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골마을에서 농부로 평생을 살아온 폴 베델,할아버지의 농부로 사는 즐거움이다. 팔십 세가 되어 이제는 농부에서 은퇴를 하고 성당 관리인으로 살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살고 있는 폴 베델.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폴>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방송에 나가면서 그는 유명인이 되었다. 나날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아오고 또 그들을 접대하며 전국에서 오는 편지에 답장을 하기도 한다. 그의 삶이 방송으로 나가고 호응을 얻자 책으로도 출간하게 되었다. 그 또한 매우 좋은 반응에 그는 다양한 장소에 강의도 나가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건강하게 살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도회인이 된 것은 아니며 돈을 많이 번 것도 아니다. 그는 여전히 농부이며 조상대대로 살아오던 그 곳에서 형제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고 있다. 바다에서 낚시를 해서 식용하고 (그는 바다를 먹는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싱싱한 풀밭에서 젖소를 키워 우유를 짜내고 버터를 생산한다.

 

품질 좋은 버터를 소량 판매하며 생활을 꾸려가는데 그들 형제들은 과욕이 없다. 먹고 살 만큼의 물질이면 되는 것이다. 그들의 몸에서는 바다내음이 나고 우유냄새가 났다. 그에게 있어 농부라는 직업은 자유를 의미한다. 밭을 일구는 거름도 자연식이다. 바다에서 해초들을 끌어다 묵혀 만드는 건강식 자연거름.

 

자연의 순리를 닮은 그들의 삶을, 초고속 현대 문명 속에 사는 우리는 불편함을 감수 없기에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는  마음만큼은 늘 동경하는 삶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일이라고 일찍이 체념하며 기계문명 속에 떠밀리듯 오늘도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도 있겠지.

 

기계화된 축사에서 사육되는 동물들, 그도 불가피한 부분을 인정한다.그러나 그는 발전 이면의 고약한 것,들이라며 한탄한다. 여러가지를 인정하지만 은퇴 이전으로 돌아간다해도 본인은 결코 기계화된 축사를 운영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소들에게 풀이 아닌 사료를 먹이고 너른 자연풀밭이 아닌 감옥같은 사육장, 성장촉진을 위한 갖가지 방법들, 그로하여 발생하게 될 질병. 결국 인간에게 옮겨질 재앙일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태생부터 농부였던 그는 그 무엇도 첨가하지 않고 인공적으로 조합하지 않는 농법을 익혔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후세를 위해 제발 '땅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그는 호소한다. 과욕을 부리지 말고 빚을 지지 말것이며 누구에게 의존하지 말 것, 그리고 일과 영혼의 조화를 이루며 살 것..., 이 얼마나 단순명료하고 깔끔한 교훈인가. 학교도 다니지 않았고 고령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은퇴자로 살고 있다,는 폴 베델은 아직도 청청한 청년같다. 그리고 살아온 삶에 대한 강한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

 

외국책을 읽다보면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이 번역문체의 자연과 부자연의 여부다. 폴 베델의 구술이 자연스러웠는지, 아니면 녹취 후 작가의 솜씨가 좋았는지,또는 번역자의 능력인지, 문장들이 물 흐르듯  술술  읽혀지니,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후세를 위해 땅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폴 베델의 말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돈다.

 

청소년 전문 힐링 강사이며 이미 여러 권의 책을 펴낸 오선화씨의 책이다. 내 자식보다 더 내 자식처럼 청소년들을 물심양면으로 품으며 또 공감하는 작가이자 써나쌤.이라 불리는 분. 책을 읽다보니 이런 분을 가까이서 함께 할 수 있는 청소년들은 그야말로 행운이자 행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고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토닥토닥, 버선발로 뛰는 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성장통으로 겪어야 하는 그 시기의 감정 기복에다 또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입시 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괴로운 아이들. 설상가상의 아이들에게 무조건 참아라 참아라, 가 아니라 진심으로 공감하며 아이들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또 어른으로서 이끌어주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아이들에게도 임금님귀는 당나귀,라고 외쳐댈 만한 대나무가 필요하다. 생각과 판단이 서툰지라 어쩌면 성인들보다 더 시급할지도 모른다. 어리니까 그래, 하면서 그들의 말은 흘려듣거나 의무만을 강요한다면 언젠가 크게 폭발하는 날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많이 들어주고 그에 적절한 조언을 해주며 이끌어 주는 어른들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그 대나무숲이 바로 써나쌤이다.

 

유난히 부모에게 불만이 많을 나이, 마음과는 다르게 퉁명스러운 말대꾸, 반항적인 언행, 그 시기의 분비세포 때문이라는데 이를 어찌할고. 탑을 쌓는 마음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대화를 시도해야할 텐데. 부모나 교사도 사람인지라 한결 같을 수가 없다. 그럴 때 써나쌤처럼 옆에서 다독이며 부모의 노고와 사랑을 오해없이 언급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한 장이 내 손 안에 있다. 두려움에 회전목마만 탈 것인지, 심장이 터질지라도 여러 모험에 도전할 것인지. 자유이용권에 구멍이 하나 뚫린 사람과 여러 개가 뚫린 사람의 차이. 누가 더 후회없는 삶을 살까. 자유이용권을 예를 들어 청소년에게 은근한 모험심과 도전정신을 심어주는 써나쌤의 그 대목은 특히 와 닿았다. 새겨들어야 할 사람이 어디 청소년 뿐이겠는가.

 

아무래도 청소년 전문 힐링 강사이다 보니, 청소년들의 가려운 곳을 잘 골라낼 줄 아는 쌤이다. 그에 대처와 치료법도. 어린 것 같지만 어른의 그것이 진심인지 그렇지 않은지 만큼은 귀신처럼 알아내는 아이들. 그들에게 이만큼의 애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써나쌤이 쌓아올린 신뢰에서부터일 것이다. 이런 어른들이 청소년 곁에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때로 그들의 언행은 어디로 튈 지 모를 공같기도 하고, 폭발 직전의 포탄과도 같지만 그 안에는 아주 말랑말랑 제리같은 부드러움이 있다는 사실. 공격에 공격으로의 대응이 아니라 느긋하고 차분한 대응과 공감, 그것은 어른들의 몫일 것이다. 써나쌤처럼 말이다.

다큐멘타리 사진가이며 르포르타주 작가인 이상엽씨. 그의 책을 보는 내내 부럽다,라는 말을 연발하였다. 그것은 그의 다양한 카메라 때문인데, 이야기에 따라 공간이나 날씨에 따라 그가 카메라를 집어가는 손길이 어찌나 동경스럽던지. 그가 애정하며 내가 탐내던 그의 필름 카메라들. 그는 전문가니까! 필름은 비싸니까! 애써 이렇게 위로하면서도 침을 흘린다.

 

그냥 사진만 담는 것이 아니라, 글도 함께 쓰는 작가이므로 그의 사진과 글을 한꺼번에 보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광교산 근처의 고기리부터 시작하여 해인사 지관 스님의 다비식 광경, 삶과 죽음의 길이 함께인 자리여서 그런가, 흑백의 사진이 삶에 대한 성찰을 갖게 한다.

 

해병대원이 많은 백령도에 입항해서는 남성적이고 박력있는 F-1, 그 카메라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해도 그로해서 인화된 사진을 보며 아, 이런 느낌이구나,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의 단상들. 비오는 날 아들과 함께 갔던 제주도 강정마을의 구럼비 해군기지. 기나긴 공사장 장벽과 경찰의 감시가 담긴 사진은 비가 와서일까. 유난히 우울감이 더해졌다.

 

 

무엇보다 가슴이 시리고 아찔하던 사진은 비정규 노동자의 고공 농성장면이다. 시퍼런 하늘이 마치 서슬퍼런 칼날처럼 와 닿았다.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앞 45미터 짜리 송전탑, 그 철탑 중간 쯤에서 296일 동안 벌였던 농성. 그리고 그 장면을 찍어냈던 카메라. 코시나와칼 자이스가 합작해 만든 ZEISS IKON 레인지파인더 카메라.

 

다큐멘터리와 르포르타주 작가인 그는 국내 사회적인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구려 역사의 흔적을 찾아 중국의 비류국 오녀산성. 실크로드. 그 밖에도 중국의 구석구석을,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그 속에서 소외되고 변화하는 인민들의 삶이 우리의 산업화 도시화가 이루어지던 수십년 전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는 모습이 사진에도 글에도 고스라니다.

 

시베리아 취재, 티베트, 영화<와호장룡>의 배경이 되었던 중국의 홍춘,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명산으로 뽑히는 황산, 말레시아  그리고 다시 4대강의 현장 고발성 짙은 글과 사진.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공간을 찾아 작업하는 그의 사진에는 그 상황에 대한 감정이 이입되어 나타나는 듯하다. 그래서 사진으로만도 그 상황과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

 

그 많은 나라의 도시들로 향한 발품, 그리고 그 곳의 역사와 문화의 에피소드까지. 무엇보다 다양한 카메라의 소개와 그 기기의 장단점, 그 기기를 만들어낸 회사소개와 그 회사가 당시 사회에 끼친 영향들까지. 그렇기 때문에 특히나 사진과 카메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 유익한 책이 될 것 같다. 사람마다 표현하는 내용이 닮아있으면서도 정작 표현은 천차만별이니, 그것을 표현하는 갖가지 수단이 깊은 매력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