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을 가까이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인 추리소설과의 만남에 아서 코난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가 늘 함께 있었다. 그래서 손에 주어지는 대로 그들의 작품을 읽어내려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추리소설 매니아로 작품 모두를 접해본 것은 아닌지라 조금의 아쉬움은 남아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완성된 초상은 의사이지 작가로 활동중인 앤드류 노먼에 의해 그녀의 삶을 밀도있게 들여다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이제껏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사랑하고 접한 독자로 반가움 마음이다. 비단 작가뿐만 아니라 어떤 공인된 인물의 직업을 추종하는 사람들에게 공인의 내면이 아니라 그들이  내보이는 제스추어들에 촛점을 맞추고 열광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 책 완성된 초상을 읽고 나니 솔직히 부끄러운 마음도 든다.

 세계적 추리소설가인 애거서 크리스티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먼저 애거서 크리스티를 이해하려면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녀를 둘러싼 모든것이 작품속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베스트셀러인 성경의 뒤를 잇는 판매 부수를 기록한 그녀의 작품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니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세인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그녀지만 실제로 그녀의 삶은 외롭고 공허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누구보다도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꿔왔지만 현실은 그녀의 행복을 시기하는 것처럼 순조롭지 않았던 듯 싶다. 성공한 작가였지만 그녀의 다양한 작품들이 탄생된 배경에는 돈을 필요로 하는 현실적인 문제때문이었다니 뜻밖이다. 시간과 경제적인 면에 쫓겨 내놓은 작품들이 그녀가 가지고 있는 창의적 상상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테지만. 어린시절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이야기들은 그녀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는데 큰 몫을 담당했고, 그녀가 작가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언니인 매지가 들려준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과 이모 할머니에게 읽어준 신문의 살인 기사들이었다고 한다.

 그녀의 외로웠던 어린 시절을 보상받기라도 할 듯 모여든 많은 구혼자들 중에 선택한 활발한 남편 아치. 행복한 결혼 생활도 잠시 아치와는 엇나가기 시작했다. 현실적인 아치와 풍부한 감수성의 소유자인 애거서완 맞지 않았다. 불행한 결혼생활의 도피처로는 바로 그녀의 작품들이었다. 정말이지 수 많은 작품들 한결같이 그녀의 삶을 엿볼수 있는 소재와 관심사로 표출된 작품은 그녀의 분신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공포를 즐긴다는 표현이 맞을 애거서의 작품을 통해 공포는 다가오지만 실제로는 안전하기 때문에 추리소설을 사랑하게 된다는 이유가 타당성이 있는 것 같다. 그녀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든 녹아든 추리소설. 이제껏 모르고 접해왔던 작품들을 다시 접할 때, 한번쯤은 잊혀질 수 있는 그녀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1926년 12월 3일, 갑자기 사라졌던 그녀를 두고 모든 사람들이 알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많은 추측과 무성했던 소문들의 진위를 뒤로 한채 그녀의 입은 무거웠다. 그녀의 침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겨웠을 것 같다. 남편 아치와의 불행한 결혼생활중에도 유일한 기쁨은 아마도 딸 로잘린드였을 것이다. 자녀양육에 대한 확실한 주관을 가지고 로잘린드를 양육한 그녀만의 소신이 부럽기도 하고 본받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여전히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해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녀의 삶이 겉으로 비춰지는 화려함이 아닌 누구보다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꿨던 인간적인 삶이길 원했던 한 사람으로 각인되는 것 같다. 깊어가는 가을에 만나게 된 완성된 초상은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우리 모두의 문제와 마주하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주어진 현실에 감사하며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하루 하루를 설계해야겠다. 마음은 벌써 미처 만나지 못한 그녀의 작품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