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기,란 숨쉬기만큼이나 얼마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지. 조금만 마음을 걷어내고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그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내가 욕심이 많은 탓이요 작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 큰것을 바라며 화려한 것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인생,뭐 있어! 호탕하게 마음을 비운척 하지만 정작 진득이처럼 마음에는 겹겹이 허세와 허영이 떠날 줄을 모른다.

 

작은 행복들이 모여서 큰 행복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하는 것 같다. 눈앞에 화려한 성과와 결과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 성급함 때문에 과정에서 얻어지는 사소한 보람을 무시하거나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어쩌랴. 행복이란 아주 섬세히,틈틈이 결결이에 묻어있는 것을. 몸과 마음을 낮추고 들여다 보아야하는 것을 놓쳐버리니 이따금 자신의 삶을 생각할 때 무상하고 헛헛함이 가득할 것이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불량습관, 마음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행복을 낳는다. 나의 행복이란 마음먹기 나름이고 행동하기 나름이다. 그에 따라 나의 행복지수가 결정되는 것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복이 아니다. 스스로 행복하기 위한 마음먹기요, 풍요로워지기 위한 행동습관이다. 그 마음먹기와 행동하기,가 이 책 안에 시쳇말로 깨알,같이 실렸다.

 

너무나 쉽고 간단해서 행복해지는 방법이 겨우 이런거였어? 어떤이는 이렇게 믿기지 않는 표정을 할지도 모르겠다. 맞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기에 누구나 마음만 먹고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그 행복을 누리는 방법이 수십 가지에 이르니 쉬운 것부터 하나 두개씩 늘려가면 될 것 같다. 그것이 습관이 되어 내것화,가 되면 또 한 가지를 골라 잡는 것이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결코 웅장하지도  난해하지도 않음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기분이 좋아지는 행동습관, 수 십가지 중에 '매일 5분씩 식물관찰하기'가 있다. 공용 화단에 올봄 나는, 풍선 넝쿨 씨앗을 여러개 묻었고 그것이 머리를 내밀기를 학수고대하다가, 드디어 새싹이 났을때의 환희라니. 하루가 다르게 서로 엉키고 꼬아가며 쑥쑥 하늘을 향해 치솟는 모습을 보며, 나는 볼때마다 입이 귀에 걸린다. 엔돌핀이 샘 솟는듯 하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어 커가는데,찾아가서는 자꾸 말을 붙이게 된다. 이쁜 말, 이쁜 목소리로. 행복은 그렇게 작은 길로 오는 것.

 

또 '호기심 갖고 동네 산책하기' 가 있는데 이 대목도 공감했다. 꼭, 호기심,을 갖을 것! '다른 이의 단점을 눈 감아 줄 것' 우리는 남의 행동에 대해 지적하고 짚고 넘어가는 걸 좋아한다. 그것이 똑똑하고 정확한 미덕이라 여기면서. 그러나 때로는 살짝 눈감아 주는 것, 타인과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매부좋고 누이좋고가 아닐까. 하루에 한장 책읽기, 좋다. 정신적 여유와 자양분을 키우는 방법으로 최고다. 많은 것들 중에 몇 가지를 뽑아보며 실천을 다짐한다.

 

그리고 이 책의 글쓴이에 대해 생각한다. 그야말로 긍정마인드,의 최강자가 아닐까.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보통 사람들은 흘려버리기 일쑤인 그런 작은 소중한 것들. 그것을 모두 주워담으며 행복의 길을 열어주고 있는 글쓴이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고 싶다.

이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그 답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아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부부,가 되겠지. 아주 기본적이고 평범한 메시지. 그것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러니 불만이 있어도 관계를 파괴하지 말고 지켜나가며 바라볼 것.

 

누구나 이 책을 읽고나면 자기의 삶으로 이 문제를 가져와 '나도 10년의 기억을 상실하는 사고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한번 쯤 가정하게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할까. 여기 그런 사람이 있으니 바로 주인공 앨리스다. 서른 아홉 앨리스는 마흔살 생일파티를 앞두고 운동을 하다가 그만 머리를 다치게 된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완벽하게 10년 전, 스물아홉이 되어 있었다. 외모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스물아홉까지의 경험만 남고 이후 10년은 깡그리 상실해 버린 것이다. 친정 엄마와 언니와, 할머니의 도움을 얻어 기억을 되살려 보려 하지만, 그들의 말들은 그저 생소하기만 하다.

 

하얗게 지워진 10년, 그 동안 그녀에게는 세 명의 아이가 생겼단다. 이름도 생김새도 전혀 낯선 아이들. 시아버지는 친정엄마와 재혼을 했단다, 충격이다. 한몸 같았던 이웃집 친구는 불의의 사고로 숨졌고 그 자리에 앨리스도 함께 있었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앨리스. 그러나 그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남편 닉과의 이혼. 한시도 떨어져서는 살 수 없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 그런 닉과의 이혼이라니.

 

설상가상, 앨리스에게는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니. 지난 10년 동안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단 말인가. 누구하나 속 시원히 말해주는 사람도 없으며 전화 통화를 하게 된 닉은, 더 이상 다정한 남편이 아니었다. 목소리만 듣고도 격앙했으며 그녀를 비난했다. 믿을 수 없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그 원인의 절반은 앨리스에게 있었음이란다.

 

앨리스는 전문적인 엄마역할을 완벽하게 해 내기를 원했으나 세 명의 아기들을 혼자 힘으로 케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거기에 남편은 일에 몰두하느라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앨리스는 신경과민이 되어갔고, 술이나 친구에 의지했다. 남편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비난을 퍼부었고 그러면서 서로에게 지쳐갔던 것이다. 결국 별거에 이혼, 양육권 문제로 신경전까지. 그것이 정신을 잃기 직전 그들의 현실이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로는 할머니의 블로그 포스팅과 언니가 담당 치료사에게 전하는 고백형식의 일기가 있다. 그 둘은 필연적인 사건의 인과를 잘 엮어낸다. 앨리스가 점차 기억을 되살려내고 잃어버렸던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에 화해를 도모해 간다. 바쁘다는 핑계로 연속하여 유산하는 언니에게 무심했던 것도, 남편에게 부린 억지도 미안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소중한 추억이었음을.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가족의 귀중함을.

 

만약 앨리스가 10년 동안의 단기기억상실,이라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닉과는 이혼을 강행 했을 것이고, 가족과의 불화, 아이들의 불안, 첩첩으로 불행이 겹쳤을 것이다. 앨리스에게 잃어버렸던 10년. 그 10년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러나 백만 가지의 일들이 발생할 수 있는 긴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2000년대 들어와서 그 화려하고도 이국적인 상하이를 두 번이나 다녀왔으면서도 상하이에 변두리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상하이란 거대도시는 한눈에도 웅장하고 강렬했으므로 다른 생각을 낼 수 없었던 것 같다. 보이는 것이 마치 다인냥, 수박겉 핥기,식으로 말이다.

 

열 여덟 살 고아 소녀,푸핑. 시골에서 상하이로, 상하이에서도 변두리로  근거지를 옮기며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 그들과의 관계, 그리고 섬세한 공간적 묘사가 매우 인상적인 소설이다. 1960년대 중반기를 배경으로 하는데, 그 시기 상하이 변두리의 생활상이 눈에 그려지는 듯 생동감이 넘쳤다.

 

그 시대에 그나마 상하이니까, 그만큼의 문화적 혜택을 누리고 살지 않았나 싶다. 물론 푸핑이나 그녀의 일가친척들은 시골에서 돈을 벌기위해 가정부나 뱃일, 허드렛일을 맡는 하층민들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성실하고 자립적이며 생활력이 강한 모습이었다.

 

조혼, 스무살도 안 된 남녀를 일찍 결혼시키는 것이 아무렇지 않던 시절.  푸핑은 그에 반기를 든다. 물론 드러내놓고 고집을 피울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에 순종할 수 없음을 행동으로 반영한다. 손자며느리로 점찍은 푸핑을 상하이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할머니가 초대한다.

 

말수는 적지만 보통이 넘을 것이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순하고 선한 손자가 휘둘릴까 걱정이 되지만 썩 마음에 드는 처자였다. 그러나 동상이몽, 푸핑은 조혼하는 것도, 줄줄이 부양할  시댁 식구가 많은 것도 탐탁치가 않다. 그 후 상하이 변두리에서 외숙을 찾게 된 푸핑.

 

푸핑의 외숙모는 그의 조카와 짝을 맺어주려하지만, 푸핑은 그 조카 청년 역시 마음에 차지 않는다. 뱃일이기는 하지만 안정된 일을 가졌음에도 별로라 딴청을 부리는 것이다. 그러다 그만, 옆집 처자와 혼인 한다는 말을 듣게 되는데. 고아 푸핑은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게 아닐까. 단점이 여럿있지만 결혼 상대로는 큰장점도 있었던 청년들을 딱지, 딱지놓고 저 아이가 어쩌려고 저러나 내심 걱정도 되면서 독서.

 

짚신도  제 짝이 있고, 제 눈에 안경, 이라더니 푸핑도 마침내 짝을 찾아 그 변두리에 자리를 잡으니 안심이 되었다. 푸핑 중심으로 잔잔하게 서사가 진행되지만, 꼭 푸핑만이 주인공은 아니다. 푸핑을 상하이로 초대했던 약혼자의 할머니, 약혼자, 주인집 아이들, 동네 여학생들, 주인집 아이들의 친구들, 전기기술자 부부, 외숙부부, 외숙의 조카 등 많은 인물들이 등장을 하고 그들의 이야기도 펼쳐지니 말이다.

 

1960년대 상하이 변두리. 돈을 벌기 위해 상하이로 몰려드는 시골 사람들. 생활은 궁핍했으나 그들은 스스로 근면성실했고, 자립심이 강했다. 어려운 사람들끼리 연대를 이루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강한 생명력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번역. 상하이 출신 작가의 작품을 그것도 적은 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말 번역을 참 잘했다는 생각, 마치 물흐르듯 술술,이니 말이다. 역자는 중국어 뿐 아니라 우리말의 깊은 맛까지를 두루 낼 줄 아는 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