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여행기를 냈다고 해서 관심이 갔다. 그리고 나는 그 중 한 권을 읽는데 참 많이 웃었던 기억이. 처음에는 좀 이상한 아저씨다,고 오해도 했었다.
여정에서 만나는 다른 여행자들의 언행을 과하게 의식하며 혼자 상처받고 삭히고, 삐치고... 이 분 참 힘들게 사는구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그것은 그의 성품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예의와 배려를 중시하고 융통성 없을 정도로 올곧고 약질 못해서, 선해서,순수해서..., 그런 이유에서라고 생각하고 보니, 유머와 진솔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 여행자로서의 성품이 오롯이 이 자전적인 소설에서 화가로서의 면모에도 나타나더라는. 정상적인 생활, 이라는 제목만 본다면 독자의 호기심을 일으키기에는 조금 심심한 맛일까. 그러나 그의 삶을 이해하는데는 안성맞춤,의 제목같기도 하다.
이 소설이 남궁문의 실제 삶에 가까운 것이라 한다면, 벌써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그 누추함과 무명에서 많이 벗어났으리라 짐작해 본다. 그 동안 출간한 몇 권의 책도 그림도, 진정 그의 진가를 알아보는 독자를 만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작가로서 화가로서 승승장구했기를, 또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