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멈춤 /고도원 지음/ 해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은은한 꽃향기(혹은 카페 화장실에 있는 비누 냄새)가 나는 듯 했습니다. 향기와 함께 삽입된 그림이 한권의 동화책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몇 년전 자기계발 관련 책들이 유행을 하던 때 서점에 진열되었던 책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전부터 이미 어른들로부터 들어왔던 혹은 사춘기를 지내고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을 보낼 때 잠깐씩 했던 정리되지 않았던 생각들,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할 나이를 지나면서 조금씩 정리되어가는 그 생각들을 짧은 글로 엮은 책입니다. 책의 제목을 보고 인생에서 쉬어가는 시점에 도움이 될만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기발하게 펼쳐놓을 것을 기대했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저의 기대를 크게 져버렸습니다.

 

잠깐 멈춤은 뒤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p202 한국 최초의 우주 비행사 이소연 박사 '우주에서 숨을 한 번 들이키려면.......엄청나게 큰 대가를 지불해야만 해요. 하지만 지구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지요'

돌아보며 한탄하고 후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성하고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야합니다.

 

잠깐 멈춤은 멈춤이 아니라 진행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삶의 진행. 삶은 그 누구도 마음대로 멈출 수 없습니다. 내가 멈춘다고 해서 세상이 멈추는 것도 아닙니다. 잠깐 멈추었다는 것은 완전한 멈춤이 아니기 때무에 언젠가는 다시 출발할 것입을 의미합니다. 멈춤 자체가 출발을 위한 멈춤인 것입니다.

p181에 보면 '삶이 곧 선물입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고 나누며 살라는 뜻입니다.'

새로운 출발,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이 잠깐 멈춤 동안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나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 값없이 받은 선물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은혜입니다. 축복입니다. 값없이 받았기 때문에 값없이 다른 이들을 위해 사용하여도 조금도 아까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조금 아쉬운 면이 있지만 너무 평범해서 비범한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시작부터 몇몇 단어들의 나열로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문장으로 시작되어

아무 생각없이 책으로 빠져들어 읽는 나는 처음에는 쉽게 빠져들기 힘들었다.

글의 구성도 독특하여 이야기하는 시점이나 시각이 순간순간 바뀌면서

같은 글이 계속 반복되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야만 했다.

다행히 휴가기간이라 아무것도 방해받지 않고 책만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실제 오대양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쓴 글이라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오래된 일이라 세상을 완전 뒤집을 만한 사건이었는지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어머니의 야망으로 시작하여 욕심에서 끝나버린 그 40년의 시간을

젊은 자녀들이 다시 걸어 10년 만에 같은 끝에 도달하는 모습을 모며

인간의 숨길 수 없는 욕망, 욕심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이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사회를 작은 가족을 만들고자 한 것은 아마도

그들이 사는 사회가 이미 함께하기에는 병들어있어서가 아닌지

함께하고픈 가족이 따뜻한 가족이 없어서는 아닌지 생각해본다.

 

어머니와 엄마와 삼촌과 이모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앞이 보이지 않아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나'의 모습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

음란, 살인, 왕따, 이기주의 등 병들어가는 사회를 바라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우리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스틱스 강의 하우스 보트/ 존 켄드릭 뱅스 지음/ 문지영 옮김/ 크롭써클

 

"자네가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자네에게 맞지 않는 걸세. 셰익스피어를 필요로 하는 곳은 여전히 많지만, 적당한 소재가 없을 뿐이라네."

 

다윈, 아담, 엘리자베스, 클레오파트라, 햄릿, 캡틴 키드 등 실존과 상상의 구분없이, 

성격 속 인물들까지 아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다양한 시대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저자의 상식에 놀랄 따름이다.

 

 

다윈의 진화론을 성경이야기와 연결시켜 아담의 꼬리가 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마지막에 반전이라고 말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여성들을 태운 하우스보트의 실종은 새로운 결말이었다.

 

책에 인물에 대한 각주가 있지만 기본적인 정보는 알고 보는 것이 책을 정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사람들의 특성이나 유명해진 이유, 그리고 숨겨진 뒷이야기, 속설 등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들이

서로 얽혀서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하우스 보트 속의 작은 사회가 이야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