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미술관들의 명화 이야기를 방송매체에서 시청한 적이 있었다.유난히 종교적인 성향이 짙은 명화들이 많이 선보여서 시대적인 흐름이려니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그림속,예수를 만나다를 읽으면서 서양문화에서 그리스도교가 차지하는 바가 크다는 것과 종교의 개념을 벗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을 거란 것에 다른 이견이 없을 것 같다.

 특별한 이유없이 그림이 좋고 즐겨그리는 정도로 그림에 대해선 아마추어이지만 지금 우리시대가 원하는 자아상은 여러분야에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한다는 강박관념때문인지 뭐든지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열정이 내게 남아있는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 시대에 대다수가 문맹인 시절인 만큼 그림이 가지고 있는 깊은 뜻을 헤아리기에 앞장섰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저자의 설명처럼 전체적인 구성은 회화를 위주로 신약성서 이야기를 담은 미술이야기가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명화이야기를 저자의 꼼꼼하고 친절한 설명에 옆에서 가이드와 함께 명화구경을 한 소중한 느낌을 받았다.

한 주제로 다양한 각도에서 그려낸 열정적인 화가들의 손놀림에서 우리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시대상과 화가의 주관적인 느낌과 바램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무려 10편이 넘는 수태고지 작품에서 유독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태고지가 눈에 띄었는데설명에는 놀랍다는 표현이 맞게 다양한 설정과 환경으로 사진처럼 현실의 공간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의 발명이라 불리는 원근법이 충실하게 사용되어 인간이 발명한공간적인 개념으로 마리아가 인간의 세계에 있음을 시사해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만나는지점에서 수태고지가 이루어진다는 설정이었다.  

미술사의 거장이라 불리는 이들이 그려낸 명화속 예수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궁금하다면 이 책 한권으로도 그 궁금증을 해결하는데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수태고지. 예수탄생과 동방박사의 경배, 이집트로의 피신,예수의 세례,기적과 말씀, 잊을 수 없는 최후의 만찬까지. 십자가 처형에 이어 다시 부활에 이르기까지 예수의 일생을 다룬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었다.

기독교인이라면 한점씩은 가지고 싶어하는 최후의 만찬은 열 두 제자와 예수의 마지막 만찬의 모습에서 소설 다빈치 코드을 떠올렸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예견되는 듯했다. 평소 같으면 그림을 바라볼때 전체적인 구도와 색감. 느낌만을 고집했겠지만 저자와 함께 하는 내내 그림을 읽는 방식을 새롭게 배운 것이 큰 성과인 셈이다.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와 사뭇 다른 입장을 보이는 작품들도 있어서 성경을 다시 찾게 되는 번거로움도 있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에 재미와 감동까지도 함께 얻을 수 있었던 듯 싶다.  많은 제약이 뒤따랐을 시대속에서도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해 예술적 재능과 무한한 상상력을 덧입혀 화폭에 옮겨놓은 그들. 많은 핍박속에서 알려지지 않는 수많은 작품들이 한줌의 재로 사라지기도 했지만 지금도 많은 작품들이 남아 그들의 못다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두번씩은 접해보았던 작품들도 있었지만 새롭게 보게 된 작품들과의 사이에서 양손에 쥔선물처럼 새롭고 즐거워 읽는 내내 뿌듯함으로 가득찬 시간이었다.예술분야에서 빠지지 않는 마로니에북스의 정성들인 책을 만난 것 같아 너무나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