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물이 가질 수 있는 한계, 스토리의 연관성과 호응도가 떨어진다는 한계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판타지 소설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셉티무스 힙을 1권부터 6권에 이르기까지 계속 접하고 있는데 1권보다는 다음권이 더 기대되고 재미있어지는 판타지 소설임을 말하고 싶다.

 이젠 셉티무스를 어렵게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이라 부르지 않아도 그의 존재가 더욱 강력해지고 성숙해지는 모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다른 차원의 세계로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스릴있을 것 같은데 셉티무스는 마법의 거울유리를 통해 자기의지와는 상관없이 속수무책으로 빨려들고 말았다. 5백 년 전의 시간속으로. 사일러스에 의해 오랫동안 봉인되었던 에델드레다 여왕의 초상화가 풀리고 여왕의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한 사악한 손길은 제나를 기다리고 있다. 긴장의 고도를 높이는 부분이다.

 고대유령 에델드레다의 아들이자 고대의 마지막 연금술사인 마르셀루의 파이에 의해 도제가 된 셉티무스는 영문도 모른 채 그 곳을 빠져 나오기 위한 계획들을 세우는데, 한편 셉티무스가 눈 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제나는 너무나 괴로워하고 마르시아와 앨더,니코와 스노리와 함께 셉티무스를 돌아오게 할 방법을 찾는다.

 매편마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조금씩은 변화가 있지만 더욱 변화무쌍하고 독특한 캐릭터가 셉티무스 힙을 더욱 즐기게 하는 묘미가 아닌가 싶다. 유령을 볼 수 있는 꼬마 선장 스노리와 밤의 괴물이라 불리는 울르 (낮에는 고양이)의 활약도 기대된다.

 이야기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현재와 5백 년전의 과거를 오가며 셉티무스가 연금술사인 마르셀루스의 의학과 연금술을 익히면서 한층 성숙되어진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셉티무스를 찾기 위한 제나 일행은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 거울유리 너머로 사라진 셉티무스를 찾아 과감하게 몸을 던진다. 하지만 사라진 이나 남겨진 이나 찾으려 떠나는 모든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 모험은 아무도 짐작하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가 오늘을 사는 이유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5백 년 전의 시간으로 들어온 제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녀와 똑같은 모습의 에스머렐다 공주로 착각한 여왕 측근에 의해 감금과 죽음의 손길이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통하지 않는 에델드레다 여왕의 비정한 모정은 자신의 딸들을 죽음>에 의해 만들어진 영원한 생명의 물약을 마시려한다. 제나와 착각할 정도로 에스머렐다 공주가 닮았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언어와 행동양식이 달라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흥미로웠다. 죽음의 기로에서 극적으로 만난 셉티무스를 제나가 낯설어 할만큼 셉티무스가 성장해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반가웠다. 이런 계기가 아니었다면 셉티무스의 성장과 변화를 하나하나씩 느끼고 아쉬워했을 테니까.

 고대 거울유리를 통해 시간여행을 경험한 셉티무스가 돌아오게 될 곳은 어디일까? 궁금했는데 마르셀루스에 의해 시간대 공식이 밝혀지는가 했는데 여전히 의문으로 남게 되었다.제나 일행이 들어간 곳과 또 다르게 마법의 열쇠로 연결된 거울유리들은 여왕의 죽음으로 인해 위험을 피한 셉티무스와 제나에게 들려준 마르셀루의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이 이제껏 의문이 남았던 부분을 해소해 주기도 했다. 함께 시간여행을 했던 스노리와 니코는 여전히 5백 년 전의 시간대에 묶여 있지만 어떻게 빠져 나올지는 모르겠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텐데. 셉티무스의 강력해진 마법으로 어딘가에 길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마르셀루스와의 약속을 지키고 비행부적을 찾으려하는 셉티무스.다음편을 잠깐 엿볼 수 있는 셉티무스의 행보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다음편을 빨리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